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기형도의 친구 이강은 첫 시집 「기형도」에서 ‘새로움’을 다채롭게 이해하고 있다. ‘신화’에서 ‘역사’의 자리로 돌아온 기형도를 호명하는 일은 어떻게 ‘새로움’이 될 수 있을까? 이강에게 ‘새로움’이란 무(無)에서 무언가를 창출하는 데서 생성되지 않는다. ‘낡은’ 혹은 ‘죽은’ 관습과 반대 의미를 띠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강은 옛것 안에 고여 있는 환원 불가능한 ‘의미의 복수태’에서 ‘기형도’를 새롭게 이해한다. 그리하여 기형도라는 텍스트를 새롭게 통과하고 횡단한다. 이강에게 기억은 ‘옛것’을 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움을 탄생시키는 ‘아카이브(archive)’로 존재하는 셈이다. 말하자면 그는 ‘옛것’ 속에서 솟아나는 새로움을 증명해간다. 또한 기형도 연작과 염해부락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 근거를 하나하나 채워간다. 이강은 이번 시집에서 “소년이 시에 눈을 뜨고 서울로 상경하기까지” 그리고 “기형도를 만나기까지의 이야기”라고 「시인의 말」에 적고 있다. 그는 기억 속 기형도를 떠올리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자연 속에서 시와 실존을 고민하는 주체를 내세운다. 기형도 이야기를 다루면서 왜 이강은 “기형도를 만나기까지의 이야기”라고 했을까? 이는 그가 기억하는 기형도와 신화와 역사의 상징으로서의 기형도가 같으면서도 꼭 동일하지만은 않은 새로움을 제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강의 기억으로 복원되는 기형도의 고교 시절은 역사로 존재하는 기형도를 작품으로서만이 아니라 다시 읽고 쓰기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새롭게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형도 (이강 시집)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