웨하스 소년 - 마음산책 짧은 소설 (양장)

웨하스 소년 - 마음산책 짧은 소설 (양장)

$15.00
저자

이유리

저자:이유리
결과가어떻든과정이재미있었으면그걸로됐다고생각하는사람.털이비단같은회색고양이,깊은밤처럼새까만고양이,가끔등에이끼가끼곤하는초록거북이,야구를보면소리를지르는연갈색인간과함께산다.최근빠져있는것은게임‘스타듀밸리’.
2020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빨간열매」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소설집『브로콜리펀치』『모든것들의세계』,연작소설『좋은곳에서만나요』,단편소설『잠이오나요』가있다.

목차


작가의말
가꾸는이의즐거움
돌이키는하루
5분동안
투데이즈무드
웨하스소년
시간뜨개질
보석모기
버섯의나라에서
한편,다른우주에서는
삼두고양이
다른이야기
기쁨목걸이
따개비
새해다짐

출판사 서평

“나는고개를끄덕였다.
그러자왠지앞으로도이렇게평생
고개를끄덕일수있을것같다는생각이들었다.”

마주보고,손을잡고,함께건너가는이야기

『웨하스소년』에서이유리는‘나’와‘너’라는존재,그리고관계에대해진득하게들여다본다.표제작「웨하스소년」의‘나’는자기의지와는상관없이날개를달고태어나아역배우로반짝인기를누리며어른들의이해관계에따라끌려다니듯살아간다.그러다하나의사건을계기로난생처음날개와자신의앞날에대해골똘히고민하며한가지결심을하게되는데,웨하스소년의짧은전기를읽고난독자는성패에상관없이그가내디딘첫발에덮어놓고응원을보낼수밖에없다.

‘나’를입체적으로조명할수있는작품들도흥미롭다.결혼하지않은‘나’가결혼한‘나’를찾아와면박을주고(「다른이야기」),이쪽세계에서잘된인사들이저쪽세계의자신을염탐하러떠나는(「한편,다른우주에서는」)이야기는다른차원의나혹은분리된자아를마주봄으로써이곳의나를객관적인시선에서성찰하고,삶을보다긍정하도록고무한다.

모르는게약이라는오래된지구속담이있다.여기앉아있으면서확실히깨달은사실이기도하다.저토록돈이많은사람들도그런데,나처럼후회투성이삶을살아온놈이라면더더욱그렇겠지.나는정말로알고싶지않다.그냥지금까지내가택했던것들이우연하게도가장좋은선택지였음을,그러므로모든다중우주에서가장행복하고잘된놈은바로여기있는나라고믿고사는편을택하겠다.
_「한편,다른우주에서는」중에서,137쪽

하루중5분정도만눈을뜨고서로를바라볼수있는대재앙속에살아가는연인(「5분동안」),목성에휴가를갔다미개발지역의늪에서생사가갈라진연인(「삼두고양이」),온몸이따개비로변해가는상대방을단단히끌어안는연인(「따개비」)까지이책에는다양한국면에놓인연인들도등장한다.작가는두명의타인이발맞춰걷는일이얼마나고단한지,물러설수없는곤경에처했을때손을놓지않기란얼마나어려운지,그럼에도끝까지상대를품는것이얼마나고귀한지알려준다.

“나도같이있을게.”
놀란얼굴로나를바라보는연희를팔다리로단단히감아끌어안았다.혹시나중에누군가가하나의따개비덩어리가된우리를발견하더라도떼어놓을수없도록.우리는부서질지언정분리되지는않을것이었다.
_「따개비」중에서,184쪽

“씨익웃던나래의얼굴을떠올리던때
그래,나는조금행복했었던것같다.”

텁텁한현실에서기어코찾아내고야마는행복

기쁨과비애,상큼함과아릿함이교차하는가운데특히두드러지는것은직설적으로행복을희구하는작품들이다.「투데이즈무드」에나오는대다수의인물들은비싼구독료와엄격한룰에도불구하고‘기분구독서비스’를이용하며나날의행복을상자에위임한다.「돌이키는하루」의‘나’는목뒤의버튼을눌러평생한번만저장할수있는하루를평범한중학교의어느날로선택하고,삼십대중반이되어서도그날을재생하는즐거움에매일같이빠져든다.한편생활에권태를느끼던「기쁨목걸이」의‘나’는친구‘나래’에게일과중도파민수치가높았던순간을캡처해재생해주는목걸이를선물받는다.하루를마치고기대없이목걸이를작동하자‘나’의머릿속에는아침에새로산보디로션을처음발랐을때,출근길에흐드러진능소화를바라보았을때,점심시간에돈가스를한입베어물었을때가재생되고,‘나’는일상곳곳에의식하지못한기쁨의순간들이자리했었음을깨닫는다.

작가는팍팍한삶의굴레에서도끝끝내재미를발견하기를,행복을희망하기를놓지말자는메시지를전한다.이야기를궁굴리며지어올린환상의세계는낯섦대신익숙함으로우리삶과포개어진다.짧은이야기안에서도다채로운서사를통해폭넓은소설적스펙트럼을펼쳐보이는이유리의『웨하스소년』은독자에게소설을읽는재미와기꺼운경험을선사할것이다.

인생이다그렇게이루어져있는거아닌가.행복했다불행했다하지만굳이따지자면행복이불행보다는좀더많은그런구성으로.
_「투데이즈무드」중에서,71쪽

작가의말

“너의삶은사랑으로가득하지만,사랑은곧동량의고통이기도하지.너는많은것을갖지만네가가진것들은널수시로괴롭힐거야.너는아름답지만네추한마음을가릴수있을만큼사랑스럽지는않고,너는굳건하지만네머릿속의폭풍을멎게할수있을만큼강하지는않을거야.”
나는방금들은말을곰곰이곱씹으며이해하려고애썼지만,물론전혀이해할수없었다.
“그래서나는뭐가된다는건데?”
그러자캔속의존재는시큰둥하게대답했다.
“아아,너는이야기를지어내는사람이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