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의 말 : 황무지에서 대성당까지, 절망에서 피어난 기묘한 희망 -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양장)

레이먼드 카버의 말 : 황무지에서 대성당까지, 절망에서 피어난 기묘한 희망 -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양장)

$26.71
Description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이끈
노동계급 절망의 기록자

레이먼드 카버의 국내 첫 인터뷰집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며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로 불리는, 작가들의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국내 첫 인터뷰집 『레이먼드 카버의 말』이 출간되었다. 대표작 『대성당』을 비롯해 그의 많은 소설과 시, 산문이 국내에 번역되었지만, 공식적으로 카버의 내밀한 이야기가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편소설이 외면받던 시기에 오직 단편소설만으로 문학적 성취를 이룬 그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고, 이에 답하는 과정은 인터뷰어들뿐만 아니라 카버 자신에게도 그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행위”가 되어주었다.

“글쓰기란 무언가를 발견하는 행위예요.” 카버는 1987년에 프란체스코 두란테Francesco Durante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잘 진행되었을 때에는 인터뷰 또한 그에게는 새로운 발견의 행위가 되었다. 이 대화들을 통해 카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검증해보고, 자신에 대한 비평에 대답하고, 나중에 쓰게 될 에세이와 비평 들에서 발전시킬 생각을 시험해보았다.
-10쪽

총 24편의 인터뷰에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카버의 아이디어, 끊임없는 퇴고와 같이 글쓰기에 대한 것뿐 아니라 그가 바라보는 당대의 문학적 풍경이 담겼다. 더불어 가난했던 유년, 이른 결혼과 아이들을 부양해야 했던 젊은 시절, 그 후로 이어진 알코올의존증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 또한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카버의 육성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통해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세계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동시에 그 자신인 까닭을 이해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고통과 절망을 지나 마침내 죽음마저도 뛰어넘”은 삶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저자

레이먼드카버

저자:레이먼드카버(RaymondCarver)
1938년5월25일엘라비어트리스케이시와클레비레이먼드카버사이에서태어났다.고등학교졸업후아버지가다니던제재소를비롯해약국,병원등에서일했다.1957년메리앤버크와결혼해이후딸과아들을얻었다.1958년치코주립대학교에입학해이듬해문학적스승존가드너를만나문예창작강의를수강했다.1963년험볼트주립대학교에서학사학위를받고,아이오와대학교의작가워크숍대학원과정에서수학했다.
단편「분노의계절」(1961)이문예지에수록되면서본격적인작가생활을시작했으며,이어두권의시집『클래머스근처NearKlamath』(1968),『겨울불면증WinterInsomnia』(1970)을출간했다.캘리포니아대학교와아이오와대학교에서문예창작을가르치는생활을이어가다1974년알코올의존증과가정문제로인해사직했다.1976년첫소설집『제발조용히좀해요』가출간되고,이듬해전미도서상후보에올랐다.같은해11월텍사스주댈러스에서개최된작가회의에서시인테스갤러거를만나고,1978년아내와이혼한뒤함께살기시작했다.1983년대표작『대성당』을출간하고,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로부터밀드레드앤드해럴드스트라우스생활기금의수혜자로선정되었다.이듬해『대성당』으로퓰리처상후보에올랐다.
1987년에암이번진왼쪽폐를일부절제하는수술을받고,이듬해암이뇌에서재발해7주에걸친방사선치료를받았다.기존의작품들중에서고른선집『내가전화를거는곳』(1988)이출간되었으며,같은해하트퍼드대학교에서명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6월초양쪽폐모두에서암이재발하고,같은달갤러거와결혼식을올렸다.8월2일포트앤젤레스의자택에서50세의나이로생을마감했다.

엮음:마셜브루스젠트리(MarshallBruceGentry)
조지아대학영문학과교수.『플래너리오코너의종교와그로테스크FlanneryO’Connor’sReligionoftheGrotesque』『이렇게만나니더반가워:플래너리오코너에대한다양한접근법,에세이선집BettertoSeeYouwith:PerspectivesonFlanneryO’Connor,SelectedandNew』의저자이자〈플래너리오코너리뷰FlanneryO’ConnorReview〉의편집자다.

엮음:윌리엄L.스털(WilliamL.Stull)
『엮기와쓰기:문장엮기와생성적수사법CombiningandCreating:SentenceCombiningandGenerativeRhetoric』의저자이자,레이먼드카버의미발표소설과산문을엮은『내가필요하면전화해』『영웅담은그만:누락된작품들NoHeroics,Please:UncollectedWritings』의편집자다.

역자:고영범
번역가로일하며소설과희곡을쓴다.
캐롤스클레니카의『레이먼드카버:어느작가의생』을번역한뒤로비평적전기『레이먼드카버:삶의세밀화를그린아메리칸체호프』를썼고,카버의시집『우리모두』를번역했다.

