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책,하루를페이지로비유하자면시인은지독한난독증을앓고있다고봐야한다.“어떻게읽어도”의미를알길이막막했을것이고,비문들이곳곳에뿌리내린일상의행간들은어느덧“도저히읽을수없”는상황이되어버린다.하지만그럼에도시인은읽어야만한다.여느때와마찬가지로길을걸어가야만한다.수평선을부여잡으면서다시금고개를내밀어도삶은그자체만으로끊임없이표류하는듯하다.눈물에젖은하루,그페이지에새겨진통증은유년시절의아픔을환상통처럼되살린다.물기를머금은비문들이종이위로퍼진다.“살아남기위해책을드는날이잦았”던그때그시절에어떤비문은삶에대해각성하게만든‘쓴약’과도같다.
한편,마음을헤집었던비문들의운명은어디로향하게될까.쓰디쓴약은필연적으로어떤저항을동반한다.“약국서너곳을지나칠때까지/두고온마음이낫질않는”것처럼시인의손끝에서시작된글자들이일상곳곳에흘러내린다.그러다가언젠가는누군가의마음에뿌리를내릴것이다.하지만쉽지않다.통증이뒤따를수밖에없다.일상에자리잡아견고하기만했던행간을비집고들어갔을시인의문장들,저“생지옥에뛰어든글자들”은“어제의기억을가지고사는오늘”의사투속에서어떻게든살아남고자몸부림치게될것이다.시로인해서조금씩“통증으로면역력을키운가슴”은그렇게계속해서자신에게주어진길을걸어갈것이다.
시인에게시란무엇일까.그것은곧누군가의“마음하나밝히는일”이자,“한사람을밝히는길”을향해한걸음씩나아가고자하려는또다른마음에서나오는울림이다.당장에보이지는않겠지만언젠가저기가“마음둘곳이라고말하는가슴”으로가만히누군가의울음에귀를기울이면서그것을하나하나수첩에받아적는일을시인은앞으로도계속할것이다.“기억에게구걸하고다니는”것이라고세상이손가락질을하더라도,결국“거기엔,내가가보지않은내가있었다”라는쓰디쓴진리가시인을계속해서움직이게할것이다.찢긴페이지의틈에는아직도밝혀지지않은수많은마음들이살아숨쉬고있다.그리고오늘도어김없이시인은그곳으로발걸음을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