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중독자 (박헌규 시집)

메모중독자 (박헌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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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헌규 시집 『메모중독자』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누워 있는 나무〉, 〈밑바닥 광대〉, 〈메모중독자〉, 〈옅어지는 내가 지는 해를 바라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등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박헌규

1982년서울에서출생하여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2007년?현대시?로등단했다.2020년경기문화재단유망작가창작지원사업에선정되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누워있는나무-----12
밑바닥광대-----13
메모중독자-----16
옅어지는내가지는해를바라보고바람에흔들리는
나뭇잎그림자를바라본다옅어지는내가옅어지는내가-----19
우산을들고아무도우산이없다-----22
없는내가없는머리뒤로휙휙≫검은빛≪던진다-----26
물위에먼지들이박혀있다-----28
희망장례식-----29
그레고르롤러-----33
방충망한칸열어젖히고-----34
손아귀속의러너-----36
피투는말한다-----38

제2부
펫빛펫빛-----44
하느님에對해서난할말이없다-----46
죽은카나리아들고-----48
[틀]을바라보는기관뿐인人間의모노드라마-----50
나는이詩를분할하지않고원통형우주로하겠다-----55
모자-----58
손가락만보객-----59
약을먹은게분명합니다-----62
나는내가떨어지고있다생각하는데-----64
‘노(櫓)’랄것없이-----66
나무와좀비-----68
태양을격발하다-----70
garbagecollector-----72

제3부
BURN아웃물질…-----86
둔기아파트1601호혹은1806호-----88
언어조련사루티노-----90
머나먼접시-----94
공원벤치가나를문다-----98
아,주형(鑄型)은어디에…그밖의
‘그’안의주형은어디에…-----100
존재가유리문에비치는것보다가까이있음-----102
안경이동공을쓰고누워있다-----104
먼지-----106
헐값노동자-----108
A-----109
지휘봉-----110
人間비탈-----117
原本에관하여-----118

ㄴ제4부
原本에관하여-----122
뿐도氏의눈빛제스추어는무엇을갈망하나?-----124
하느님이〉기관〈같지않다?-----127
…첫문장이생각나지않아도좋아-----128
비린내나는풍경을쓰자고
죽은물고기를들여놓지않습니다-----132
깜깜껌껌끔끔킁킁-----134
내가나라는것을기억하지못하는것이……-----136
(((PARKER)))-----138
망각의막간극-----139
움직이고나면-----152
詩라는빵에대하여-----154
묘비명은비어있습니다한번도
당신은새겨진적이없습니다-----155

▨박헌규의시세계|박동억-----156

출판사 서평

시집의제목과달리,박헌규시인의시는가벼운‘메모’가아니다.그의시는의식의사건이다.언어를수정함으로써언어적존재로서의인간을변혁하려는시도이다.이시집의언어는‘의미하기’에만국한되지않는다.다른시를읽듯,감동이나뜻을찾으려는독자에게이시집은벽처럼느껴질것이다.시인이주로표현하는것은인간이가지지못한전능이다.
일상의번거로움을벗겨내고,오직정신을중심으로한그의언어실험은전위적이거나귀족적이다.이로써그는인간을조금높은장소,예컨대우주와태양을향해쏘아올린다.반대로어떤순간에는인간을먼지구덩이와절벽아래로내동댕이치기도한다.그의상상력이주로수직적으로전개된다는것은,근본적으로는시인이인간존재의상승이나추락의도식속에서시쓰기를전개함을뜻한다.이시집을읽는동안우리는인간보다더나은존재가되거나,우리가알고있던것보다더비참한존재임을깨닫게될것이다.상승과하강의반복으로인해,언뜻모순처럼보이는표현이함께놓이기도한다.시집《메모중독자》로부터우리가만나게되는것은분열적인이중주어,상징적인합성어(이미지),인간과사물의주객전도,의미론적아포리아,타이포그래피등이다.그것은하나의질서,하나의의미로환원될수없는주체-대상-세계속으로우리를내던진다.

[대표시]

누워있는나무

저누워있는나무는뽑힌나무인가,심겨질나무인가
누워있는나무는누워있는나무로돌아가고
나는나로돌아가는나를바라본다.

이양광에얼굴이나무위로비치고또비치고
이양광은구름뒤로숨는다.어느새보도블록은
다깔리고벽돌을건네던인부는어디로갔나.

