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가주의 : 왕빙, 영화가 여기에 있다

나의 작가주의 : 왕빙, 영화가 여기에 있다

$22.52
Description
질문하는 영화와 마주치기 위한 안간힘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14년 만에 선보이는 단독 신작
35여 년간 평론가로, 때로는 감독으로 활동하며 오로지 영화에 복무하고 있는 정성일의 신작 『나의 작가주의』가 출간되었다. 그간 여러 책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는 했으나 단독 저서를 선보이는 것은 14년 만이다. 긴 시간 정성일의 궤적을 좇으며 글과 말을 통해 영화적 유대감을 구축해온 이들에게는 오랜만에 그의 글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다.
'왕빙, 영화가 여기에 있다'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중국 영화감독 왕빙王兵과 그의 작품에 대해 쓴 책이다. 왕빙은 중국 선양시의 스러져가는 공장단지 '톄시취鐵西區'를 담은 9시간 11분짜리 다큐멘터리 〈철서구〉로 2003년 등장하며 자신의 이름 두 자를 세계 영화계에 각인시켰다. 이후 〈세 자매〉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사령혼〉 〈흑의인〉 등 조국의 역사에 대한 뿌리 깊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국가에 의해 정체성이 훼손당하고 주변부로 내몰린 사람들을 계속해서 찾아다니며 촬영하고 있다.
정성일 역시 2003년 〈철서구〉를 처음 본 후 “영화를 보는 나를, 그렇게, 질문 앞으로 데려가는 영화. 그렇게 나를 다시 한번 처음으로 데려가는 영화”라고 상찬했고, 그때부터 줄곧 왕빙을 향해 경건한 존경과 사랑을 보내왔다. 왕빙의 촬영 현장을 따라다니며 〈천당의 밤과 안개〉라는 영화까지 만들 정도로, 정성일에게 왕빙은 각별하다. 그는 이 책에서 왕빙의 영화 아홉 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왕빙이라는 감독에 대해, 이름이 삭제된 이들에게 이름표를 붙여주는 작업과도 같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철저하게 써 내려간다.
정성일은 왕빙의 생애부터 영화평론, 부산에서 직접 나눈 인터뷰와 필모그래피까지 공력을 기울여 경애하는 감독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다. 그는 종종 '당신은 왜 그렇게까지 왕빙을 좋아하는가'라는 물음을 들어왔는데, 『나의 작가주의』로 그에 대한 답신을 갈음하게 되었다. 나아가 이 책은 동시대 가장 중요한 다큐멘터리 감독 중 하나인 왕빙을 바로 알 수 있는 유일한 한 권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왕빙의 영화는 내게 당신은 영화를 왜 봅니까, 라고 물어보았다. 이 질문의 자리가 시작이 되었다. 그의 영화(들) 앞에서 나의 기쁨을 위해서, 라고는 대답할 수 없었다. 누군가 의무를 갖고 영화를 만들 때 반대편 자리에 앉은 사람은 책임 앞에 서게 된다. 나는 영화가 주장하는 모든 권리를 밀쳐내고, 그 권리의 바깥에 놓여 있는 거기, 그 장소, 그 장소에 있는 사람에게로 향할 때 비로소 영화와 세계 사이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회복할 수 있었다.
_「책머리에」에서

저자

정성일

저자:정성일
매일영화를보고자주영화평을쓰고가끔영화를연출한다.임권택감독과의전작인터뷰집『임권택이임권택을말하다』,두권의영화비평집『언젠가세상은영화가될것이다』와『필사의탐독』을썼다.첫번째영화<카페느와르>가제66회베니스영화제에초대받았고,왕빙감독의영화현장을방문한다큐멘터리<천당의밤과안개>는제45회로테르담영화제에초대받았다.그리고임권택감독의일상과현장을담은<녹차의중력>과<백두번째구름>이제23회부산국제영화제에초대받았다.

