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기시인은시인이라는손쉬운규정을벗어나는인물이다.정병기라는인물을파악하려면시인,영화평론가,정치학자등을아우르는넓은스케일의안목이필요하기때문이다.그의시를읽는다는것은문학을전공한시인들의시를읽는일과다른낯선경험이될수있다.
정병기는시나문학을전문적으로수련한인물이아니지만,언어를향한그의감각과집중력은놀랍고대단하다.시인이이번시집에서다룬다양한시편들이다루는시세계는넓고도깊다.그중에서도독자들의관심을끌수있는대목으로는‘생각’과‘존재’,‘신’과‘인간’을아우르는일련의시들일수있다.정병기는르네데카르트의‘나는생각한다.고로존재한다.’와‘신은존재한다.’라는명제들에공감하면서이를수준높은시편으로재탄생시켰기때문이다.시인은21세기의데카르트가될수있는가능성을얻게된것이다.
또한정병기는‘사랑’에관한일련의시들을소개하였다는점에서높이평가될수있다.그는‘사랑’을‘사람’,‘삶’과연결함으로써,인간의인생에서사랑이갖는역할의위대함이나절대성을강조하였다.시인이‘죽음’의탐색을통해서‘삶’의본질을확인한것도작지않은성과가되겠다.그리고그는‘세계’와‘한국’,‘세계인’과‘한국인’의구도를통해서객관적인시각에서우리를바라보려는노력을게을리하지않았고,‘시’를‘영화(연기)’나‘정치’와의관련성속에서살핌으로써‘시’가문학이라는제한된범주에안주하지않고더큰세계와연결될수있는가능성을확장하였다.앞으로도정병기시인의시적모험은계속될것이기에독자들로서는그의다음시편을더욱큰기대감과열망속에서기다리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