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말
先인생後문학이라는후문학도의길을걸어오며
제2의삶을급히쫓아오느라창작이넋두리에그친
아쉬움이있지만남은노을의아름다움도계속그리고싶다
다만앞으로시의세계는생성형AI의진전으로
독특한체험이나기발한상상,초월적감성만
살아남을것으로보여어찌대처하여야할지
그저막막할따름이다
을사년3월
土坪寓居에서有餘
책속에서
<낯섦에관하여>
망각은사라지는것이아니고
들어오는것
물처럼스며들어와
목소리와얼굴을,이름을지운다
잊지않으려고물안개기억에매달리지만
어느이름은끝내찾지못한이야기일뿐
까맣게잊었다가도문득
멍멍한무념속에서떠올랐다
낯설게사라진다
어느새여기까지왔지?
돌아보아도지나온길보이지않는다
모든시선이비어있다
길거리걷는인파의띠에도
누구의생각속에도나는없다
나를확인할스모킹건*은
어디에도발견되지않는다
저무는계절불타는낙엽의시간이
청명한가을햇빛속우두커니선나무가
너무나도낯설다
<비오는날이면젖은편지를>
비가오면
횡격막에서동전소리가났다
마당에는우편배달부의자전거가
비를맞고있었지
낡은가죽가방에서꺼내는편지,
손으로쓴그봉투의내이름은
빗방울에젖어번져있었다
설레던순간도
흘러간화양연화(花樣年華)의시간
멀리둑길넘어기차는
기적소리를길게뽑고있었지
이제내여생의주소는허공
비가오는날이면나는우두커니기다린다
다시오지않을너의젖은편지를.
<침묵에관한담론(談論)>
1
아무말없이가장크게말한다
침묵할지깨달으면침묵이기회로반전한다
말하기보다경청의침묵이더절실하다
말배우기에는3~4년말멈추기에는70년이걸린다
침묵할기회를놓쳐서많은것을잃는다*
2
강한부정이기도약한긍정이기도하다
말없이전하는진심이느껴지게만든다
회복과치유를향한무언의헌사이다
3
고요한물은깊이흐르고깊은물은소리가나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