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들면운명론자가된다는건탄생과소멸사이를지탱해온삶에대한모종의긍정성에다름이없다.탄생은이미오래전의일이니되돌릴수없고,죽음이필연적으로앞에놓여있는건알겠으나현실과처지가생의어느지점에이르러있는것인지도무지알길이없으니말이다.인생을두고흔히길에비유하지만,무수한곡절들은원하든원하지않든누구나겪게되는필연의과정이다.
이시인에게대체어떤사연이있었던걸까.이전과는완연히달라진윤여건시인의새시집은소리없이흐르는강물의수심과도같이웅숭깊어졌다.계곡을타고흘러내리다폭포로수직낙하하다가여울을이루어굽이굽이를돌고마침내이른적요의시간일까.아니면내내유지해왔던자신의목소리를잃어버리고새로이득음이라도한것일까.시집을이루는시들은저마다나름의절실한곡절을품고있다.이는시인이겪은자신의체험을응시하는것과도관련이없지않겠으나,시는체험이나정서만으로태어나지는않는물건이다.
시인의시편들은서술과묘사가어우러져가을에서다시가을로되돌아오는서사적회귀의여정을그려낸다.곧지난시간에대한후회가아니면반성일텐데,이는시집의적지않은부분을연작시가차지하는이유이기도하다.여기에는과거를지나온한자아의고뇌가있고,이를극복하기위한,고요하지만간절한자기극복의의지가내재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