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는 계절(큰글자도서) (신유진 산문)

상처 없는 계절(큰글자도서) (신유진 산문)

$26.00
Description
아니 에르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에르베 기베르 등 다양한 프랑스 작가의 책을 번역하고,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만의 글쓰기 세계를 구축해온 신유진 작가의 신작 산문집 『상처 없는 계절』이 출간되었다. 이번 책에는 읽고 쓰는 삶뿐 아니라 반려인과 반려견, 엄마와의 유쾌한 일상, 새로 마련한 보금자리인 카페 ‘르 물랑’ 이야기 등 나를 둘러싼 사람, 자연과 함께하는 현재가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타자를 세심히 살피는 시선이 돋보이는데, 동시에 작가는 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보게 된다.
저자

신유진

파리의오래된극장을돌아다니며언어를배웠다.베르나르마리콜테에매료되어파리8대학에서연극을전공했다.두권의산문집과소설『그렇게우리의이름이되는것이라고』를썼고,아니에르노의소설『남자의자리』,『세월』,『빈옷장』,『진정한장소』를번역했다

출판사 서평

“나는그렇게계속쓰는사람이될것이다”
치유의글쓰기로이어지는
고여있던시간들의가치

아니에르노,앙투안드생텍쥐페리,에르베기베르등다양한프랑스작가의책을번역하고,에세이와소설의경계를넘나들며그만의글쓰기세계를구축해온신유진작가의신작산문집『상처없는계절』이출간되었다.이번책에는읽고쓰는삶뿐아니라반려인과반려견,엄마와의유쾌한일상,새로마련한보금자리인카페‘르물랑’이야기등나를둘러싼사람,자연과함께하는현재가고스란히담겼다.특히타자를세심히살피는시선이돋보이는데,동시에작가는이를통해자신을돌아보고또돌보게된다.
책의제목이자이야기들을하나로묶어주는‘상처없는계절’은상처가부재하는시절이라기보다오히려많은상처를겪어낸사람의오늘을뜻한다.때로우리는아픈시절을더소중하게느끼기도하는데,이는상처를다루는방식을찾아나갔던기억이상처를상처로만남지않게했기때문이다.글쓰기는작가가선택한방식으로,쓰고지우기를반복하며더듬더듬나아간결과로태어난문장들을읽으며치유의순간을마주하게된다.

걷는내내손바닥을활짝펴고저무는해의마지막빛을쓰다듬었는데,그때그계절의빛과온도와감촉이지금도손바닥안에있다.아마도나는그때그런것들을봤고,만졌고,가졌던모양이다.말하자면‘언젠가의봄’이라고요약할수있는것들.그때가졌던모든것이이제‘나의이야기’가되어내앞에있다.그러니내가어떤봄을쓸수있다는사실만으로도고여있었던시절의가치가조금이나마증명되는게아닐까.
-28~29쪽

책은3부로구성되었다.1부에서는프랑스에살던시절과번역및글쓰기에대한고민,보다개인적인삶의모습을,2부에서는타자에대해생각하고또그들과함께하며생겨난다채로운일상을보여주며,마지막3부에서는시간을거쳐오면서깊어진생각과계속해서읽고쓰는삶을향한걸음이그려진다.순서대로따라읽으면글의은은한배경이되는계절의변화를느낄수있다.

“당신의계절안에서흩어질나의지금”
나와당신을이어주는글쓰기

작가는어느아기의돌을축하하는글을쓰면서,그글이돌고돌아자신에게로오는경험을한다.축사를통해자신이아는남자아이‘일리야’의이야기를들려주는데,무더운프랑스에서만난일리야는태양을피해그늘에숨은어른들을비웃기라도하는듯시원한물줄기가흐르고있는분수대를향해달려가물줄기를끌어안았다.그이야기를빌려“뜨거운태양이나옷이젖는것을두려워하지말고달려가꼭껴안기를”바라는마음으로축사를마쳤을때,그는자신이쓴모든축복이다시자신에게로돌아오고있음을깨닫는다.

그러니까거기적힌이야기는사실내가한살부터마흔한살을살아낸나에게되돌려주고싶은말이었던것이다.나는그렇게얼굴모르는아기의돌을축복하며내가잃어버린축복을다시손에쥘수있었다.
돌이켜보면누군가를향해썼던모든글이내게로되돌아왔던것같다.기쁜이야기는내마음의기쁨의자국으로,슬프고아픈이야기는작은성장으로.그러니글쓰기란결국보내는말이아니라맞이하는말이아닐는지.
-89쪽

누군가에게로보낸말을기꺼이다시맞이하면서,그는글쓰기의또다른가능성을발견한다.이제는흔적으로남은나의순간들이언젠가당신의순간들이될가능성이다.그렇기에그는단순히글을좇기보다“손에쥘수없는”계절을,“고요”를말하는법을생각하며걷는다.“이이야기들은내눈앞에펼쳐진것,내가온몸으로맞이하는것,그러니까지금에관한것이다.”자신의글이누군가의풍경이되기를바라는마음으로,언제든‘거기’에있을당신을상상하며작가는나와당신을순환하는글을써내려간다.

“문맹의사고를간직한언어”로
현실을부드럽게끌어안기

유학시절프랑스에서보낸문맹의시간,연극이라는꿈을포기해야했던순간,섬유유연제로가난과자신의냄새를가려야했던상처많은계절을지나이제는두언어사이에길을내는번역가로서작가는언어의경계에서본사람만이내뱉을수있는‘바깥언어’로상상의폭을넓혀간다.와인잔에수많은여름을담아건네고,의자와함께즐기는고독의목소리를들려주며,“사랑사랑”부는봄바람의촉감을전한다.성실히,절실하게글을쓰고옮기는작가에게서대체할수없는미묘함을간직한언어가탄생한다.

번역을하면할수록서로다른두세계가완전히포개지지않고살짝어긋날때언어의폭이더넓어진다는것을실감한다.언어의폭이라는말은상상의폭이라는말로바꿔도좋을것이다.언어는보이지않는것을,존재하지않는것을그릴수있게해주니까.오직언어로벨벳은향기처럼그윽할수있고,눈은손처럼촉각을가질수있다.
-44쪽

이제꿈에서걸어나와,“읽고옮기고쓰는일을향해몸을휘는”간절함으로글을향해가지를휘는작가에게다시시작되는미래가있다.바로‘계속쓰는사람’이되어글로자신과사랑하는사람들을돌보는일이다.글쓰기를통해그림자가빛이되던순간을,이제더이상상처가아니게된계절을작가는수많은‘당신’에게건넨다.이책을읽는사람에게‘상처없는계절’이도래하기를바라는마음으로,그것이자신이내어줄수있는것중가장아름다운것이라고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