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큰글자도서) (진은영 산문)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큰글자도서) (진은영 산문)

$34.00
Description
“위대한 책들의 타격 아래서 우리는 번번이 죽고
또 번번이 다른 존재로 태어난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영혼의 반짝임을 발견하는 시인,
진은영의 신작 산문집
저자

진은영

1970년대전출생이다.이화여자대학교철학과를졸업했고같은대학의대학원에서니체철학에대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2000년〈문학과사회〉에시를발표하면서등단하였다.건망증이심하다.책을읽고사람을만나고사물을응시할때마다깊은감동을받고즐거움을느끼지만그것들을금세잊는다.마르께스는늘새벽에일어나'손이식기전에'글을쓴다고했다.자신을건드린사물들,사람들,그리고책에대한기억이손에서식기전에뭔가써보고싶다.쓰는일을통해,사라진사물들과시간속에거주한다.오랫동안아름다운시들을읽었고스피노자,칸트,니체의철학을공부했다.그리고맑스와용수(나가르주나)와들뢰즈를가르쳐주고함께읽었던이들을사랑한다.그소중한시간들에대한기록으로시집『일곱개의단어로된사전』,『우리는매일매일』,『훔쳐가는노래』,『나는오래된거리처럼너를사랑하고』등을출간했다.조선대학교문예창작학과에서시를가르치고있다.

출판사 서평

등단후24년동안네권의시집을출간하며감각적이고치열한언어와예리한사회인식으로사랑받아온진은영시인이신작산문집『나는세계와맞지않지만』을펴낸다.시인은책의서문에서“내빨간수첩과내머릿속은이렇게어디서왔는지불분명한타인의문장들로가득하다”라고이야기한다.쉽게잠들지못했던밤과죽고싶었던순간마다자신을살렸던문장들이있었고,시인은쉴새없이그것들을읽고밑줄을그으며힘든시간을견뎠던것이다.시간이흘러고통과회복의기억이희미해진후에도자신을살게했던책이있었다는사실을잊지않는다.진은영이호명하는작가들은그이름만으로도강렬하고매혹적이다.카프카,울프,바흐만,카뮈,베유,플라스,아렌트……삶은피할수없는고통으로가득하고,아무리애써도승리는오지않을수있다는걸자각하면서도전력으로글을썼던작가들이다.자신과맞지않는세계속에서고유함을잃지않기위해분투했던이들은,역사의뒤안길로사라지지않고위대한작가의반열에올랐다.그들의책도낡지않고살아남아,현대독자들의영혼에도균열을낸다.시인은사랑하는작가들의책과문장들을살피며,사람을살아가게하는힘에대해이야기한다.또한감당하기어려운슬픔속에서도끝까지단한사람을걱정하는문학의안간힘에대해서도쓴다.

좋은작가는아첨하지않는다.오랜친구처럼우리에게진실의차가운냉기를깊이들이마시라고무심한얼굴로짧게말한다.카프카,울프,카뮈,베유,톨스토이,플라스,니체,아렌트……여기서다룬저자들은다그렇다.그들에게삶은계속되는소송이거나400년내내분투한뒤에야겨우이룰수있는소망,다시굴러떨어지는바윗돌,보상없이행하는사랑,끝없이헤매다제자리로돌아오게하는겨울숲같은것이다.(…)이들은,내책을읽는다면넌아침에슬펐어도저녁무렵엔꼭행복해질거라고말하지않는다.그대신,너는고통이란고통은다겪겠지만그래도너자신의삶과고유함을포기하지않을거라고말해준다.작가들은진심으로독자를믿는다.그들에게그런믿음이없다면,어떤슬픔속에서도삶을중단하지않는화자,자기와꼭들어맞지않는세계속에자기의고유한자리를마련하기위해부단히싸우는주인공을등장시킬수없을것이다.(…)릴케의시구처럼우리는책에서자신의그림자로흠뻑젖은것들을읽는다.
_「책머리에」에서


