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어쩌면 당신이 날 볼 거다.
나를 찾길 잘했다고 여길 만큼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 거다.”
나를 찾길 잘했다고 여길 만큼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 거다.”
언어와 이미지, 모국어와 외국어의 경계를 횡단하며
시인의 감수성으로 써 내려간 디아스포라 산문
이훤 시인의 산문 『눈에 덜 띄는』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그간 시집 『양눈잡이』, 산문집 『아무튼, 당근마켓』 등 여섯 권의 책을 펴내고, 『끝내주는 인생』『정확한 사랑의 실험』 등에 사진으로 함께하며, 문학과 사진을 애호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넓혀왔다. 신작 산문집에서 그는 이국에서 이방인이자 소수자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존재들을 사려 깊게 응시한다. 소설 『파친코』와 영화 〈미나리〉,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한국계 디아스포라 서사가 주목받는 가운데, 시인만의 감수성으로 써 내려간 새로운 디아스포라 산문으로 자리매김할 책이다. 비단 사전적 정의의 ‘디아스포라’가 아니더라도, 경계를 섬세하게 감각하는 이라면 누구나 폭넓게 공감할 수 있다.
“눈에 덜 띄는 것들은 비밀을 품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몇 개의 비밀을 나눠 갖게 될 거다.”
책의 첫 장은 국경을 통과하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의 사유가 단지 사적인 영역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이훤 시인은 자기 내면의 외로움과 상처로 침잠하기보다는, 그와 닮은 슬픔을 느끼는 이들을 다정한 힘으로 일으켜 세운다. 타국으로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는 이별의 순간을 경유해,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의 곁으로 나아간다. 「내가 잘 안 보인다는 감각」에서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선 배우 키 호이 콴과 양자경의 모습을 지켜보며 세계 어디서나 소수자가 일상적으로 겪기 쉬운 미세 차별(microaggression)을 떠올린다. 「크고 작은 나의 집」에서는 오래된 정릉 언덕을 지켜온 원주민 노인들과 이 골목에 찾아온 이주민 유학생의 삶을 포개어 본다. 그는 눈에 덜 띄는 존재들을 손쉽게 뭉뚱그리지 않고 하나하나 이름을 호명하며, 그들의 비밀을 기꺼이 나누어 안는다.
“보이지 않아도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나 또한 여러 번 연습해왔다.”
이국의 삶에서 비롯한 시차(時差)는 그에게 경계를 감각하는 남다른 시차(視差)를 선사한다. 덕분에 그의 연대감은 국적과 인종, 성별과 세대, 인간과 비인간 너머로까지 확장된다.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 모국어에 대한 감각을 갱신하며, 익숙하다 믿었던 가족의 몰랐던 모습을 뒤늦게 발견한다. 고양이의 입장에서 인간과의 반려 생활을 가늠하는가 하면, 바다거북과 채소의 입장에서 지구의 미래를 헤아려보기도 한다. 일련의 사유가 그에게는 독자의 자리에서 시를 읽는 것, 타인의 언어를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려는 행위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차이가 누군가에게는 타인을 배척할 근거가 된다면, 시인에게는 시야를 넓히는 매개가 된다.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삶의 태도는 창작에도 투영된다. “타국어로 존재하는 동안” 시인으로서 언어를 마주하는 그의 눈빛은 더 천진하고, 한결 진지해진다. 이슬아 작가와의 영어 수업 이야기에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두 사람이 함께 언어를 탐구한 “특수한 우정”이 스며 있다. 그 우정의 기록인 「우주에서 가장 감자적인 인간이 되어」는 2023년 출간된 이슬아 작가의 산문집 『끝내주는 인생』 수록작 「픽셀 속 영어 교사」와 나란히 읽을 때 더욱 빛난다.
언젠가 한번쯤, 눈에 덜 띄는 감정을 느껴본 당신에게 건네는
우정의 초대장
명사로 맺어 단언하지 않고, 문장의 마지막 자리를 열어둔 제목 ‘눈에 덜 띄는’에는 작가가 상상할 수 있는 경계 바깥에서 독자가 아직 ‘눈에 덜 띄는’ 존재들을 함께 발견해나가기를 청하는 그의 바람이 담겼다. 에필로그에서 시인은 “눈에 띄지 않는 상태일 때 더 중요한 진실”이 있음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펼치는 것으로 그 믿음에 동참할 수 있다.
