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큰글자도서)

마음사전(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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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마음의 뉘앙스'를 섬세하게 포착한 사전. 시인 김소연이 만들었다. 〈표준국어대사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언어학적인 정의, 보편적인 정의를 과감히 배제한 채, 총 300개 낱말들을 감성과 직관으로 헤아렸다.

무려 십 수 년 전부터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해왔다는 김소연 시인. 그간의 공력으로 완성된 〈마음사전〉은, '마음의 바탕을 이루는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과 그 언저리의 낱말과 사물들'을 찬찬히 둘러보게 한다.
저자

김소연

베트남전이한창이던1967년경주에서목장집큰딸로태어났다.천칭좌.B형.인적을찾아보기힘든동네에서사람보다소등에업혀서자랐다.그래서인지눈이소를닮아고장난조리개처럼느리게,열고닫힌다.그후무덤의도시를떠나서울로이주했다.줄곧망원동에서살았는데우기때마다입은비피해가어린정신에우울의물때를남겼다.매일지각하다.시에밑줄을치게되다.선생과불화하며청소년기를보내버리다.마음과몸이분리되지않고,따라서이일하며동시에저일을하는건불가능한모노스타일라이프를갖게되었다.하기싫은일은죽어도안하는강건한정신의소유자가아니라,하기싫은일은하기도전에몸이거부하는이다.실제로그럴땐고열을동반한몸살에시달릴정도로,몸과마음의완벽한일원론적합체를이룬변종이다.그래서인지마음에관해서는초능력에가까운신기를보인다.고양이처럼마음의결을쓰다듬느라보내는하루가아깝지않고,도무지아무데도관심없는개처럼멍하니하루를보내는데천재적이다.밥은그렇다치고잠조차마음이움직이지않으면몇밤을그냥잊기도한다.몸에좋은음식에는관심이없고아이스크림,초콜릿,커피를주식처럼복용한다.게으르기짝이없고,동시에꼼꼼하기이루말할수없음.그게으름과꼼꼼함덕분에첫시집『극에달하다』를낸이후10년만에두번째시집『빛들의피곤이밤을끌어당긴다』를최근에가까스로펴냈다.마음의경영이이생의목표이므로생활의경영은다음생으로미뤄놓고있다.

목차

1오직마음때문에존재하는것들_19
유리와거울|차한잔과담배한모금
차가운거울과뜨거운차한잔

2마음에존재하는감각들_27
거부|방향|어둠|빛|깊이와거리|잔상|착시|달다
향기|가벼움|마음의절연체|차가움과뜨거움|올가미

3감정〈기분〈느낌_43

4감정의태초들_49
공포|죄책감

5작은차이가빚는전혀다른결론_55
중요하다:소중하다|행복:기쁨|소망:희망
평안하다:편안하다|처참하다:처절하다:처연하다
정성:성의|동정:연민|은은하다:은근하다|축하:축복
유쾌:상쾌:경쾌:통쾌

6눈물,우리의가장나종지니인것_73
슬프다:구슬프다,애닯다,비애,애잔하다,서럽다,섭섭하다,서운하다…
연민:가엾다,동정심,불쌍하다,애처롭다,딱하다…
분노:노여움,역정,원망,원통,분개,치욕,화,성,골…
감격:감동,감화,감개무량,환희…

7‘외롭다’라는말의언저리들_89
외롭다|쓸쓸하다|권태|심심하다|무료하다|허전하다
공허하다|적막하다|결핍|허기|평화

8다가갈까,기다릴까,지켜볼까_107

9‘호감’에대하여_113
존경|동경|흠모와열광|옹호|좋아하다|반하다
매혹되다|아끼다|매력|보은|신뢰

10심장에문신을새기다_131
손|목소리|뒷모습|체취

11말≦거짓말_139
말,나자신을위하여|거짓말,당신을위하여

12유대감들_147
엄살|걱정|공감|상처의전시회|비밀|농담|경청

13사랑,그불가항력의낭비에대한보고서_161

14동전의양면과도같은마음들_171
기대|진실|주시注視|고독의,독한커피와도같은힘
질투는혹시|배신의개운함
불안이영혼을잠식할지라도|살의|이해|사랑과신앙
도덕과헌신|그럼에도…

15진짜와가짜_187
이기심:자기애|표정:눈빛|자존심:자존감

16버림받은말들을어루만지다_195
사실과진실|순진함과순수함|솔직함과정직함
질투와시기|반항과저항|착함과선함|위선과위악

17집단,정의,마녀사냥_207

18순교와도같은_211
두려움|연애|부모자식|시

19길고양이가쓰레기통을헤집듯,‘사랑해’라는쓰레기통을헤집다_219
처음말해지는‘사랑해’|‘사랑해’라는말이두번,세번…반복될때
마지막에하는‘사랑해’라는그말

