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큰글자도서) (웃음과 눈물의 절묘함 특별한 짧은 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큰글자도서) (웃음과 눈물의 절묘함 특별한 짧은 소설)

$36.00
Description
재기 넘치는 문체, 매력적인 캐릭터, 시대를 포착하는 날렵한 서사
웃음과 눈물의 절묘한 만남, 작가 이기호의 짧은 소설 40편
“2000년대 문학이 선사하는 여러 유쾌함들 중에서도 가장 ‘개념 있는’ 유쾌함 중의 하나(문학평론가 신형철)” “웃고 싶은가, 울고 싶은가, 그럼 ‘이기호’를 읽으면 된다(소설가 박범신)” “이기호의 소설에는 심장 박동 소리가 난다(시인 함민복)”. 그럴싸한 포장 없이 능란한 거짓말 없이 우직하게도 이야기꾼의 행보를 이어왔다. 등단 15년이 넘었음에도 어떠한 피로감 없이 소모 없이 새로운 감각의 독보적 이야기꾼이라는 신뢰가 여전하다. 2000년대 등장한 이래 희비극적이라 할 그만의 월드를 축조했던 작가 이기호. 그의 특별한 짧은 소설을 한 권에 담았다.
박완서의 『세 가지 소원』,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에 이은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인 이 책은 단편소설보다 짧은 이야기 모음집이지만 여운은 더욱 길다. 어디서나 펼쳐 읽기에 부담이 없는 호흡으로 압축적이고 밀도 있는 글쓰기를 보여준다. 이 짧은 소설들은 마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손바닥소설이 자아내는 깊이를 재현한 듯 읽는 재미와 묵직한 통찰이 있는 되새기기에 좋은 이야기들인 것이다. 일간지에 인기리에 연재한 짧은 소설 가운데 작가가 애착을 가지고 직접 선별한 40편을 새롭게 다듬어 일반 소설의 규모와 무게에 견주어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작품집으로 거듭났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개인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 현재를 관통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폼 나는 사람들, 세련된 사람들이 아닌 좌충우돌 전전긍긍 갈팡질팡 하는 우여곡절 많은 평범한 사람들, 그렇게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맞닥뜨린 어떤 순간을 작가는 호명해낸다. 솔직하고 정직한 이 사람들의 ‘지지리 궁상’들을 특유의 비애와 익살로 되살린다. 이름하여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들.
대학 졸업 후 계속되는 취업 낙방으로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변해가는 ‘우리’가 강원도의 한 밭에서 배추 출하를 목전에 둔 사연, 서른 살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여자 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한 ‘그’가 동물원에서 한 첫 데이트의 결말, 아내와 자식을 사고로 잃고 집의 침대에선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한 남성이 마침내 침대 위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된 순간, SNS의 세계에서 ‘멋진 남자’로 살아가는 남편의 이중생활을 바라보는 아내의 솔직한 심경, 고속도로 ‘졸음 쉼터’에서 자살을 기도 중인 ‘내’가 수상쩍은 한 사내와 보내게 된 어느 밤, 카드 값 때문에 아내를 피해 산으로 도망쳐 숙식하게 된 한 가장이 별에게 하는 말, 점점 세상과의 끈이 없어져 집안에 틀어박히게 된 남자가 몇 년 만의 외출을 하게 된 날 벌어진 일…… 모두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세상사가 마음처럼 쉽지 않음을 알게 된 이들이 마주한 ‘당혹스러운’ 순간들이다. 하지만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이 순간들이 그들에게는 체념과 자조가 아닌, 그럼에도 기꺼이 생의 알 수 없는 고통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긍정의 태도를 의미한다. 무작정의 긍정이 아닌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성실한 긍정에 불순물은 없다. 그렇게 작가는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모든 세상의 ‘아마추어들’을 위로한다. 유머를 한껏 장착한 채.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박선경의 그림을 배치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박선경은 해방촌 스튜디오 오픈전을 비롯해 여러 전시회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다수의 책에 그림을 실으며 존재감을 뚜렷이 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치 있는 18컷의 그림은 자체로 책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저자

이기호

1972년강원도원주에서태어났다.
1999년〈현대문학〉신인추천공모에단편「버니」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소설집『김박사는누구인가?』『갈팡질팡하다가내이럴줄알았지』『최순덕성령충만기』,장편소설『차남들의세계사』『사과는잘해요』등을펴냈다.
이효석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김승옥문학상등을받았다.
현재광주대학교문예창작학과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

목차

작가의말

우리에겐일년누군가에겐칠년
벚꽃흩날리는이유
낮은곳으로임하라
동물원의연인
타인바이러스
아내의방
그녀와마주한어느오후
비치보이스
출마하는친구에게
미드나잇하이웨이
내남편의이중생활
우리에겐일년누군가에겐칠년
제발연애좀해
침대
제사전야

아아아아
불켜지는순간들
달려라아들
그러게나말입니다
한밤의뜀박질
도망자
너는카프카나는야누흐
아파트먼트셰르파
두고봐라
말처럼쉽지않네
개굴개굴
웃는신부
아아아아
5월8일생

