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심훈의 이번 시집은 “듣고 싶은 것만 골라 듣느라/ 들리는 것을 듣지 못했”던 우리 안의 태연한 무심함과 그 대책 없는 이기심을 정면으로 응시하기 위해, 인간의 억센 목소리에 한없이 밀려나고 희미해지며 남겨진 것들을 증언하고 위무하기 위해, 뿌리뽑히고 훼손당한 존재의 목소리와 그 울분들에 응답하기 위해, 그 오래된 서러움 곁에 함께 서기 위해 바쳐진다. 그의 시는 서둘러 인간 바깥으로 나아가 답을 구하려 하기보다는, 이미 인간 안에 깊이 연루되어 있는 소외와 차별, 폭력과 부정의 역사에 차분히 귀기울임으로써 냉소와 소외로 가득한 현재적 삶의 병폐와 한계를 치유하고 넘어서려 한다. 그의 문장은 세상의 모든 소외된 삶과 시간이 서로의 곁에 기대어 머묾으로써 견디고 버텨내는 밤의 온기를 닮았다. 그 숱한 밤들의 혼곤한 열과 뒤척임들 덕분에 새로운 아침이 온다.
달의 뒤란 (이심훈 시집)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