한없이다정하고,비명이나올만큼끔찍한
위대한문학들이끌어올리는진실

진은영이사랑하는시인헤르베르트는항상책을읽던사람이었다.그는책읽기의무용함에대해서도이야기했으며,“그저삶을연명하고있을뿐”이라고고백했다.진은영은헤르베르트에게공감한다.자신역시읽을수있어서살아갈수있었던시절이있음을떠올리고,시인의일부가된수많은문장에대해이야기한다.피할수없는고통을직시하는문장들,실패하는것이결코어리석은게아니라고증언하는문장들,그저인간으로살기위해패배할지도모를싸움을시작하는이를사랑하게만드는문장들이다.카뮈,바흐만,베유등이러한문장을쓰는작가들은독자들을쉽게위로하지않는다.다만서늘한진실을말함으로써비정한세계속에서자신의고유성을확보하기위해싸우는이들이얼마나고귀한지깨닫게한다.

우리가무엇을꿈꾸며싸우든그꿈을이루는일은어렵다.조금전진한기분이었는데도로제자리라는걸깨닫게된다.인간은실패하려고태어난‘훼손된피조물’인지도모른다.그러나카뮈덕분에,우리는어려운싸움을계속이어가는이들을어리석다고말하는대신위대한용기를가졌다고말할수있게되었다.또한우리가진정사랑하는이들은승리하는이들이아니라진실과인간적품위를지키기위해어쩌면패배할지도모를싸움을시작하는이들이라는것도알게되었다.
_본문에서

진은영은삶이곧소송과정임을깨닫게하는카프카의『소송』을읽으며,여성이글쓰는것을허락하지않았던시대에작가이자‘피고’로살아야했던브론테자매를생각한다.소수자성이드러나는순간일상을억압받는한국사회의소수자들을이야기하며차별금지법제정이미뤄지고있는현실에대해서도쓴다.울프의『올랜도』를읽으며400년동안남성으로도여성으로도,외교대사로도집시로도살다가나중엔열망했던‘시인’이되는올랜도를통해그저모두가자신이살고자하는모습으로사는사회를기원하기도한다.아리엘도르프만의시「희망」을읽으면서는한국에서벌어진참사와희생,그후여전히지속되고있는유가족들의고통도떠올린다.탁월한작가들과작품들은시대와장소를뛰어넘는다.강력하고유효한질문을던지고,다수가애써외면하려던불의를드러낸다.또한시인의말대로용감한독자들은이용감한작품들을알아본다.작품을통해자신의고유한위치를가늠하고,정확한위안을받으며삶을쉽게포기하지않으리라마음먹는다.


“우리의사랑이사소한일에서시작되듯
구원도혁명도그럴것이다”

김소연시인은진은영을두고“인간이회복될수있는힘이어디에서발현되는지를정확하게이해하고있는시인”이라고썼다.진은영은슬픔속에서도힘껏삶을견디는존재들의작은몸짓과낮은목소리에주목하고,신중한문장으로그아름다움에대해적는다.톨스토이의「주인과하인」에나오는욕심많은주인브레후노프가미세하게달라지는순간을포착하고,롤랑바르트와앤카슨이기록한애도의문장들을섬세한눈으로읽는다.자신을드러내지않음으로써타인을배려하고체제에저항했던라이너쿤체가얼마나용감한시인이었는지구체적으로써내려간다.
위대한책을읽는다고혁명을일으키거나인류를구원하지는못했지만,다만살아갈수있었다는진은영시인.시인이되기전부터늘좋은독자였을그가아껴온작가와작품의목록을보다보면,시인이깊이몰입했을주제,영혼에흔적을남겼을문장에대해상상하게된다.다만한사람을살게하는일은결코사소하지않다.누군가의삶에끊임없이빛을비추는일은실로대단하고,우리는책을읽으며그빛을쬘수있다.‘도끼’같은문장들을발견하는행운을누리고,자신이세상과맞지않는다고느끼더라도포기하지않고나아가기도한다.진은영시인의아름다운산문을읽으며,읽기가진정한구원으로이어지는삶이있음을깨닫는다.

이것은개인적고백인동시에문학적고백이다.인간으로서감당하기힘든고통과위로할길없는슬픔을한사람에게서감지하고그를마지막순간까지지키려고안간힘을쓰는것이바로문학의일이기때문이다.그런안간힘이사라질때문학은끝난다.
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