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스파크

짧은 스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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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희경 시인의 시편들을 읽으면 추운 겨울날의 저물 무렵 은은하게 비치는 햇살의 온기와도 같고, 석양의 아스라한 잔양과도 같이 그렇게 따사로운 온기를 경험하게 된다. 시인의 시편들을 음미하다 보면, 마치 묵밥이나 메밀차처럼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한 그윽한 맛이 우러나는데, 이러한 시적 특징들은 시인이 희로애락과 간난신고의 세상사에서 애써 초연하고자 하는 인생론적 태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인의 시편들이 지니고 있는 정취가 초라하거나 가난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인의 시적 행로를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은은하지만 풍요로운 세계를 마주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로서의 권력이라든가 금력 등에서 벗어났을 때 소소한 삶의 기쁨들이 와락 안겨 오는 것과 같은 이치와 같다. 망원경으로 볼 때는 볼 수 없었던 미시적인 세계가 현미경을 통해서 바라볼 때, 그 풍부한 세계가 현현하는 것처럼 시인은 작고 사소한 사물들과 사건들에 현미경과 같은 섬세한 시선을 드리우고 그 미세한 결과 켜들이 완성하는 무늬를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시적 세계는 하나의 소우주를 이루면서 자족적이고 풍성한 의미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