20이별의능력_231
개운하다|미련이남다|추억하다|도착하다
정복하다|마음의공황|망각

21깊은밤을날아서_245

22잔인한아침_253

23무심함의일곱빛깔_261
따뜻한무심함|호방한무심함|이기적무심함|유니크한무심함
작전상무심함|무심한무심함|무심하기엔너무쩨쩨한당신

24시간,박약한세계에주는은총_271
십대|이십대|삼십대|사십대

25여행은어땠니_287

26당신의저쪽손과나의이손이_295

틈_303
마음찾아보기_312

출판사 서평

수만가지의빛깔을지닌‘마음’에관한‘사전’
─희로애락애오욕300낱말이마음의실마리를찾게해주다

사람의몸은하나지만,몸짓과마음의빛깔은하나가아니다.몸짓은수만가지가넘고,마음도그빛깔이헤아릴수없을정도로많다.살아있으므로늘움직이는사람의몸과마음은흐르는물과바람처럼변화무쌍하다.시시각각달라지므로순간순간이루다포착해낼수없을정도다.
몸과마음중에서특히마음은잘읽어내기가어렵다.몸은보고만질수있으나마음은그렇게하기난감한것이기때문이다.그런탓에사람들은자신의마음은물론남의마음도잘모르겠다며번민하고,갈등하며힘들어한다.오죽하면“열길물속은알아도한길사람속은모른다.”라고했을까.그렇다면마음은도무지알수없는그런것인가.아니다.빛에도눈에보이는가시광선과몸으로느낄수있는적외선,자외선이있듯이마음에도마음의몸으로보고듣고느낄수있는빛깔이있다.
물론마음의서로다른빛깔들을글로옮기는건차원이다른문제다.육체라는몸이아닌마음의몸으로보고듣고느낀걸묘사해야하기때문이다.하루이틀,일년이년동안해내기엔누구에게나벅찬일이다.

처음에는칠백가지가넘는마음의낱말들을모아서수첩에적었다.미세한차이를지닌낱말들까지옆에다적어두자니천가지는훌쩍넘는듯했다.마음을나타내는낱말이어쩌면이리도많을까신기해하면서출발한작업이었지만,지금은마음의결들에비한다면마음을지칭하는낱말들은너무도부족하다는생각에도착해있다.(「책머리에」)

무려십수년전부터“마음관련낱말하나하나에밑줄을긋고,주석을달며”말해왔다고하는저자김소연시인은『마음사전』에서그간의공력으로마음의낱말들을오롯이들여다보고펼쳐보이며헤아리기힘든마음의빛깔을보여준다.태생이‘마음’에관한‘사전’인이책은1)아무데나펼쳐서봐도좋을스물여섯장과2)「틈」이라는보너스한장에서3)300여개의낱말을다루고있다.저자가“마음의결들에비한다면마음을지칭하는낱말들은너무도부족하다”라고했음에도마음의바탕을이루는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과그언저리의낱말과사물들을찬찬히둘러보게한다.늘내마음과네마음이궁금한사람에게수만가지나되는마음의실마리를찾게해주는책이다.


마음의뉘앙스를섬세하게포착하다
─시인의감성과직관으로충만한,특별한사전

마음의빛깔을분별하고자애쓴사람이라면한번쯤‘외롭다’와‘쓸쓸하다’가어떻게다른지찾아보았을것이다.『표준국어대사전』에는‘외롭다’가“홀로되거나의지할곳이없어쓸쓸하다”로,‘쓸쓸하다’가“외롭고적적하다”로풀이되어있다.이런풀이를따르면‘외롭다’와‘쓸쓸하다’가어떻게다른지한눈에알길이없다.외롭다→쓸쓸하다→적적하다→쓸쓸하다→외롭다…….순환정의circulardefinition를벗어나지못하기때문이다.
1)『마음사전』은이러한일반사전이지닌한계,곧순환정의와언어학적인정의,보편적인정의마저과감하게떨쳐버린다.

