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말
전부라여겼던세계를닫고
새로운세계의문을두드렸다
두려웠다
철새마을은객을살갑게가족으로받아주었다
쇠뜨기쇠비름소루쟁이질경이망초달개비
한발물러앉은몸짓을그렸다
저어새개똥지빠귀콩새박새굴뚝새
날갯짓에엉키는피를읽었다
깻잎따는손모종심는호미전지하는가위꽃눈꼽떼는핀셋
흙에젖은땀의숨소리를받아적었다
화려하지않고드러내지않아눈여겨보지않은이름들이다
시인만읽는시가아니라
시민이읽는시를쓰고싶었다
그러나절감했다
그들의가슴을두고무엇을말하려는가
나를창조하라는니이체외침이등짝을후려쳤다
여기그들의일상을일러바친다
덜컹거리는소리와정교하지못한말은
철새마을의심장소리로귀담아들어주시면좋겠다
2024년10월철새마을에서
이동견
책속에서
<풍선인형>
바람을먹고사는풍선인형
신장개업화환에둘러싸여춤을춘다
아무도지켜보지않는출근길아침
교차로신호등앞에서서신호를버리고춤사위를지켜봤다
불콰한얼굴머리는산발발마저묶인바람댄서
막야근을마치고눈을붙인가로등은자거나말거나
팔을비틀고허리를꺾고고꾸라질듯자빠질듯묘기를보이는데
음악과스텝이엇박이다
멀쑥한키와길쭉한다리는붉은머리띠대열을이끌고
둠둠둠북소리휘날리며학춤추던학다리같다
한시절어딜다녀왔을까
어쩌다바람에덜미잡혀
발목마저저당잡히고춤을파는지
성치않을저속과허리를나는좀알고있다
내것보다남을먼저일으켜세우던속없는사람
그허한속을바람이드나들며밥을먹인다
바람에도피가흐르고생각이드나들어서
나도저바람을먹고끊어진기타소리를내며
생의거리를떠돌았다
내일은또어느축제판에서
바람의찬송가를현란한비트에맞춰빅스텝을밟을지
<밤에우는꽃>
천변에서새가운다
냇물도숨죽여흐르는깊은밤에
새두마리가운다
새는보이지않고울음만들린다
금간창이떨어질듯쩌렁쩌렁운다
한마리가울면다른새가받아서울고
다시한마리가되받아서더큰소리로
밤을찢을듯울어댄다
이건우는게아닐것이다
문열어달라고발로쾅쾅차는협박일것이다
한번만봐달라고애원하는절규일것이다
하루이틀도아니고허구한날늦은귀가에
성난암컷이수컷길들이기일것이다
다시는그러지않겠다는각서에떠밀려문전박대당하고
야심한아파트그네에앉아
마누라이름불러대던주정뱅이처럼
저한쌍도오늘밤은쉽게끝날것같지않다
창열고귀를빼고들어봐도
어느쪽도기세는꺾이지않는다
목을빳빳이쳐들고다니던때가있었지
예리한쌍날눈빛을안주인양씹어삼키던
생각만으로오싹해지는그런날있었지
내일아침을생각하면,
크는아이를생각하면,
소름돋는쪽이져주었을것이다
저들도아이를걱정하고옆집을생각했는지
얼굴은좀처럼보여주지않는데
언제달려왔는지
열사흘달이깊숙이플래시를비춘다
<금목서향기는그늘을가리지않고빛난다>
그대떠난산자락에금목서꽃이피었다
떠나는계절저홀로피어어쩌자고
향기는돌아서려는발길을묶는가
절정을위해피는게아니라
거두어갈때비로소피는
금목서향기같은사람
별은밝은자리가려빛나지않고
금목서향기는그늘을가리지않고빛난다
푸르름을지우지않는날갯죽지에
어떤그리움이기에다떠난자리마다
서럽도록향기를심을까
어느생애가금빛이었다하여
노을진곳곳에노란향기를따를까
다투어피던것들이다떠나고다툴것없으니
빈가슴은향기로가득채우는가
있는듯없는듯한꽃잎에도실망조차사치여서
그대는떠나는뒷모습도사랑하였으리라
투명만남기고간생애경배하는마음은
마르지않는말을꽂아둔책갈피앞에촛불켜두리라
속울음을삼키던꽃이향기로피어나는해질녘
그대의눈빛얼마나깊었기에
풀벌레들은저리도애를태울까
마른바람이다쓸고가버린억새우는산자락에서서
펼쳐볼수없는영상을넘기며
노을은그대향기로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