나무는누워있는나무를바라본다.나는태양은
자루를풀어나무를이음악을바라본다.
나를듣는음악이나무를바라보는것이다.
나무가심겨질땅도,나무가뽑힌땅도

발목을덧대고바테이블유리창에떠있다.
나무는발목을,뿌리가발목이라면
뿌리가둥근저흙덩이가발목들이라면
그위에발목대신자루를얹고누워있더라.

나무가누워있는저나무가무슨화학식같고
세상에없는원소같고일란성쌍둥이같고
보도블록에놓인흘러가는물같구나.

메모중독자

검은땀이한땀한땀등줄기를포획하고있습니다.
한땀한땀검은땀감옥이솟아오릅니다.
당신은검은땀으로포획된인간
끝없이하늘로떨어지는것같습니다.
검은땀감옥에서빨리나와!윽박지르던그인데
솟아오르고떨어진하늘에서떨어지고
솟아오르고다시떨어지고솟아오르고
검은땀감옥손에꼭붙잡힌검은땀인간이
이제는당신손을놓아주는것같습니다.
수평으로가볍게흔들리는그손에서
끝없이미끄러지는것같습니다.
모자를벗어크단반원을그리는검은땀인간
머나먼작별의표시입니까,머나먼초대의표시입니까
검은땀감옥냄새가코를찌릅니다.

웃음짓는그의모자속으로당신은침입되지못합니다.
그가당신의환영(幻影)이면서당신이그의감옥인까닭입니다.

검은땀감옥과당신그리고검은땀인간사이
모종의알수없는미소가흐릅니다.
모종의알수없는미소가당신입가에서
검은땀입술로옮아가는것같습니다.
검은땀감옥이그웃음의힘으로
등줄기에서,손금위에서드높이솟고있습니다.
하늘의깊디깊은바닥을뚫고있습니다.
당신은영영침입되지못합니다.
그의감옥,그의간수로열쇠꾸러미가
한접시물처럼수인번호품에서찰랑댑니다.
두개골로크단반원을그리며
검은땀인간은당신을반기고있습니다.

두개골까지벗어크단반원을그리던제스처속으로
웃음짓는그의모자가영영당신을반기고있습니다.

발파공사중단하라!잠좀자자!
원고지칸칸펄럭이는저절규좀보세요.
다시발파공사가시작된모양입니다.
검은땀인간이검은땀감옥을삐질삐질
가두어두고어느새당신을풀어주는지,
검은땀감옥이검은땀인간을삐질삐질
풀어주고어느새당신을가두어두는지.
검은땀감옥과당신이조우(遭遇)할두개골철로를위해
검은땀인간이구상중인역사인모양입니다.
머리가퍽퍽해,혀가퍽퍽해,손이퍽퍽해,
퍽퍽하다는건목이멘다는것.
머리가메고,혀가메고,손이멘다는것.
손은혀로,혀는머리로,머리는검은땀방울철로.......................

...................................................................................

...................................................................................

두개골철로는귀막은글자시민에겐보이지않는다합니다.

깊디깊은하늘과높디높은지하의두개골역사완공되는날

우리두개골역장님께봉헌(奉獻)드려요!

詩라는빵에대하여

빵이제몸이란말인가요.몸을줄이세요.창을줄이고아니지,창을
줄이기보다솟구치는폭포로바라보세요.솟구치는폭포가손금을얼리
나요.물끄러미솟-구-치-는폭포가,물끄러미떨-어-지-는행간을얼리
나요.차디찬피에,차디찬피에온몸이다입김입니다.떨어지는절벽을
줄입니다.떨어지는거울을줄이고떨어지는글자를줄이고떨어지는
가방,문짝,책상을줄이고떨어지는블라인드를줄이세요.틈일수없는
틈새그틈바구니,틈바구닐떨어뜨리세요.햇빛새로솟-구-치-며
그늘새로떨-어-지-는그행간을줄여나가세요.
손금으로흐르는이말과이말을몸속으로끊임없이줄여나가세요.
타자기리본을줄이고,검열당한박헌규를줄이고,검열을감행하는
당신을줄이세요.당신은없으니까.더이상줄일필요도압축할필요도
없어졌으니까.줄인다는건없어지는게아닙니다.줄인다는건흐르도록
내버려두는것,피의한기이자온기로쏟아져갇히는것,온기이자한
기인피로풀려나와역류(逆流)되는것,그목소리,목소리들이말의손
에서〈손의몸〉으로철철철멎는다는것,그핏속에서그〈핏〉속으로
얼어죽지도부활하지도못한다는것,‘한다’해도무의미하다는것,그
무의미가「詩라는빵」의의미라는것.이만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