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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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일러주는 말을 나는 받아 적었다. 시였다.”

등단 42년, 섬진강의 김용택 시인이 사랑한 마을과 마을 사람들,
떠올리면 웃음이 나는 공동체와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헌사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한국 서정시의 한 축을 담당해온 김용택 시인, 특유의 친근한 언어로 등단 이후 42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시인이기도 하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시 「섬진강」 연작을 썼고, 변화하는 농촌공동체와 도도하게 흐르는 섬진강의 강인한 이미지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섬진강 시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그는 시집과 산문집, 동시집을 꾸준히 펴내며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김용택 문학의 바탕에는 항상 섬진강과 고향 마을이 자리했으며 시인 역시 그 사실을 늘 잊지 않았다. 시인은 모두가 가난했지만 함께 일하고 어울려 놀았던 ‘그때’의 마을 사람들을 기억한다. 이에 고향과 사람들에 대한 시를 묶고, 마르지 않는 영감으로 써 내려간 신작시들을 모아 새로운 시집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을 펴냈다.

이 시집은 오래전 그러니까, 그때 내가 시를 읽고 세상을 배워가며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따로 써놓고 발표하지 않은 우리 마을 이야기들이다.
-「시인의 말」에서

시집에는 67편의 시와 2편의 산문을 실었고,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 15컷도 함께 수록했다. 그는 매일 산책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조금씩 다른 자연을 기록했다. 매일 보는 풍경에도 질리지 않고 때때로 낯선 감각을 포착해내는 사진을 보다 보면, 빼어나게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고유의 시선을 실감하게 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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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용택

저자:김용택
시인.1948년전북임실에서태어났다.1982년부터작품활동을시작했고,시집으로『섬진강』『맑은날』『꽃산가는길』『강같은세월』『그여자네집』『나무』『그래서당신』『수양버들』『키스를원하지않는입술』『울고들어온너에게』『나비가숨은어린나무』『모두가첫날처럼』등이있다.산문집『김용택의섬진강이야기』(전8권)등과동시집『콩,너는죽었다』등을냈고,시와산문을엮어『시가내게로왔다』(전5권)『머리맡에두고읽는시』(전5권)등을냈다.태어나고자란곳에서평생살아가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그늘이환하게웃던날

그늘이환하게웃던날
긴뫼
배꽃
공동우물
호랑이장가간날
앵두
물소리
사랑방
구장네솔밭
멧새
이야기하나
이야기둘
소나기
푸른솔가지를꺾어무릎에깔고절을하다

2.그리운사람들

같이먹고일하면서놀았다네
옥정댁
서춘할아버지느티나무
암재할머니
탐리양반
얌쇠양반
아롱이양반
청산
사구실댁
진짜다
빠꾸하나씨
이울양반
큰당숙
일촌一村어른
초행길

3.색바랜사진

마을법
살구나무가있는풍경
고기
독립
공부
구렁이
귀소歸巢
장닭
큰물
보리밭
밤에먹은복숭아
곶감서리
가다꾸리비누공장
속수무책수수방관
오래된사진한장

4.꽃,등에지고서있네

얼굴
문전옥답
초가두칸집
우리는어쩌라고
어린것
집안일
사냥
가시내
대화
꽃밭등

5.그해,그배꽃


밥상
분명
어느해
김도둑
그해,그배꽃
앗차!
마케
큰집사위

6.서울

서울길
서울2
서울3
서울4

그리운그이름들
그때가배고프지않은지금이었으면

출판사 서평

집에는67편의시와2편의산문을실었고,시인이직접찍은사진15컷도함께수록했다.그는매일산책을하고사진을찍으며조금씩다른자연을기록했다.매일보는풍경에도질리지않고때때로낯선감각을포착해내는사진을보다보면,빼어나게섬세한감수성을지닌고유의시선을실감하게된다.

“나의하루는늘그렇게강물이었습니다”
문학으로다시태어나고영원히살아가는공동체

『그때가배고프지않은지금이었으면』은총5부로이루어져있다.1~4부는마을에서의일화와마을사람들이야기를담았고,5부는농촌에서서울로가던이의애절한마음을보여주는시들을담았다.

김용택이고향인진메마을에보내는애정은더없이맑고순정하다.마을사람이었던‘얌쇠양반’‘아롱이양반’‘옥정댁’등의이름을호명하고삶의어느순간을쓴다.시집을읽다보면,김용택시의근원은무엇보다지극한사랑에서온다는것을깨닫게된다.종종거리며움직이던멧새의모습과부지런히밭을매던어머니의머릿수건,일을마치고징검다리에앉아수다를떨던사람들,친구와과일서리하던밤,계절을분명하게실감할수있었던농사일의추억은사라져가기에더욱안타까운마을공동체의한모습들이다.『그때가배고프지않은지금이었으면』은이애틋한마음을마치스케치하듯담담하게보여준다.

논밭한뙈기없이
우리동네유일한상업행위로살다가
마을회관에구판장생기자
품팔아빚없이잘먹고
자립경제로깨끗하게잘살았다.
암재할머니돌아가시자
집없어졌다.
물찍어발라빗은허연머리만
물위를떠가는거품처럼
동네이곳저곳에남았다.
-「암재할머니」에서

시인은태어나고자란진메마을에서지금도살아가고있다.먹을것이부족하고가진것도없었던유년시절을떠올릴때마다지금의풍요가그시절에도있었더라면,하고종종안타까워한다.그러나가난속에서도서로의삶에기울이던애틋한관심도기억한다.때로는다툼도있었지만대부분따뜻했던,바람처럼사라져간사람들은시인에게모두그리움으로남았다.김용택은마을사람들의이름을하나씩부르는것만으로도한편의시를써내려간다.문학의힘으로깊숙이묻혀있던순하고진실한기억을끌어올리며,우리가어울려살았던마을의소중함과공동체의가치를마음에굳게아로새겨준다.

서춘할아버지가심은마을앞느티나무100년하고50년도더되었습니다.
동네사람들모두그그늘로자랐습니다.
-「서춘할아버지느티나무」에서

언젠가그들과다시마을을이루어살것이다

김용택의언어는소박하고간결하다.읽기어렵지않지만,그안에깃든생명력은타오를듯뜨겁고절절하다는점이꼭자연을닮았다.등단한지40년이지났지만그가사람과문학을대하는마음은나이들지않고언제나생생하여때로소년의얼굴을닮았다.

소란하게어울려지냈지만지금은세월이데려간사람들을떠올리며김용택은계속해서쓴다.슬픔을넘어기억과사랑으로빚어낸문장들을읽으며시인의사랑이영원히낡지않기를,언제나겸허한마음으로자연의말을받아적으며끝없이나아가기를바라게된다.갈등과반목의언어가횡행하는세상속에서곡진한시의문장을읽는행위는그자체로위안을주기때문이다.나아가고달픈일상을조금이나마해소할수있는힘은결국주변을돌아보는애정에서나온다는것을,시를읽으며깨닫는다.

그들이저세상어느산골,우리마을닮은강가에모여마을을만들어살것이다.그랬으면좋겠다.나도그마을에들어가그때는시안쓰고그냥얌쇠양반처럼해와달이시키는대로농사일하면서근면성실하게살고싶다.그렇게생각하니,마음이놓인다.
-「그때가배고프지않은지금이었으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