좀쉬면안될까요?
초간단또띠아토스트레시피
눈으로말해요
좀쉬면안될까요?
봄비
어떤상담
마주잡은두손
이젠애쓰지않아도돼요
사로잡힌남자
소용없다는말
최후의흡연자
이게누구야
데이비드로지의연말일기
입동전후

출판사 서평

“이게왜……이런일들이생긴거죠?”
어리둥절한삶에대한슬픈농담같은이야기
40편의이야기에등장하는이들은모두어쩔수없는상황에내몰린평범한존재들이다.본인이어찌할수없는난감함가운데서도솔직하고정직하게그상황을받아들인다.이는우여곡절좌충우돌갈팡질팡우리네‘웃픈’인생사에대한속깊은위로다.
“취직이뭐마음먹은대로되는세상인줄아세요!”하고외치는「낮은곳으로임하라」속‘준수’는같은미취업자인‘나’를부모에게사업자금을얻어낼‘볼모’로강원도에데려가지만‘나’는도리어배추출하에동원될처지다.

준수는강원도를향하는내내말없이,어쩐지비장해보이기까지한얼굴로앉아있었는데,나는그게단순히우리미취업자들의일상표정이라고만생각했다.눈높이를낮추라는말과땀에서배우라는말,그말들을들을때마다우리는점점무표정하게변해갔고,결국은지금준수가짓고있는저표정,그것이평상시얼굴이되고말았다.웬만해선아무렇지도않은표정……나도눈높이를좀낮추고취업하고싶었다.하지만어찌된게이놈의나라는한번눈높이를낮추면영원히그눈높이에맞춰살아야만했다.그게먼저졸업한선배들의가르침이었다.내땀과대기업다니는친구들의땀의무게가다른나라.설령눈높이를낮춰취업에성공했다하더라도월급에서학자금융자빼면아무것도남지않는나라…….
강원도에갔다온다한들아무것도변하는것은없겠지만,에라,모르겠다,거기가면눈높이따윈없겠지,생각하며나는두눈을감았다.
-「낮은곳으로임하라」에서

「도망자」속‘그’는카드값때문에화가난무서운아내를피해별안간아파트뒤야산으로도망쳐노숙을감행한다.계속되는아내의문자메시지폭격에겁을먹고캠핑용품까지사산에서나흘째밤을보내기에이른다.

침낭속에서그는가만히별을바라보았다.별은좋겠다,카드값걱정안해서…….그는괜스레그렇게혼잣말을했다.달빛은은은했고,주위는놀랄만큼조용했다.휴대전화배터리는다떨어진지오래였다.그는아내가보낸마지막문자를떠올렸다.“그만돌아와,다음달부터잘하면되지.내일막내체험학습가야한단말이야.”그는잠깐눈을감았다가이번엔달을바라보았다.그러다가또혼잣말을했다.달은좋겠다,다음달에도그냥달이어서…….그는그러고선침낭속에서허리를잔뜩웅크렸다.서서히,잠이올것같았다.
-「도망자」에서

“그저무언가를다시해보려고”했을뿐인일상인들에게닥친어떤난감한순간을작가특유의익살과페이소스로그려낸이작품들은짧은분량의이야기들임에도충분한몰입과공감을불러일으킨다.위트넘치는그림과어우러진이야기한편한편이지극히평범한이들을위한응원이다.


“그에겐그달달한,위로와격려가필요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견뎌내야하는인생을향한따뜻한위안
가까운이의죽음혹은부재에서오는고독감을안고사는이들,미취업자로계약직노동자로사회의주변인으로살아가야하는이들에게인생은‘말처럼쉽지’않다.견뎌내야할각자인생의순간들을포착하는이짧은이야기들은작가의날카로우면서도따뜻한시선과목소리안에서비로소빛을발한다.
「아아아아」속‘아이’와아이의아버지인‘그’는분만하러들어간엄마를기다리며비명을들을때마다함께비명을지름으로써웃음과눈물이교차하는절묘한인생의한장면을보여준다.탄생과죽음을공평히맞이하는사람들.그렇게우리는‘웬만해선아무렇지않은사람들’‘이만하면괜찮은사람들’로이알다가도모를세상을견뎌가고있다는사실을다시한번깨닫게된다.너무나이기호적인눈물과웃음으로말이다.

우느라볼까지빨개진아이는그의얼굴표정을보곤이내울음을멈추었다.아아아아.아이는그제야분만실에서들려오는제엄마의목소리가그냥장난같은거였구나,생각이든모양이었다.그는웃으면서계속비명소리를멈추지않았다.아아아아.우리는너나없이고통속에서태어난존재들이란다.아아아아.그는비명을지르며아이에게속엣말을했다.고통다음에야비로소가족의이름을부여받는거야.아아아아.그래서가족이란단어는들으면눈물부터나오는거란다.그는계속소리를지르면서되새겼다.아아아아.그는정말이지눈물이날것만같았다.그래도꾹참고,아이를바라보면서오랫동안소리를내질렀다.아아아아.
-「아아아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