목차

책머리에왕빙,당신은누구십니까
왕빙이왕빙이되기까지

톄시취에들어오는열차_철서구
중국의로빈슨크루소_이름없는남자
구름아래,산위에서_세자매
머리안의중국,또하나의중국_광기가우리를갈라놓을때까지
죽음이우리를갈라놓을때까지_팡슈잉
마오의유령들,채무,뼈_사령혼
마오와예술가_미는자유에있다
피와땀을지불하고,청춘을바쳤노라_청춘:봄
제트기자세수난곡_흑의인

인터뷰같은시간,같은공간에있었다
참고문헌
필모그래피

출판사 서평

질문하는영화와마주치기위한안간힘
영화평론가정성일이14년만에선보이는단독신작

35여년간평론가로,때로는감독으로활동하며오로지영화에복무하고있는정성일의신작『나의작가주의』가출간되었다.그간여러책에공저자로이름을올리기는했으나단독저서를선보이는것은14년만이다.긴시간정성일의궤적을좇으며글과말을통해영화적유대감을구축해온이들에게는오랜만에그의글을한자리에서만나볼수있는귀중한기회이다.
‘왕빙,영화가여기에있다’라는부제에서알수있듯,이책은중국영화감독왕빙王兵과그의작품에대해쓴책이다.왕빙은중국선양시의스러져가는공장단지‘톄시취鐵西區’를담은9시간11분짜리다큐멘터리<철서구>로2003년등장하며자신의이름두자를세계영화계에각인시켰다.이후<세자매><광기가우리를갈라놓을때까지><사령혼><흑의인>등조국의역사에대한뿌리깊은문제의식을바탕으로,국가에의해정체성이훼손당하고주변부로내몰린사람들을계속해서찾아다니며촬영하고있다.
정성일역시2003년<철서구>를처음본후“영화를보는나를,그렇게,질문앞으로데려가는영화.그렇게나를다시한번처음으로데려가는영화”라고상찬했고,그때부터줄곧왕빙을향해경건한존경과사랑을보내왔다.왕빙의촬영현장을따라다니며<천당의밤과안개>라는영화까지만들정도로,정성일에게왕빙은각별하다.그는이책에서왕빙의영화아홉편을중심으로끊임없이세상에질문을던지는왕빙이라는감독에대해,이름이삭제된이들에게이름표를붙여주는작업과도같은그의작품세계에대해철저하게써내려간다.
정성일은왕빙의생애부터영화평론,부산에서직접나눈인터뷰와필모그래피까지공력을기울여경애하는감독에관한모든것을담았다.그는종종‘당신은왜그렇게까지왕빙을좋아하는가’라는물음을들어왔는데,『나의작가주의』로그에대한답신을갈음하게되었다.나아가이책은동시대가장중요한다큐멘터리감독중하나인왕빙을바로알수있는유일한한권으로자리매김할것이다.

왕빙의영화는내게당신은영화를왜봅니까,라고물어보았다.이질문의자리가시작이되었다.그의영화(들)앞에서나의기쁨을위해서,라고는대답할수없었다.누군가의무를갖고영화를만들때반대편자리에앉은사람은책임앞에서게된다.나는영화가주장하는모든권리를밀쳐내고,그권리의바깥에놓여있는거기,그장소,그장소에있는사람에게로향할때비로소영화와세계사이의관계가회복될수있을것이라는믿음을회복할수있었다.
_「책머리에」에서

우정과경의를담아
검질긴집념으로완성해낸역작

한국영화평론계에서정성일이라는이름은고유한위치를갖는다.전심으로영화를마주하고,필사적으로영화를보고,전력을다해글을쓰는평론가.스스로납득할때까지몇번이고돌려보며영화가던지는질문의답을찾아가고,다시질문하는사람.무엇보다순도높은애정으로오직영화를사랑하는일에천착하는외골수.
그는특히좋아하는감독을향해뿌리깊은지지와신뢰를보내는것으로도유명한데,왕빙은이른바정성일의‘목록’가운데2000년이후단연눈에띄는이름이다.아직국내에정식으로개봉된작품이없어대중적인인지도는낮지만공개하는작품마다세계주요영화제에초청받는것은물론,평론가들에게도높은평가를받고있다.정성일은영화와평론쓰기에권태를느낄무렵<철서구>를만났고,곧바로왕빙이란이름이자신의영화인생에서긴요한자리에놓일것임을직감했다.
정성일은20년동안눈앞에도착하는왕빙의작품들을‘저항’없이‘환대’했다.때로는글을썼고,때로는쓴글을폐기하며왕빙을따라갔다.“찍는다는것은내즐거움을위한것이아니라카메라를든내게내려진의무”라는왕빙의엄중한말앞에서정성일은모든것을내려놓고,이제오직왕빙에관한책을펴내게되었다.쉼없이글을쓰면서도좀처럼책으로는묶지않는다는점을감안하면왕빙에게할애하는정성일의지극정성을짐작할수있을것이다.

