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시집에는시인이보낸한시절이담겨있다.한명의시인이출간한여러권의시집이있다고할때,그것들은외형상완결된각각의세계처럼보이지만실은한사람이보낸일련의시간이라는점에서매끄럽게이어지기도한다.그래서때로어떤시집의도입부는같은시인이출판한이전시집의종결부와밀접하게닿아있는데,최석균의이번시집과지난시집이그렇다.그의세번째시집『유리창한장의햇살』(천년의시작,2019)의마지막페이지에는「낙화」라는시가수록되어있다.「낙화」는세번째시집을닫는시편이면서,네번째시집『그늘을비질하면꽃이핀다』의예고편처럼기능하는작품이다.
「낙화」의화자는삶은축제가아니며너와나는곧흩어질것이고환희의불꽃은이내꺼질것이라는사실을담담하게서술한다.또한이시는꽃의‘떨어짐’에주목해처연해하기보다는,떨어진꽃잎들이만들어내는꽃길의아름다움에감탄하는편을택하고있다.그리고이는시인의네번째시집『그늘을비질하면꽃이핀다』가하는일이기도하다.“생김새별색깔별로갈피에끼워”(「시인의말」)두는것은바로「낙화」의꽃잎이아니겠는가.낱낱의꽃잎을주워생김새별색깔별로갈피에끼워두는일이“인연닿은입과눈,내게로와서머물다간소리와빛”이“어떻게굴절되고착색됐을지”기억하는일인것은이때문이다.갈피에끼워둔꽃잎들마저바스러지고나의기억도희미해지면이모든것은“언젠가는소멸이되겠지만”우리가함께나눴던“그아슬한순간을귀히여기고높이받”드는일이『그늘을비질하면꽃이핀다』가하고자하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