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서 향기는 그늘을 가리지 않고 빛난다 - 현대시 기획선 112

금목서 향기는 그늘을 가리지 않고 빛난다 - 현대시 기획선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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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동견

저자:이동견
영일만의해를맞이하는포항에서태어났다.경남대학교산업대학원산업미술학석사과정을졸업했다.2008년「문학세계」로등단했다.2022년KBS한국방송공사경제수기오디션에서장원을수상했다.시각디자인을생의도구로썼다.시각디자이너가시각을닫고농부가되었다.아니다,나무를키우는목부다.나무는시인을키우고시인은시를짓지않고지구옷을짓는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물텀벙12
달빛세14
채전의유산16
풍선인형18
민달팽이20
목욕22
부지깽이나물24
등을굽다26
아버지를먹는새벽28
그레고르잠자30
바람갤러리32
터널의터널34
검은만월36
원룸38
황사바람40

제2부

주먹을줍다44
택배46
열대야48
염소뿔을베었다50
동판벌52
곡우54
밤에우는꽃56
김의몰락58
유수지60
플래시62
외딴약국64
금지된외출66
억새꽃71
난감한화병72
하이에나74
크레바스76

제3부

고욤나무80
천변노숙81
동지꽃82
여름한파84
자벌레86
배신과배려사이88
동업90
노근93
비요일94
그겨울의꽃집96
난해한분노98
제비꽃수제비100
달김치102
야간비행104
우두커니나무106

제4부

금목서향기는그늘을가리지않고빛난다110
나비성(城)112
순대114
길116
복서118
겉절이120
야백수122
터널의경고124
동물성가스관126
찻잔128
바나나130
한상자미인을싣고132
배롱나무꽃134
누드화그리는밤136
철새공항138
자린고비김밥140

이동견의시세계|임지훈146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전부라여겼던세계를닫고
새로운세계의문을두드렸다
두려웠다
철새마을은객을살갑게가족으로받아주었다
쇠뜨기쇠비름소루쟁이질경이망초달개비
한발물러앉은몸짓을그렸다
저어새개똥지빠귀콩새박새굴뚝새
날갯짓에엉키는피를읽었다
깻잎따는손모종심는호미전지하는가위꽃눈꼽떼는핀셋
흙에젖은땀의숨소리를받아적었다
화려하지않고드러내지않아눈여겨보지않은이름들이다
시인만읽는시가아니라
시민이읽는시를쓰고싶었다
그러나절감했다
그들의가슴을두고무엇을말하려는가
나를창조하라는니이체외침이등짝을후려쳤다
여기그들의일상을일러바친다
덜컹거리는소리와정교하지못한말은
철새마을의심장소리로귀담아들어주시면좋겠다

2024년10월철새마을에서
이동견

책속에서

<풍선인형>

바람을먹고사는풍선인형
신장개업화환에둘러싸여춤을춘다
아무도지켜보지않는출근길아침
교차로신호등앞에서서신호를버리고춤사위를지켜봤다

불콰한얼굴머리는산발발마저묶인바람댄서
막야근을마치고눈을붙인가로등은자거나말거나
팔을비틀고허리를꺾고고꾸라질듯자빠질듯묘기를보이는데
음악과스텝이엇박이다
멀쑥한키와길쭉한다리는붉은머리띠대열을이끌고
둠둠둠북소리휘날리며학춤추던학다리같다

한시절어딜다녀왔을까
어쩌다바람에덜미잡혀
발목마저저당잡히고춤을파는지
성치않을저속과허리를나는좀알고있다

내것보다남을먼저일으켜세우던속없는사람
그허한속을바람이드나들며밥을먹인다
바람에도피가흐르고생각이드나들어서
나도저바람을먹고끊어진기타소리를내며
생의거리를떠돌았다

내일은또어느축제판에서
바람의찬송가를현란한비트에맞춰빅스텝을밟을지

<밤에우는꽃>

천변에서새가운다
냇물도숨죽여흐르는깊은밤에
새두마리가운다

새는보이지않고울음만들린다
금간창이떨어질듯쩌렁쩌렁운다
한마리가울면다른새가받아서울고
다시한마리가되받아서더큰소리로
밤을찢을듯울어댄다

이건우는게아닐것이다
문열어달라고발로쾅쾅차는협박일것이다
한번만봐달라고애원하는절규일것이다
하루이틀도아니고허구한날늦은귀가에
성난암컷이수컷길들이기일것이다

다시는그러지않겠다는각서에떠밀려문전박대당하고
야심한아파트그네에앉아
마누라이름불러대던주정뱅이처럼
저한쌍도오늘밤은쉽게끝날것같지않다

창열고귀를빼고들어봐도
어느쪽도기세는꺾이지않는다

목을빳빳이쳐들고다니던때가있었지
예리한쌍날눈빛을안주인양씹어삼키던
생각만으로오싹해지는그런날있었지
내일아침을생각하면,
크는아이를생각하면,
소름돋는쪽이져주었을것이다

저들도아이를걱정하고옆집을생각했는지
얼굴은좀처럼보여주지않는데
언제달려왔는지
열사흘달이깊숙이플래시를비춘다

<금목서향기는그늘을가리지않고빛난다>

그대떠난산자락에금목서꽃이피었다
떠나는계절저홀로피어어쩌자고
향기는돌아서려는발길을묶는가

절정을위해피는게아니라
거두어갈때비로소피는
금목서향기같은사람

별은밝은자리가려빛나지않고
금목서향기는그늘을가리지않고빛난다

푸르름을지우지않는날갯죽지에
어떤그리움이기에다떠난자리마다
서럽도록향기를심을까
어느생애가금빛이었다하여
노을진곳곳에노란향기를따를까
다투어피던것들이다떠나고다툴것없으니
빈가슴은향기로가득채우는가

있는듯없는듯한꽃잎에도실망조차사치여서
그대는떠나는뒷모습도사랑하였으리라
투명만남기고간생애경배하는마음은
마르지않는말을꽂아둔책갈피앞에촛불켜두리라

속울음을삼키던꽃이향기로피어나는해질녘
그대의눈빛얼마나깊었기에
풀벌레들은저리도애를태울까
마른바람이다쓸고가버린억새우는산자락에서서
펼쳐볼수없는영상을넘기며
노을은그대향기로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