시인의 감수성으로 써 내려간 디아스포라 산문
이훤 시인의 산문 『눈에 덜 띄는』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그간 시집 『양눈잡이』, 산문집 『아무튼, 당근마켓』 등 여섯 권의 책을 펴내고, 『끝내주는 인생』『정확한 사랑의 실험』 등에 사진으로 함께하며, 문학과 사진을 애호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넓혀왔다. 신작 산문집에서 그는 이국에서 이방인이자 소수자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존재들을 사려 깊게 응시한다. 소설 『파친코』와 영화 〈미나리〉,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한국계 디아스포라 서사가 주목받는 가운데, 시인만의 감수성으로 써 내려간 새로운 디아스포라 산문으로 자리매김할 책이다. 비단 사전적 정의의 ‘디아스포라’가 아니더라도, 경계를 섬세하게 감각하는 이라면 누구나 폭넓게 공감할 수 있다.
“눈에 덜 띄는 것들은 비밀을 품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몇 개의 비밀을 나눠 갖게 될 거다.”
책의 첫 장은 국경을 통과하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의 사유가 단지 사적인 영역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이훤 시인은 자기 내면의 외로움과 상처로 침잠하기보다는, 그와 닮은 슬픔을 느끼는 이들을 다정한 힘으로 일으켜 세운다. 타국으로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는 이별의 순간을 경유해,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의 곁으로 나아간다. 「내가 잘 안 보인다는 감각」에서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선 배우 키 호이 콴과 양자경의 모습을 지켜보며 세계 어디서나 소수자가 일상적으로 겪기 쉬운 미세 차별(microaggression)을 떠올린다. 「크고 작은 나의 집」에서는 오래된 정릉 언덕을 지켜온 원주민 노인들과 이 골목에 찾아온 이주민 유학생의 삶을 포개어 본다. 그는 눈에 덜 띄는 존재들을 손쉽게 뭉뚱그리지 않고 하나하나 이름을 호명하며, 그들의 비밀을 기꺼이 나누어 안는다.
“보이지 않아도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나 또한 여러 번 연습해왔다.”
이국의 삶에서 비롯한 시차(時差)는 그에게 경계를 감각하는 남다른 시차(視差)를 선사한다. 덕분에 그의 연대감은 국적과 인종, 성별과 세대, 인간과 비인간 너머로까지 확장된다.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 모국어에 대한 감각을 갱신하며, 익숙하다 믿었던 가족의 몰랐던 모습을 뒤늦게 발견한다. 고양이의 입장에서 인간과의 반려 생활을 가늠하는가 하면, 바다거북과 채소의 입장에서 지구의 미래를 헤아려보기도 한다. 일련의 사유가 그에게는 독자의 자리에서 시를 읽는 것, 타인의 언어를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려는 행위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차이가 누군가에게는 타인을 배척할 근거가 된다면, 시인에게는 시야를 넓히는 매개가 된다.
타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익숙한 질서를 포기하는 일이다. 세계를 부르는 순서도 리듬도 감각도 달라진다. 무의식보다 의식에 의지해야 한다. 존재하기 위해 조금 더 정성스러워져야 하고, 말하고 듣고 생각하기 위해 더 많은 수고를 치러야 한다.
근데 언어가 원래 조금은 수고스러워야 하는 거 아닌가?
_본문에서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삶의 태도는 창작에도 투영된다. “타국어로 존재하는 동안” 시인으로서 언어를 마주하는 그의 눈빛은 더 천진하고, 한결 진지해진다. 이슬아 작가와의 영어 수업 이야기에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두 사람이 함께 언어를 탐구한 “특수한 우정”이 스며 있다. 그 우정의 기록인 「우주에서 가장 감자적인 인간이 되어」는 2023년 출간된 이슬아 작가의 산문집 『끝내주는 인생』 수록작 「픽셀 속 영어 교사」와 나란히 읽을 때 더욱 빛난다.
언젠가 한번쯤, 눈에 덜 띄는 감정을 느껴본 당신에게 건네는
우정의 초대장
명사로 맺어 단언하지 않고, 문장의 마지막 자리를 열어둔 제목 ‘눈에 덜 띄는’에는 작가가 상상할 수 있는 경계 바깥에서 독자가 아직 ‘눈에 덜 띄는’ 존재들을 함께 발견해나가기를 청하는 그의 바람이 담겼다. 에필로그에서 시인은 “눈에 띄지 않는 상태일 때 더 중요한 진실”이 있음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펼치는 것으로 그 믿음에 동참할 수 있다.
누구도 영원히 눈에 띌 수는 없다. 그리고 나는 인간이 다수의 눈에 띄지 않는 상태일 때 더 중요한 진실을 품는다고 믿게 되었다. (…) 존재 방식을 옹호받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바뀐다.
_본문에서
눈에 덜 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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