‘외롭다’라는말은형용사가아니다.활달히움직이고있는동작동사다.텅비어버린마음의상태를못견디겠을때에사람들은‘외롭다’라는낱말을찾는다.그리고그것을발화한다.그말에는외로움을어찌하지못해이미움직여대는어떤에너지가담겨있다.그에너지가외로운상태를동작동사로바꿔놓는다.(91쪽,「외롭다」)

‘외롭다’라는말에비하면,‘쓸쓸함’은마음의안쪽보다는마음밖의정경에더치우쳐있다.정확하게는,마음과마음밖정경의관계에대한반응이다.외로움은주변을응시한다면,쓸쓸함은주변을둘러본다.마음을둘러싼정경을둘러보고는,그낮은온도에영향을받아서마음의온도가내려가는게바로‘쓸쓸함’이다.(92쪽,「쓸쓸하다」)

『표준국어대사전』과는전혀다른방식이다.저자는마음의빛깔을,언어학적이고과학적이며정신분석학적인방법이아닌,감성과직관으로헤아린다.무미건조하게직조된사상과이론의망을거치지않은,보편주의자의눈을버린색다른접근법이다.이는일면,일반적인세계의질서와논리에서벗어나있으면서도온전한세계와치밀한논리를구축하는시인의시작법과도닮아있다.
2)그리고이책은많은부분에서‘행복-기쁨,’‘순진함-순수함’과같은연관어聯關語의미묘한차이를세세하게다루고있다.23장「무심함의일곱빛깔」에서「따뜻한무심함」,「호방한무심함」,「이기적무심함」세편만보아도각각의‘무심함’의뉘앙스가얼마나다른지,뉘앙스의포착이얼마나중요한지새삼느끼게해준다.마음의빛깔은서로비슷해보여혼동할만하며,미묘한차이를놓치지않으려면섬세한접근이필요하다는적극적인예증이라고하겠다.

그는열번중에딱한번의기회를아주잘포착하는귀신이다.아홉번은무심하다가정말필요한순간에다가와위로한마디를툭던진다.대개‘거봐’라고시작되는걱정한마디다.‘거봐’라는한마디때문에,무심한줄알았던그가꽤오랫동안내문제를속으로걱정해왔겠구나감동하게한다.그는그어떤말들도효력이없다고믿는편이어서,말을아껴왔다가슈퍼맨처럼가장중요한순간에나타나준다.(263쪽,「따뜻한무심함」)

남들이오늘은무슨옷을입을지,오늘은어떤음악을들을지,어느식당이음식을맛있게하는지를생각해두는순간에그는,우주는어떤방식으로팽창하는지,지구의종말은어떤형태로닥칠지,세계인류의언어는몇종이나되는지,다음차례의빙하기는몇년도에시작될지를생각해두느라바쁘다.호방함은간혹도를넘어서,당구를칠때에도옆당구대로공을훌쩍넘겨버리고는공이사라지는묘기가가능해졌다고기뻐한다.그에겐당구대는물론이고이우주가너무좁다.(264쪽,「호방한무심함」)

그는오직자신의일에만열중한다.지구상에희망을남기기위해서가아니라,세상돌아가는것을통알지못해서,지구가멸망할때도하던대로사과나무를심을것이다.(265쪽,「이기적무심함」)

3)한발더나아가저자는「틈」이라는보유편補遺篇에서,본문에서다루지못한100낱말을검객이칼을쓰듯군더더기없이단순명료하게풀어낸다.마음의낱말들에대한남다른감성과직관이한층도드라져보이는부분이다.

(…)
까칠함고슴도치인척하는섬약한토끼들.
(…)
새침함모서리를손끝으로훑으며빠르게지나가는것.
(…)


『마음사전』이탄생하게된내력
─마음경영이이생의목표다!

왜저자김소연은알면알수록더욱모를마음에관심을기울이게되었을까.발단인즉소박하다.십수년전남편(시인이자건축가함성호)에게‘외롭다’라는말이무엇인지설명하기위해,더구나남편이잘못알아들어서이것저것끌어다대며이야기하다꼬박하룻밤을새웠다는것.그후마음관련낱말을찬찬히들여다보고챙기는버릇이몸에배게되었다고한다.

외롭다는말을설명하기위해서하룻밤을꼬박새워본적이있다.“그러니까”에서시작해서“이를테면”을거쳐서,“마치그것은……”을지나“비교하자면……”즈음에이르렀을때에야그는겨우,‘외롭다’는말을이해했다.이해하자마자그는침대에누웠고이내코를곯았고,나는공책을펼쳤고‘외로움’을발화한대가를치른간밤을낱낱이기록했다.십수년전의일이다.

그뒤로그와대화를나눌때에는,내입에서나온마음관련낱말하나하나에밑줄을긋고,주석을달며말하는습관이생겼다.어느한사람때문에생긴버릇이지만,이제는나에게어법이되어버렸다.(「책머리에」)

마음의낱말과깊은인연을맺은그밤이후저자는낱말하나하나를짚어가다보면,마음의경영도이루어지리라기대하며,이『마음사전』을집필하게되었다고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