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캄캄해지는

다만, 캄캄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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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긍정성의 과잉(過剩)은 “가시를 먹는” 일과 같다. 긍정성의 과잉은 자기 학대다. 긍정성을 멈추게 하는 것은 부정성(Negativität)이다. 부정은 멈춤이고, 망설임이며, 서성거리다 낯선 틈을 발견한다. 양윤정 시인은 긍정성 일변의 사회에서 ‘부정의 힘’을 요청하고 있다.
저자

양윤정

저자:양윤정
충북제천출생.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예창작과정을수료했으며,2006년『시사사』로등단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두번오지않는사건
개기일식에사라진나는·14
나무가된사람·15
비린태양이뜨면·16
날것1·18
나의필사·20
뚜벅뚜벅피어나는꽃·21
숲으로난길·22
무심천·24
태백선1·26
소금달을훔친여자·28
블랙문·29
주천강·30

제2부붉게번지던소문
가물가물·34
한밤의물방울·36
베로니카의진주·38
태백선2·40
수국·42
고해소·44
바다극장·46
날마다물을주어도·47
검은말·50
상처는아물지않는다·51
장미를먹는일·52
날것2·54
바다가끓인안주·56
숲과공원과밤·58
왼쪽어깨의기록·60

제3부그대에게닿을때까지
협곡2·62
풍경·64
여백·65
헤매는정어리·66
풍혈대·68
적토의나라·70
뭐라도할수있나·72
왜가리·74
도라지·76
빈손·77
명치에고이는물·78
비내리는연극·80
그는달을굴린다·82
연꽃마을·83
시든혀·84
물속의둥근집·86

제4부조용히돌아서는일
불화(不和)·90
해지는바다·92
등뒤에놓은얼룩·93
詩짓는여자·94
바다를묻은도시·96
천년염정·98
협곡1·100
직녀의뜰·102
틈·103
빨래를널다,문득·104
입파도가는길·106
달맞이·108
미로찾기·109
살구씨오일함유·110
녹슨못·112
주소·114

양윤정의시세계|박찬일·117

출판사 서평

추천사

양윤정의시에는‘그’에대한그리움이묻어난다.‘그’는부재하며,나의그리움은점점커진다.시인은“후회인듯,고백인듯”시를읊조린다.현실의아픔을헤매면서도,끝없이미래로나아가는길을모색하며,시를찾아더깊은곳으로침잠한다.그래서이시집에는새아침출발의햇살이번진다.투명한빛의페이지를넘기며잠시캄캄한내일을내려놔도좋겠다.
-길상호(시인)

저자의말

언어는사라지고
기호가난무하던시기에
주변지인여럿이
여백속으로떠났습니다.

살아남아
지켜본자의몫은,
기억과추억으로
빛과뿌리나물길로
같이흐를것이므로

이제야,
그늘진비늘한꺼풀올리고
마음의빚,건져보냅니다.

고맙습니다.

양윤정

책속에서

지나는바람에도-문을향해짖는,강아지껌을사러나갔다-정수리에서분수로퍼지는한낮-골목에서필름으로태양을보다-인화된아이들이소리지른다-달이태양을먹는거래

그래,나를간직하려던당신이심장을꺼내들고소리질렀지-거부당한,붉은눈으로-사라지지않고다만캄캄해지는그대-저달의눈물에

아니,태양을삼키면서까맣게타버리는달에게-그대와나도모르게-어둠을컹컹짖으며보내는일은-생애두번오지않는사건이다-아무렇지않게다시길을가는-그러고도무사한듯새로운달을잉태하는
---「개기일식에사라진나는」중에서

뱀이알을놓는밤
화끈화끈등줄기에칡꽃열리고

장에나가,오지않는
개구리처럼울지마세요

검은강물이검은동굴이
제뼈에도새겨졌다고
얼룩지는아버지

구름처럼사라졌다고
칡으로엉켜울지마세요

산허리길
칙칙엎드리는열차

소년의무릎
유골상자가비스듬히열리고

아버지손금을읽던
까만별들쏟아지고

칡꽃안에
축축한어둠내리고
스륵스륵뱀들이허물벗는밤
---「태백선1」중에서

두부콩을맷돌에-한바퀴돌릴때마다갈려나오는달빛-꽃송이송이들길가에마중나와있네-꽃속에들어가몸을웅크리네-어머니가피었다가사라지고-돌돌말아두었다가밤이면펼치는꽃잎-달빛을치마폭에받았네-노랑나비와한바탕춤추고싶다고

꽃등을켜들고길가에와있네
---「달맞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