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안부를 묻는다 - 현대시 기획선 131

국화꽃 안부를 묻는다 - 현대시 기획선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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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구본결

저자:구본결

목차


시인의말

제1부그강에닿았을때

그강에닿았을때10
나는풀입니다11
명품가방14
열매15
열매와무덤16
민달팽이와책18
나무세상엔화장실이없다20
의문부호22
방한칸24
황소의눈26
비밀의방28
아버지남양군도30

제2부모두받아안아주는바다

바다36
망초꽃37
사랑이란38
쌍무덤40
事월42
자목련44
바람꽃46
달빛걷기48
블루베리50
사량도에서52
명화54
장마전선56
그여자58

제3부나무의길,사람의길

무상62
감.11월63
국화꽃안부를묻는다64
처서66
나무의눈물68
간이정류장70
귀로사는의자72
복자기단풍74
산골우체통76
덧발78
물걸리80
절골82
아내의저녁84
낙엽의길86
별에사다리를거는밤88
사과와장미90
달의뒤뜰에감빛꿈을심는다92
고지전94

제4부뭐하려고살고죽는일은벌어서

빙어98
외할머니99
글쓰는나무102
용대리먹태104
할미꽃106
홀로가는길108
저남자110
가을뒷모습112
앵강만풍경114

구본결의시세계|송연숙116

출판사 서평

추천사

시인은조용히,서두르지않고,나무의언어에귀기울인다.문장을다쓰고덮는법도안다.가을이오면나무는“문장을버리고”“빈손”이된다.그러나그것은멈춤이아니라,기다림이다.구본결시인의나무는세상의아픔을서둘러위로하지않는다.급한해명도,성급한위안도없다.그저“그래,수고했다”한마디.그러나이한마디가세상에건네는가장깊은위로이자사랑이다.
-송연숙

책속에서

<민달팽이와책>

누구나
이름을걸고살기는하지

그런데집없는책은왜민책이아니지
우리에게만그렇게부르는거차별대우야
집못버린너희들비난할생각조금도없지만
자유로부터말해보자면우리가한수위지
굳이부르려면집달팽이,달팽이이러는게맞아

뭐,너희들이세상을짓는머리기둥이라고
그잘난머리,기둥없어도내삶은괜찮아
더듬더듬더듬거리며살아도
내배로걷고내배짱대로나는살지
그래도나책잡히고책당하고
책임질일조금도하지않지

특별한이름없이홀딱벗고살아도
태양이눈뜨고나를보고
대지가재워주고먹여주니
꾀죄죄한이름가로세로걸어놓고
누구눈에들날만꽂혀서기다리는
너희들보다야무엇으로보나내가낫지

죽는자의말씀들무덤처럼쌓여있는책
집앞공터를지나배추밭가는길로
알것만아는나,신이써놓은점자책
하루한장씩새겨읽으면서
오늘도느릿느릿내길을간다

<국화꽃안부를묻는다>

손바닥만한내뒤뜰
가을꽃들소박한잔치벌였다
분홍이랄까옥색이랄까
가을을입고있는범꼬리풀꽃
고향이웃누나얼굴하나둘깨워내는백일홍
고려청자국화병문을열어
하늘에낮별로뜨는취나물꽃
누가뭐래도가을의마음이지
옹기종기모여선코스모스

열매다내주고한해일끝낸포도덩굴
볕속에가만히몸담그고
콧노래로노천욕을즐긴다

십년아니십오년조상벌초도드물던
구순되신둘째작은아버지
북어같은얼굴로찾아오셔서
너도이제늙었구나늙었구나낙엽처럼바스락거리다
빈하늘에그리운길하나지우고가셨다

가을은가을이라고
가슴속흐르는물줄기
이곳저곳정(情)의깊이를재며흐르다가
머리흔들고발길을돌린다

흰이슬서늘한이새벽뒤뜰은
내살아온날들의허물을씻는세례장
부디겉과속이하나되어
비닐천막처럼투명한삶이되길
마음한점에도욕심의그늘들지않길

뒤뜰툇마루에시간을떼어놓고
꽃들사이에슬며시끼어앉아
참이슬한잔을받아들며
국화꽃안부를묻는다

<처서>

이제,축제는모두끝났다고
말하지마십시오

가을철새가깊어진하늘길로
날개를저어돌아오면마음이
더넓어진호수가슴을열어
하늘과물새를끌어안고
푸른물갈대붓을세워
궁서체로밤새워손편지를쓸것입니다

달빛은강물을따라가며춤추고
풀벌레찬이슬에어깨가젖어도
사랑노래초원에출렁이면
갈꽃들흔들리며잠들지못하겠죠

이제,돌아가야할시간이라고
그렇게도말하지마십시오

살은살끼리뼈는뼈끼리
부딪치며돌아가라하시고
가슴만남겨서가슴끼리사랑하게하십시오
오직사랑이목숨이고
목숨이사랑인사랑만이존재인줄
깨닫게해주십시오

나무는입을하나씩버리고
길이보이는모든창문을닫아도
가을꽃은저언덕과휘파람을사랑한다고
가을의언어로속삭이겠죠

말해주십시오
잔치는열려취한꿈깨어날일없고
사랑으로가는길은끝이없으니
이별은사랑의끝이아니라고
바람이하나씩문을닫고돌아가는이저녁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