목차


서문│마셜브루스젠트리,윌리엄L.스털

우리자신의삶의메아리
최선의예술
3×5인치격언들
생각에잠겨있는동안,그의위상은더높아진다
아무리희미하더라도끈질기게
한번에하나씩
전늘글을쓰고싶어했어요
황무지에서들려오는어떤목소리
제대로된작가는자신의상상력을이용해독자들을확신시킵니다
노동계급의절망의기록자
보이는것이상의것들
카버나라의리얼리즘
쪼개져흐르는세계
삶이열리기시작한다
문학을말할때우리가이야기하는것
선명함과단순함의세계
생과사의문제
글쓰기란무언가를발견하는행위예요
낭비하는글쓰기
미국문학과레이먼드카버
증언하는사람
무척마음에드는변화
어둠이그의책들을장악한다,그의삶이아니라
끝내야하는책이한권있어요.전운이좋은사람입니다

옮긴이의말
연보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온몸으로겪어낸좌절과
열리기시작한“두번째삶”

레이먼드카버가‘이야기’를발견한것은어릴적아버지가책을읽는모습에서“사적인행위”를본순간이다.사적인영역이라고는존재하지않는가난한집안에서독서는그에게지극히개인적인어떤것으로보였고,카버는책을읽고또이야기를만들어내며자신만의세계를구축해갔다.그러나열여덟이라는어린나이에했던결혼과곧이어태어난두아이는글쓰기보다는먹고사는일에매진하게했으며,그에게예술이란“그렇게할만한여유가있을때추구할수있는”것이었다.그럼에도일을하는틈틈이차에나가앉아무릎에노트를올려두고글을쓰던그였지만,이후겪게된알코올의존증은삶을황무지로만들어버렸다.

지금은희망이라는게있지만,전에는특히믿음과연결되어있는의미에서의‘희망’이란건저한테없었어요.지금은세계가오늘나에게존재한것과같은방식으로내일도존재하리라는걸믿어요.전에는이런믿음이없었죠.아주오랫동안저는아주즉흥적으로살았고,술때문에저자신과주변사람들모두를끔찍한곤경에몰아넣었어요.
-189쪽

그러나카버가온몸으로겪어낸좌절들은그로하여금세상의“더낮은곳”에놓인이들을주목하게했다.“작가는그보다더할수도있습니다.더낮은곳에시선을둘수도있다는거죠.”그의인물들이“너무나무력”한점에대해,이를테면“고장난냉장고를고치는대신에불평만하고앉아있다”고비판하는사람들에게카버는무언가가고장났을때그걸고치거나새로살돈같은건없는사람들이있다고대답한다.이들은물질적으로뿐만아니라정신적으로도가난한데,오랜시간그의편집자이자친구로함께한고든리시의말에따르면카버는그런누추함을“찬양”하고,나아가“어느누구도시도해본적없는방식으로시적인것으로만들어”낸다.

어떤인생들에서는사람들이늘성공을거두죠.그리고그렇게되는건정말근사한일이에요.다른인생들에서는사람들이삶을이어나가기위해필요한크고작은것들을아무리원하고,그걸이루기위해애를써도성공을거두지못해요.그리고물론,이런인생들이써야할가치가있는인생들이죠.성공하지못하는사람들의인생이요.제가해온대부분의경험은,직접적으로든간접적으로든,이성공하지못하는인생과관련있어요.
-89쪽

그가‘두번째삶’이라부르는,알코올의존증에서벗어난삶이펼쳐지면서카버의작품에는가느다란희망과동정심이더해진다.그스스로“마음을열어주는”과정이었다고말한「대성당」이대표적인예다.변화한환경과건강해진정신이그를더“긍정적이고,낙관적인전망”으로이끌었다고이야기하는한편,언제든“상상의문”을열면여전히절망의“질감”도떠올릴수있다는그에게서더다양한세계를그리게된작가의기쁨이느껴진다.

“쓰지않는건상상할수도없어요”
집요한쓰기에서탄생한문학적증언들

카버의소설이그토록독특한스타일을지닌이유는그만의어조덕분인데,그에게어조란“작가가세상을보는방식”이다.그는“비아냥거리”지않으며,등장인물들을무시하거나“깎아내리”지않는다.그는이세계의‘증인’으로서이야기를전달한다.소설의영향력에대해묻는질문에그는이렇게대답한다.“좋은소설이하는일중하나는한세계의소식을다른세계로전해주는거예요.”일상의사소한것들을예민하게포착하며,그것을읽는독자들로하여금어느새소설을읽고있다는사실을잊어버리고삶이“메아리처럼”되돌아오고있음을깨닫게하는카버의문학은“한줄한줄모두진실”일수밖에없다.

쓰지않는건상상할수도없어요.하고싶은말이하나도없다고느끼게될때에는예외겠지만요.그렇게되면물론그만쓰게되겠죠.하지만제가쓸수있고무언가의증인이될수있다고느끼는한,계속할생각입니다.
-354쪽

그리고그는그렇게하기위해수정에수정을거듭한다.글을쓸때면전화선을뽑아놓고,문에‘방문사절’표지판을걸어두고,자신외에는아무것에도귀기울이지않은채쓴다.사망직전까지이어진인터뷰에서조차카버는글쓰기에대한열정을내비쳤다.“끝내야할책이한권있어요.회고록(믿어져요?)을써야하고,출판해야할시들도있어요.전운이좋은사람입니다.”글쓰기와현실의경계를허물며그가쌓아올린이야기는우리가살아가는시대의문학적증언으로남았다.그열렬한과정이고스란히담긴이인터뷰들은그자신과더불어이세상의소외된모든이에게목소리를주고자했던한작가의귀중한기록이다.이사려깊은목소리를통해그동안이해하기어려웠던삶의귀퉁이들을이해해보기를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