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문지아 시집 「당신의 울음을 필사하는 하얀 밤」을 펼치면 새하얀 불면과 함께 밀려드는 백광(白光)의 입자가 온몸을 포박하듯 달려든다. 마치 오래된 세계에서 뛰쳐나온 요정이 몰고 오는 빛무리처럼, 잊고 있었지만 언제든 되살아나 자신을 통째로 들어 올려 향하게 하는 세계 이면의 형식 속으로 성큼 들어선 사실을 생각하곤 소스라치며 놀라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어째서 생겨났을까. 왜 아름다움은 둔중한 걸음걸이처럼 지나가는 언어의 세례를 받고 나서야 찾아오는 눈물 같은 것일까. 시간이 멈춘 듯 영원히 잠기어 있을 것만 같았던 바다가 바람의 결을 따라 움직이면서 마침내 쓰나미 되어 요동치듯, 울음은 말을 긷는 몇 번의 자맥질과 여러 번 헛디딘 발걸음이 지나간 자취에 비로소 떠미는 밀물 같은 것이리라. 이런 과정은 시인이 느끼는 세계와 현실이 경험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 사이의 지난한 힘겨루기 끝에 반점처럼 번져 신열(身熱)을 앓게 된 풍경화와 다를 바 없다는 자각과 관계한다.
당신의 울음을 필사하는 하얀 밤 (문지아 시집)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