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 (주창윤 시집)

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 (주창윤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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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코로나 시대 ‘빠름’과 ‘분노’의 세상 속에서 추구하는 ‘느림’과 ‘위로’의 미학
배민 라이더, 쿠팡맨, 펀치 머신, 사우나실 등을 통해 코로나 시대의 속도와 분노의 문제를 관찰자의 시점에서 세밀하게 그려냈다

문화연구자인 주창윤 시인이 23년 동안의 침묵 끝에 세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는 명징한 언어로 우리 사회 속도와 분노의 문제를 관찰자의 시점에서 세밀하게 그려냈다.
주창윤 시인은 코로나 시대 속도, 분노, 위로의 문제를 구체적인 언어로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낸다. 제1부 〈너무 늦었다 역으로 가는 쿠팡 트럭〉에서는 배민 라이더, 쿠팡맨, 퀵서비스 맨이 보여주는 속도, 노동의 문제를 느림의 시선에서 그려냈다. 제2부 〈펀치 머신 헐歇!〉에서는 폭력과 분노의 세계를 견뎌야 하는 펀치 머신의 비애를, 제3부 〈사우나 출애굽기〉에서는 성(聖)과 속(俗)의 경계를 허무는 사우나실에서 구원과 위로의 문제를 담아냈다.
저자

주창윤

1963년대전출생,한양대신문방송학과와동대학원졸업하고,영국글래스고대영화와텔레비전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86년계간『세계의문학』봄호로등당하였고,시집『물위를걷는자물밑을걷는자』(1989,민음사),『옷걸이에걸린羊』(1998,문학과지성사)을냈다.저서로는『사랑의인문학:사랑,그끊임없는발견을위하여』,『역사드라마,상상과왜곡사이』,『한국현대문화의형성』,『허기사회』,『대한민국컬처코드』,『영상이미지의구조』,『텔레비전드라마:장르,미학,해독』등이있다.현재서울여대언론영상학부교수로있다.

목차

제1부너무늦었다역으로가는쿠팡트럭
퀵서비스맨의비상/명왕성의항변/세상의가장자리/안드로메다로가는배민라이더/안드로메다에서오는배민라이더/쿠팡맨의과로사/추석을배달하는퀵서비스맨/우루사한알/축지법을쓰는배민라이더/노아에게가는퀵서비스맨/점성술사/퀵으로보낸은행잎/사랑의원형이론/너무늦었다역으로가는쿠팡트럭/경봉대선사의서문은어디갔나?/워즈워스집에가다/블록거울속의비둘기

제2부펀치머신,헐歇!
펀치머신의비애/여름한낮의펀치머신/펀치머신,격투기선수처럼/펀치머신,헐歇!/노량객잔의펀치머신/펀치머신복수극/포켓몬의펀치계수/펀치머신옆철권/펀치머신부처/펀치머신꼽추등위로내리는눈/펀치머신의사랑

제3장사우나출애굽기
광야와설산사이의사우나실/사우나출애굽기/사우나성지순례/사우나실광어/소금방새우/사우나실담금질/사우나실신생/사우나실참선/사우나실로가는달마/열탕의의미심장/냉탕의입관/온탕의유령진동증후군/습식사우나실올빼미들/사우나사寺/사우나실나비노인/사우나실모래시계/쑥사우나동굴/사우나실에서받는면죄부/불가마찜질방/그리운은하수목욕탕/사우나실화장火葬

