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탬프 씨, 안녕하세요? (오덕순 시집)

스탬프 씨, 안녕하세요? (오덕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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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덕순

저자:오덕순
울산시울주군출생.서울여자간호대학교졸업.한국방송통신대학교국어국문학과졸업.경희대학교행정대학원병원행정석사.1980년부터2005년까지가톨릭대학교성모병원간호사.2006년부터2023년까지보건소금연클리닉금연상담사.1983년「간호사신문」제6회간호문학상당선.2007년「시사사」신인상으로등단했으며,2019년제5회시사사작품상을수상했다.시집으로「어느섬의나이팅게일」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나에게돌아오는나에게

날아가는1초10
줄기속을지나가는11
나에게돌아오는나에게12
목구멍속의앵무새14
블랙홀16
오감의싱크홀18
파우치를이해하다20
단한줄22
생각을주고받았지만……24
내정수리위에26
하루가가을의빛으로28
눈의눈은젖은눈이다30
25시의달32
0.1초의응시34

제2부스탬프씨,안녕하세요?

맑은날의스카이라인38
보도블록을깨다39
오늘의무늬40
나는보건소에서탁구공처럼42
먼지의방44
스탬프씨,안녕하세요?46
그림자를스캔하다48
블라인드뒤에서낮달이뜨다50
그많던호랑이는어디로갔을까요?52
뻐꾸기가된우울증54
터널증후군56
제로섬58
스마일마스크증후군60
자기고백의저녁불빛속에서62

제3부식물성의어둠속에서

유리병의몸속에서66
예각을버리다68
사각이중유리창너머의저녁70
식물성의어둠속에서72
연보랏빛메일을날린다?74
번호인간의비밀76
마스크의방식77
비대면으로호젓해지는사이78
꽃의작화(作話)80
해마속검은꽃82
언제또올거야?84
하하하,웃음치료사와함께86
착시88

제4부파워포인트,물수제비뜨다

육(肉)92
파워포인트,물수제비뜨다94
꽃잎풍선96
생활다이어리를넘기다98
뭘,골똘하세요?100
탁상이좋아요102
나는커튼을바꾼다105
터널을지나가는스크린도어106
블랙프라이데이108
아침뉴스의채널을돌립니다110
해가바라보고,꽃이뒤돌아보아요112

오덕순의시세계|임지훈114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새로운언어의알을품고
내면깊은곳을응시한다.

마음속에여문시의열매,
오랜시간의심층을뚫고
껍질밖으로톡톡터진다.

심장을치며행간을날아가는
시혼의날갯짓속에꽃이핀다.

꽃나무의눈빛이아리다.

2025년3월
오덕순

책속에서

<스탬프씨,안녕하세요?>

그들은물고기모양을A4용지에찍고있지요.
문서의물고기는어항속의금붕어를닮았나요.
그날의그들은,그들만의날짜를
한손에꿰차고있지요.
아라비아숫자로나열된지느러미가팔다리를흔들어요.

그들은자기들만의작은무늬를
자신을닮은그들만의금붕어를
형형색색의물감으로그날만은
자신들의이미지를풀어놓지않아요.

당신의형상을드러내는상징물을만들어보아요.
구체적인서술어를간략하게해요.

금붕어는새가될수있나요.
날짜를까먹은당신은,당신의나이를까먹어버렸나요.
어항속에서수평지느러미를휘젓는물고기는
비행기처럼날아갈수없나요.

물속을유영할수없는모형물고기와
하늘을날수없는모형비행기안의그들은,
시간을소모하며날짜를넘기고있어요.
당신의표정없는얼굴을본뜨지말아요.

그녀는유리창에입김을불어낙서를남겨요.
안녕하세요?당신은말없이
그들의자기들은서로를닮을수없는작은무늬들
어제를지우고오늘의날짜를찍고있어요.

<식물성의어둠속에서>

문을걸어잠그면
방안은다른불빛으로채워진다.
벽을타고뻗어가는줄기를잘라내도한층더푸른잎을펼친다.

어둠의터널을빠져나갈때까지바람에파르르떨고있는
잎처럼,빛은사람의정신을곧추세운다.

구부러진등에흘러내리는불빛은,발을빠뜨린깊은구멍속으로
희미해진그림자를끌고사라져간다.

유리창문에심장을대고톡톡두드리는노크소리,
창밖의소란을잠재우고방안의고요를뒤척거린다.
가슴밑바닥에가라앉는숨소리가나직하게들려온다.

물방울이똑똑떨어지는기척에온몸이젖는다.
정수리위에홀로반짝이는빛한점으로
두눈을안대로가린한사람의뒷모습과마주친다.

붕대를동여맨나뭇가지의귀에걸린
서로잡을수없는손을맞댄유리창을바라본다.
거울속어둠으로밀봉된얼굴,
진홍빛잔광을지우는블라인드뒤에숨는다.

노크하지않는창문을달고
여닫을수없는시간이신발을벗는다.

<줄기속을지나가는>

자꾸자꾸나는휘어지고꺾어진다.
지금껍질속의나와결별하는순간이다.
물컹거리는내피의감촉은출렁인다.

빌딩의각이서로교차점에서미끄러진다.
하늘정원은소리없이흐르고
나무의물관은한때슬픔이었던물방울을길어올린다.

초롱초롱눈망울은새로움으로반짝반짝떠오른다.
연초록바람은멈추지않는끝없는움직임이다.
햇볕과어깨를맞댄나뭇가지를쓰다듬는다.

당장사라지는나의일각과맞닥뜨린다.
검은머리카락은어둠을삭인빛의흔들림이다.
그늘을지우는뜰이비스듬하게기울어진다.

몸을던지는봄볕의결말은슬프지않다.
마음의둘레에눈빛을꽂는다.
마지막은늘처음의길로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