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유적 - 현대시 기획선 99

그림자 유적 - 현대시 기획선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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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진숙

저자:장진숙
전북정읍출생.1991년<현대시>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겨울삽화><아름다운경계>,디카시전자시집<외로움,길가에앉아>,4남매시집<고향의강>과<장호상家사화집>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재잘재잘10
아침11
알전구에환하게불이켜지듯12
월광소나타14
시리게15
숨16
봄봄17
술친구18
문신19
명상에들다20
원평리에서21
한아름웃음보따리가22
비갠아침23
에필로그24

제2부

한사날26
한강둔치에서27
학암포에서28
풍경129
소금꽃30
무서운속도32
내생의번지점프33
희노애락의주기34
가끔36
달빛37
詩들詩들38
그빗살무늬나이테40
일곱살적42
죽단화44
정읍,그환하고흐벅진45
마흔다섯살쌀통과의이별46
정읍에서48
진안을지나다가50

제3부

무지개52
용기53
울먹울먹54
시대의자화상56
바리데기의노래58
회오리바람속에서61
환하고고요하게62
강변의흑백사진64
풍경265
울음보내력66
낮달68
잊혀진우물70
산책길에서72
사라진어머니74
불성사에서76
겨울밤78
不在79
심란한근심80
달그림자82
눈내리는밤83

제4부

복숭아를먹다가86
장마일기88
자작나무수도원90
유월,그예언의천둥번개는92
달달하고고소한94
나의유서96
귀머거리집98
귀뚜라미집100
그여자,김점선102
고요한해탈103
고백104
수목한계선106
지난밤꿈에107
작센스위스에서108
우수리스크에서109
저물녘110
무릉원에서112

장진숙의시세계|임지훈113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너무오래잊고지냈다.
죽은나무에물주기같은자괴감이
스멀스멀파고드는봄.
고목에새순돋기를기다리는일은
적막하고쓸쓸하다.

2024년5월
장진숙

책속에서

<소금꽃>

자린고비그여자세상떴다
신혼소박에아들하나겨우얻어
자갈밭가파른생을부대끼며살았다
오뉴월불개미로고단하게살았다
소싯적짝사랑을우연히다시만나
번갯불에콩볶듯살림을합쳤지만
꽃무릇붉은호시절에도
그여자의소금독은열리지않았다
어느하루푸지게먹지도쓰지도못하고
새로맺은피붙이혼사도이웃들상사도
다음에이다음에중얼중얼외면하던
짜디짠왕거미였다
왕소금으로쌓아올린그녀의사상누각이
이리저리떼먹히고흐지부지사라진후
솟구치는울화에날선칼날만들이던날들
썰물되어집나간첫사랑사내마저
새여자꽃방석으로옮겨앉은후
얼마나힘들고아팠으면글쎄
불꽃처럼터트린분노의종양들
곰팡이피듯온몸에피어났을까
아득바득애태우던질깃한애증의연모
불꺼진눈두덩에우두커니세워둔채
너덜너덜헤진일수장부
남겨두고어찌갔을까
느닷없는첫추위가
소슬바람앞세워들이닥친
입동전전날
가로수우듬지에얹힌
창백한달아소금꽃진다

<사라진어머니>

화장실변기통에어린소녀가낳아놓은
저핏덩이참혹하게버려져흔적없이
사라지거나혹은어딘가로멀리보내져
어디서왔는지도모른채살아가겠지
이천년전그날동정마리아는
터무니없는시련을어찌견디셨을까
애간장태우던고통시름번뇌
예수아기환한미소에
아이스크림녹듯달콤하게녹아내렸을까
아무렇지도않게제핏덩이를음지에
버리고온비정한철부지들과
어린자식팽개친건조한돌싱들술에취해
환락의바벨탑을기어오르는밤
피도눈물도없는문명의하루살이들에게
모성이란그저허기진배꼽우물
어둑어둑저문그림자유적일뿐
도시의밤을밝히는십자가들이
눈시울붉히며속삭인다.
어미의십자가기꺼이짊어질
어머니가사라져버렸다고
모성의날개들퇴화해버렸다고

<자작나무수도원>

인대리자작나무골짜기갔더니
묵언수행중인흰옷입은수도사들이
몇은휘둥그레놀란외눈으로
몇몇은갈매기눈썹으로훤칠하고고요하다

더불어모여살아도외롭고소슬한것이야
인간세상이건식물나라건별반다르지않을것같아
자작나무수사님도우리처럼가시엉겅퀴에갇혀본적있으신지
분노하고미워하며잠못이룬적도있으신지여쭸더니

말없이서늘하게열린시선이허공을쓸고있다
부드럽고예민하고섬세한빗자루로
시린세속의눈동자에고인먹구름들을
시리도록환하게쓸어내고있다

흩어진구름비늘들이전령처럼
홀씨가되어산아랫마을로가고
울긋불긋덧난근심과상처들을
걸음걸음떨치며걷는가을오후

오래터잡고살던
어수선한번뇌며어렵던숙제들도
가지런히환하게정리가되고
단순하고짧게요약되어풀려버리는
가을자작나무숲속에서

순백의키큰수도사묵언기도를
고개젖혀훔쳐보다문득,알아버렸다
가을하늘이왜구름한점없이
저토록푸르고고요한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