“나는비로소이미지와대상,대상이놓여있는장소,사진을찍는나와대상이놓여있는틈사이에무엇이있는지보기시작했어요.이제내게서모든이미지는리얼리티를향하고있다는걸알았어요.그건작가가결정하는것이아니라사실,이라고부르는세상입니다.그리고세상은언제나사실그이상의것이었습니다.나는그이상의것을찍어야했습니다.이제나에게찍는다는것은내즐거움을위한것이아니라카메라를든내게내려진의무라는걸알았습니다.나는여기서,사진과나,세상과나사이에서태도를바꾸었습니다.그리고이태도를믿고지켰습니다.”
_본문에서

“카메라는아무것도과장하지않고있다”
영화감독왕빙에게배운것

『나의작가주의』는영화감독왕빙을국내에처음소개하는책으로도의미가깊다.그의영화는(비교적짧은영화들도있으나)긴상영시간으로유명한데,그중에는16시간30분에달하는작품(<15시간>)도있다.거기에더해실존인물의삶과말을담은,편집이거의없는것처럼보이는다큐멘터리에관객은종종감독의의도나작품의의미를파악하는데애를먹기도한다.이에정성일은왕빙의영화를볼때작품이상연되는무대가‘중국’이라는점,그의영화가다름아닌‘다큐멘터리’라는점을잊으면안된다고강조한다.
이책에서는아홉편의영화를중심으로왕빙의작품세계를샅샅이들여다본다.그에따르면왕빙의작품은일자리를찾아도시로간공장노동자에관한영화,대약진운동과문화혁명시기에반동분자로분류되어강제노동수용소에보내졌다돌아온피해자들에관한영화로크게나뉘고,그사이에중국정부의관리와보호바깥에버려진이들을다룬영화가존재한다.
왕빙또한어린시절대약진시기기근에시달렸고,돌아가신아버지의일을이어받아야하는국가정책에따라열네살때부터돈을벌었다.문화혁명과천안문사건을겪으며자란그는자연스럽게역사의흐름속에서소외되고사라져가는사람들의생의소리를듣고기록하기위해영화를찍기시작했다.정성일은역사의증인들앞에서어떤연출이나왜곡없이증언을경청하고,그럴싸한미사여구대신“그저찍는다”는말로자신의방법론을설명하는왕빙에게서영화를찍는자리에선사람의태도를배웠다고고백한다.

왕빙은원칙보다자기카메라앞에서있는인물이훨씬중요하다고믿는다.거기에카메라가존재하지만실존하는것은항상그인물이다,라는상위원칙.왕빙은그것을이항대립으로만들지않았다.지금여기,라는장소에영화가있음을의식하면서질문을제기하는특별한존재자의실존에대해그걸내내열어놓는행위,를왕빙은그저찍는다,라는말로내게간단하게설명했다.이제까지모두들내게어떻게찍는지에대해설명하려고애썼다.왕빙은그저찍는다,라는말로자기의방법을정식화시켰다.
_본문에서

최대한디테일하게영화장면과촬영현장을독자의눈앞에가져다놓으려는정성일의안간힘덕에머릿속에는생생하게이미지가그려지고,왕빙작품에서카메라와대상사이의거리감은어떻게조성되는지가늠할수있게된다.무엇보다왕빙에게는‘지금,여기’있음에도존재를인정받지못하는이들을싸우듯담아내는일이시급하다고정성일은말한다.그러면서촉구한다.눈을돌리지말자고,왕빙의영화에동참하자고,계속해서질문을던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