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현대시 기획선 127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현대시 기획선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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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애

저자:김영애
부산출생.2019년『시와사상』으로등단했다.현재부산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아다지오

겨울장미12
그라피티14
기억의먼곳16
나의정물화18
담쟁이20
디아스포라22
시집속에서방황하다24
아디아포라26
암연28
큐레이터30
큐비즘32
토마토의반론34
회색지대36
후애(厚愛)38

제2부알레그로

겨울아다지오42
녹턴44
루46
멜랑콜리아48
빈(貧)50
사람들52
산책54
스칼릿장미56
아카이브58
에스키스,우리60
체리의계절62
식물과동물사이,우리는64
포이즌65
해후(邂逅)66

제3부모데라토

기억의습작70
물끄러미72
번아웃74
브람스를좋아하세요76
상사화78
마지막왈츠80
수련81
시놉시스82
해바라기84
고흐의토요일86
영화같은88
오브제90
변증법92
어반스케치94

제4부알레그리시모

붉음98
어렴풋이,여름100
여름소나타102
연보라104
이분법에대한사고106
접은계절108
수요일의안단테110
질문들112
컵속의아리아114
코발트블루116
콜라주118
에스키스,맘120
너f야123

김영애의시세계|송현지125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깊고어두운곳으로걸어갔다
폭우가쏟아졌다
바흐「G선상의아리아」속에낯선귀가떨어져있다
누구일까?

2025년
김영애

책속에서

<나의정물화>

정물을펼치면작은꽃밭이있고방은벽의뒤쪽과텃밭사이에있다루드베키아붉음속으로대문센서등이각진눈을떴다목에두른긴머플러끝으로창이붉다방문을열면어제내려놓은감정이발목을잡는다

사람의소리일까바쁘게덜컹이는빨강골목을흔들었고빠른걸음으로지나가는발바닥엔어제가묶여있을까소리,노랗다혼자열리고닫히는계절의창너머로가끔은달리아가창을두드렸다

아직나는잠에서걸어나오지못했다소리를끌어다어제를덮는밤의이스트처럼누군가골목을일으켜세우고담장을흔들었다

산다는것은소리를견뎌내는것일까가끔씩찾아오는나의정물이소리를덮는것처럼머무는곳마다주인공이되는아이러니,물의내면처럼흐르는생각이어제를끌어당긴다

감정을엿듣는습관으로나는새벽거미줄에걸려있는이슬이지만모래성을쌓곤했다영혼을퍼먹듯겨울과여름을넘나들며나는나를걸었다

나의정물을펼치면왜,모딜리아니의긴목이창에걸려있는걸까

<브람스를좋아하세요>

안단테의리듬으로걸어오는여름한낮사계가강물처럼흐른다면현에기대어잠들었고꿈속에서자일리톨껌을씹어요우리의연주가될까구부정하게휘어있는내안의이분쉼표는중심을잃고내일은사랑스럽게아플거예요만남은바깥에있고난생각을껴안고건반속으로들어가고계절이오래떠나지않아도우리의연주를물들일거야

안단테와라르고사이의아다지오로흐르지만아래는절벽같았다내안의침묵으로변해버린브람스의자장가,일어서며옥타브를높였다넌침묵이묘약이라말했지그생각이모차르트피아노협주곡21번같았지

건반을열면세번째꿈을쏟아낼것같은열정은기억아래잠기고완전히다른물결위에음률과불안을끼얹으며밤새도록꿈속을헤매는우리의세레나데무덤처럼깊게팬창너머로모든날의음을모아우리의세계가될수있을까

교향곡4번에서기다릴게자장가는우리의설렘을덮었지만그때의생각만으로기다릴수있을것같아즉흥곡슈만의트로이메라이연주를할까흰건반에서멈추면우린백허그하는거야

<포이즌>

바다위를걷고있는나는무모할까위악적일까혐의를벗지못한계절과담장이없으면나의이름을가질수있을거라생각했다계절을지나온행성의궤도와같이내면의암흑과밤11시같은관성에몰두했다

길은부서지기위한질주일까무모한걸음은얼마나힘이들까오늘도결연하게나는바다위를걸었다여긴세상에없는바다에발을얹어보는게전부이다걸음은처음후각을가진물의수심에맞추었다

신발을벗어놓고걷는여정은어디쯤일까목적지가없는생각은메아리만을불러냈다명징의법칙에대하여라는말을뱉었다늘어나는웅덩이를채우는사물은,최초의탄식마른기억에나를매달고손을저어보는것

생각이잦아들기를기다리며뒤섞인착란과윤곽에맞물린시제들이겹친계절이그렇듯길은보이지않고다시바다위를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