주창윤의시세계:김건영

출판사 서평

배민라이더의속도와느림의미학

주창윤시인이이번시집에서‘배민라이더’,‘쿠팡맨’,퀵서비스맨’등에주목한다.코로나19이후확대된초연결시대를가장잘보여주는것이배달부의삶이기때문이다.배민라이더는“이미밤이없는행성을지나/낮이없는행성으로들어가는중이었다”(「안드로메다로가는배민라이더」중에서)에서처럼낮과밤늦게까지배달의업무로고생한다.배민라이더는하루의일과를마치고아내에게집으로돌아간다는문자메시지를보낸다.“아내에게문자메시지를보냈다./나지금돌아가고있다고./떠나는길보다돌아오는길이더멀었다/나는문자메시지보다빠르게/사랑하는아내에게달려가고싶을뿐이다/그렇게질주해온일만광년의속도로.”(「안드로메다에서오는배민라이더」중에서)그러나집으로돌아가는길은너무멀다.결국시인이배달한전언은‘기계인간테레사가“내별이그랬던것처럼당신별도마지막순간이다가오는군요”’라는디스토피아적예언이다.
현대사회의가장큰병폐는편리함에있다.과정과절차가생략되는데에는자본과타인의희생이필요하기때문이다.정당한가치교환체계라믿는노동자와수요자의관계에서,특히배달노동자들에게강요되는덕목은바로속도다.수요자는움직이지않는다.대신‘배민라이더’나‘쿠팡맨’은수요자의속도마저감당해야한다.「축지법을쓰는배민라이더」의탄생은그래서서글프다.서글픈속도의세계로부터시인은「너무늦었다역으로가는쿠팡」에서보듯,느림의미학을추구한다.

너무늦었다역을향해서
쿠팡트럭은
천천히
천천히
가고있다.
-「너무늦었다역으로가는쿠팡트럭」중에서

폭력의세계에서견뎌야하는펀치머신의고통,그리고사랑

제2부〈펀치머신헐(歇)!〉에서는폭력의세계를견뎌야하는‘펀치머신’을소환한다.“때로는분노가된민주民主가치고갔고/애증이된사랑이박치기를했고/길잃은실업失業은옆차기도”하는지경에까지이르렀다.불특정다수만우리를치고가는게아닌,우리가믿어왔던진리로부터자본을잃는순간동전한닢으로얻어맞기위해몸을일으켜야하는존재가된것이다.그러한상황에서는깨달음조차도사치이거나무의미해진다.따라서선사(禪師)들의공허함을비판하면서“헐歇!/깨달음을포기하는소리”(「펀치머신,헐歇!」중에서)가의미심장하다.
시인은청년세대의분노와아픔에대해서도이야기한다.노량진에는아직도“적수공권赤手空拳삼포三抛청년객들이/공력을쌓기위해/등짐가득비서?書들을지고/일렬로서있는문파들의도장”(「노량객잔펀치머신」중에서)이있다.현실에서여전히세계는악화일로를걷고있다.오히려점점더문학과삶의간극은커지고있는상황이다.그러나시인이분노와고통속에서말하고자하는것은사랑이다.

길위의삶은늘아팠습니다.
폐에물이차올라연못이생겼습니다.
당신이뿌린꽃씨가수련이었다는것을이제야알게되었습니다.
함께보낸어제는오늘하고도영원
내가사는이유는폐속에서당신이피워낸수련이자라고있기때문입니다.
-「펀치머신의사랑」전문

성(聖)과속(俗)의경계를허무는장소,사우나실에서의구원

고귀한것과미천한것들이자리를바꾸고위상이변화할수있는장소중하나가바로누구나맨몸으로만나는‘사우나실’이다.시인이제3부에서‘사우나실’을무대로구성한것도그러한의도가있음을짐작할수있다.사우나실은누구나알몸으로만나는곳이다.이곳은모두가평등하게만날수있는안식처라는인식으로존재한다.하지만이공간은매우한시적으로우리에게안식을줄뿐이다.그뿐인가,“선지자를따라/거세지는미세모래폭풍과구름기둥넘어/저높이사우나산이보였다./산상으로통하는계단을밟고옥상으로올라가서/계명을받았다./“각자도생해라”(「사우나출애굽기」중에서)처럼이안식처역시우리에게생존에관한메시지만을전해준다.
적당한수준의고행과쾌락을통해우리는아주잠깐쉴수있는것이다.그마저도“목욕관리사조씨는횟집주방장같”고우리는고통앞에서“생선회접시위로올라온광어처럼”(「사우나실광어」)누워있거나‘소금방새우’처럼‘밖에서누군가부르스타켜는소리’(「소금방새우」)를들으며간신히살아있을뿐이다.그렇다면마취에가까운이깨달음을우리는외면할수있을까?아마도그렇지못할것이다.사우나는,그리고세계에존재하는주관들은누군가에게는너무뜨거운지옥일것이고,그마저도없으면세상을견딜수없는안식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