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방정식 - 현대시 기획선 103

그리움의 방정식 - 현대시 기획선 103

$12.00
Description
박희영 시집. 시인은 이 시집에서 ‘기억하기’를 고집한다. 그것은 하나의 태도이고, 없어진 것들을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시적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윤리적 태도라고까지 보아야 한다. 그것이 설혹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은 차마 버리지 못하고 정리되지 못한 것이다 라는 말은 애도의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 완전히 정리되면 그것은 추억이고 아름답게 포장되어 납골당에 모셔진 기억이다. 그리고 가끔씩 꺼내어 어루만져 볼 수 있는(玩賞할 수 있는) 기억이다. 하지만 차마 정리될 수도 없는 상태로 괴롭히는 기억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애도의 조건인바 그것은 현재를 고통스럽게 만들지만 잊지 못한다는 의미의 진정한 기억(애도)이다.
저자

박희영

저자:박희영
충북음성에서출생했다.예덕여고,예산고등학교교사를역임했다.1998년<지구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한국문인협회예산지부장을지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흐린날의휘파람10
어머니같은강물12
오래된정거장14
사랑16
고로쇠의눈물17
바람난소리18
포도나무껍질20
이럴때는어쩌지21
글22
봄바람23
찌꺼기24

제2부

첫눈28
어머니30
햇살이간지럽다32
아이가운다34
연애편지35
목련은지고36
바람의노래37
동창생38
가을을잃어버린아이들39
주먹질40
가을그리고그리움41
가을산42
아직도그과수원에43
언어의공동우물44
안개46
산사의가을48
이발소50
4월에52

제3부

꽃샘56
손금58
소리내기60
정자나무62
부적의우상63
FTA64
신발한짝65
단한걸음66
알수없는영역67
창안에창68
봄그리운바람70
유월의장미72
술래잡기73
변기에앉아74
소똥구리76
여름꽃77
비오기전에78
국화향기에취해80

제4부

배추심는날82
칠월의달83
못된나무오래살기84
선유정86
나무가되기위해88
비에죽음90
못배기다91
스케일링92
가을소리94
누가그문을열어줄것인가96
사마귀98
무한천강가에서서100
눈이내리는소리101
그리움의방정식102
바다를두고104
가을걷이끝난들판에서서106
기도는낙엽처럼108
해오름의노래110
가난한하루112

박희영의시세계|이호113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깊이를알수없는곳으로빠져들었던지난시간들,
벗어나고싶어등을돌리면어느새옆에서있는시한편.
차라리시와함께살아보자고사랑이시작되었다.
사랑하면할수록시가나를괴롭혔다.
가슴으로파고드는한단어를되뇌어보면
단물빠진껌같다가도씹을수록단맛이올라오기도했다.
이제는시를이해할수있겠지하고보면
오히려더깊어지는시
시한편을읽고상기도시인의마음에감응되어
온전히빠져들지못하는어리석은나를탓하며
나도한번써보겠다고용기를냈다.

2024년
박희영

책속에서

<그리움의방정식>

y=f(x)
여기에빠져버린거다
바다를향해철길을달려가고
당신은나비처럼나를따라오는줄알았는데
아득하니아지랑이로피어오르는거다

푸른광장을생각하고달리자했는데
나는바다를바라보았고
당신은하늘을바라보았던거
주어진변수에서칠월칠석이었던가
우리가만나는것이별이되고별자리가되고
변수는한없이아름다운거

마음은항상고정값
달리다손을뻗으면당신의가슴이
거기에있는줄알았는데
당신의연줄은끊어져있었네

그리움은점들의집합
푸른광장은수평선에서마침표를찍고
무한의변수에애닳게눈젖어
돌아가지못하는그리움의교점

<언어의공동우물>

가을하늘에두레박을걸어본다
문학지발간축시를쓰다
마음이날아가꽃이되고
안개가되고강물이되고
바람처럼그대가슴에부딪고돌아와
따뜻한우물이되었구나

천년을지나도이우물엔
싱싱하게뛰는노래
혁명의깃발이담기고
순교자처럼위대한철학이넘치리니

흩어진것은결국돌아와
여기에모여
마르지않는우물이되는구나
풀이젖고나무가젖고
가슴이젖는언어의우물

사람들이쏟아놓은말들이
다물이되는것이아니기에
가을맑은날에우물을파고
금빛두레박을건다

<동창생>

영등포역건너편한일다방2층엔동창생들이모였다.
오랜만이라고내민손이두툼하다.
허리굵은우리의고향.
희끗한머리카락이보이고등을돌릴때까지
그사이에고향이있어부둥켜안으면아카시아냄새가난다.
옛이야기에눈물이나도록웃었다
남포행장항선뒤로따라온웃음이신례원역에서자꾸만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