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뿔을 줍다 - 현대시 기획선 122

사슴뿔을 줍다 - 현대시 기획선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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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창하

저자:이창하
경북경주출생.2010년현대시에서시집『케이코요시다의노래를듣다가』를펴내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1년『시와사상』에서평론으로등단했다.시집『케이코요시다의노래를듣다가』『그리움을프린트하다』『감사하고싶은날』이있으며,경남우수작품집상,유등문학상,진주예술인상등을수상했다.현재경남도민신문에서‘시로여는세상’을연재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그리움의뿌리10
역할11
예쁜새한마리12
산통소리14
은하수16
탈레스의생각18
감쪽같은20
새121
사르가소Sargasso24
로더킬26
어떤상상28
후박나무30
관습에대하여32
탄생설화34
상고대36

제2부

청명38
결빙기40
실은,고향집마당에42
어머니의문44
마음속에서만존재하는말46
사슴뿔을줍다48
입동아침50
커피를마시며52
검은강54
오래된기억56
중양절58
낙엽60
국화향을맡으며62
뻐꾸기가울고있네64
아버지책상위에계시네66

제3부

바람전傳68
부활70
진주성에서72
흰구름을닮았다74
장미를보면서76
저녁강가에서78
절정은울음이다80
경칩날아침82
카르마84
봄날86
풍장의서사87
노을이불타고있네,88
가습기90
오랫동안보지못한친구92
하지94

제4부

새296
새398
뫼르소의변명100
몽타주101
딸기우유를생각하면서102
고추잠자리104
요양병동에서106
십일월108
동짓날에110
지동설112
그때마다114
섣달그믐116
콜럼버스의관(SepulcrodeColon)118
돌담길120
봄바람이지나가는122
서른여섯해123

이창하의시세계|김정현126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겸손하신아버지
저도아버지를닮아나이가들어가고있습니다
저의언어도
아버지를닮아가고있을까요?

2025년
이창하

책속에서

<역할>

뒷걸음질하다가물웅덩이에빠진적이있다
뒤통수에눈이없다는사실과
어둠은
묘하게닮은점이있다

돌부리를차고아파한적이나
어둠이깔린시골길에서똬리를틀고있던
뱀에게물린적이있다

한치의주저함도없이달리던길에서
나와
돌부리와
뱀이
자신의역할에최선을다한
한치의양보도없이단호했던순간이었다

<사슴뿔을줍다>

늙은아버지의지게가생각나는오후
지푸라기로이어진낡은인연이색이바래지도록땀을흘리고있다
오랫동안이어진나그넷길에서너를만난것은
등이굽고백색인아버지의머리카락같은넝쿨사이에서
멈춘시간속을배회하다일어난일이었다

얼마나흘려야눈물이짜다는것을실감할수있을까
수천년동안이어져온시냇물위에는여전히흰구름이흘러가고
나는오래된외짝의설화같은너를주워든다

너는아버지의굽은지게형상으로오래된기억을지키고있었으니
모든시작과끝은이렇듯우연에서비롯된다는사실을아는지
단순하게맺어진인연으로
아버지의눈물같은형체가그리워지는
세상의근원을더듬게하는오래된기억을주워들게한다

<부활>

밭모퉁이에방치되어있던한그루의고목이있었다오래전부터부쩍사는것을힘에겨워했는데긴가지의무게도겨우견뎌내고있었다바람이몹시불던날이었다고목은스스로자신의가지를하나둘땅바닥에내려놓기시작했다그렇게며칠동안연이어가지들을내려두었다

시간이얼마나흘렀을까동쪽하늘에서훈풍이불어오기시작했다어떤날은비가많이내리기도했다땅바닥에있던가지들은얼마남지않은자신들의생명을데리고스스로바람을따라서쪽하늘로날아가기도했다흩어져있던육신들은육신대로스스로풍장風葬을치르고사방으로흩어져버렸다

이듬해,어김없이다시봄이찾아왔다어느날고목의뿌리는문득자신의머리가몹시가려워견딜수가없었다그의몸구석구석을살펴보고는머리끝에서송아지뿔처럼작은혹이자란다는것을알게되었다시간이흐르면서혹은점차사슴뿔을닮기시작했는데그는그것을그냥지켜보기로했다

다시바람이심하게불던어느날이었다문득뿌리는자신의의지와는상관없이자신의육신이심하게흔들린다는것을알게되었다깜짝놀라몸구석구석을살펴보니사슴뿔같은혹이라여겼던자리에새로운가지가길게자라있었다는것을알게되었다한참골똘한생각에빠졌던뿌리는내일모래가되면푸른잎사귀를둔긴가지에서예쁜꽃도피게될것이라는엉뚱한생각을하기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