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말
깊이를알수없는곳으로빠져들었던지난시간들,
벗어나고싶어등을돌리면어느새옆에서있는시한편.
차라리시와함께살아보자고사랑이시작되었다.
사랑하면할수록시가나를괴롭혔다.
가슴으로파고드는한단어를되뇌어보면
단물빠진껌같다가도씹을수록단맛이올라오기도했다.
이제는시를이해할수있겠지하고보면
오히려더깊어지는시
시한편을읽고상기도시인의마음에감응되어
온전히빠져들지못하는어리석은나를탓하며
나도한번써보겠다고용기를냈다.
2024년
박희영
책속에서
<그리움의방정식>
y=f(x)
여기에빠져버린거다
바다를향해철길을달려가고
당신은나비처럼나를따라오는줄알았는데
아득하니아지랑이로피어오르는거다
푸른광장을생각하고달리자했는데
나는바다를바라보았고
당신은하늘을바라보았던거
주어진변수에서칠월칠석이었던가
우리가만나는것이별이되고별자리가되고
변수는한없이아름다운거
마음은항상고정값
달리다손을뻗으면당신의가슴이
거기에있는줄알았는데
당신의연줄은끊어져있었네
그리움은점들의집합
푸른광장은수평선에서마침표를찍고
무한의변수에애닳게눈젖어
돌아가지못하는그리움의교점
<언어의공동우물>
가을하늘에두레박을걸어본다
문학지발간축시를쓰다
마음이날아가꽃이되고
안개가되고강물이되고
바람처럼그대가슴에부딪고돌아와
따뜻한우물이되었구나
천년을지나도이우물엔
싱싱하게뛰는노래
혁명의깃발이담기고
순교자처럼위대한철학이넘치리니
흩어진것은결국돌아와
여기에모여
마르지않는우물이되는구나
풀이젖고나무가젖고
가슴이젖는언어의우물
사람들이쏟아놓은말들이
다물이되는것이아니기에
가을맑은날에우물을파고
금빛두레박을건다
<동창생>
영등포역건너편한일다방2층엔동창생들이모였다.
오랜만이라고내민손이두툼하다.
허리굵은우리의고향.
희끗한머리카락이보이고등을돌릴때까지
그사이에고향이있어부둥켜안으면아카시아냄새가난다.
옛이야기에눈물이나도록웃었다
남포행장항선뒤로따라온웃음이신례원역에서자꾸만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