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사람 (2 판)

바람의 사람 (2 판)

$13.00
Description
이 책은 〈개화〉, 〈피터처럼〉 등의 작품이 수록된 시집이다.
저자

장충길

저자:장충길
경남밀양출생(1951).경북고,강서대학교,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M.Div(목회학석사)졸업.KBSPD역임,한국방송대상수상,목사,한국시인협회회원,한국사회복지사협회회원.2005년『시사사』(이수익,조정권추천)로등단.

목차


시인의말

제1부개화

개화10
피터처럼11
황홀한기쁨12
불화14
사랑의본질16
언어들이아프다18
쉼을위한변명19
문열어라꽃아20
바라봄22
섬24
느릅나무애벌레26
조각공원28
어떤죽음30
일몰31
수술32
네잎클로버발견기34
순대국밥36
낙엽,밟히다37
어메이징그레이스38
결혼의비밀40

제2부아름다운풍경

단풍나무44
내장산입구에서45
까치가얼어죽은날얼음밑을흐르는――――46
세상은47
아름다운풍경48
천국50
여인의웃음51
행복한우리집52
부용이핀다54
어둠속의만찬56
새벽에누가울고있다58
詩―돌의모략60
돌62
산에서길을잃다64
이별연습66
무엇을보려고해는떠오르는가67
시인들의밤68
치욕의순간70
은검초72
포옹74

제3부여의도시편

원죄76
여의도의봄178
여의도의봄280
갸륵한눈길81
벚꽃축제82
나무와비의탱고84
전설86
붉은강88
어느새여의도에가을이,온다90
매미92
변곡점93
여의도공원천사94
여의도공원?겨울96
전쟁198
여의도공원?새100
어느프로듀서의봄맞이이야기102
여의도공원?폭설104
바람의안테나105
한줄긋다106
여의도소나무107

장충길의시세계|박남희109

출판사 서평

추천사

‘바람이내안에서내가되었을때,나는원초의기쁨을노래하는바람의사람이되었다’고전언하는장충길시인의종교적사유는영적장소요,새로운언어가발생되는지점이기도하다.시인이체험한종교적영성은사물로통하는어떤통로가될수있을까.장충길시인은지상에서날아오르는깃털을보며스스로를자각하듯‘그대가사랑한것은무거운것들이었다’고말한다.이시집에는‘잔가지하나같은세상’에오직눌러붙어기어온듯살아온느릅나무애벌레같은삶에대한자성도담겨있고,인생의후반,‘늦가을숲속’깊은곳으로들어가‘가장늦게물드는단풍나무’한그루찾아나서는늦은마음도있다.그고요히불타는단풍나무밑을‘바람의사람’이되어침묵으로써경배하는시인.그동안장충길시인의시는삶을이해하기위한단순한통로로서심오한비유나심미적수사없이도시의우울과고독,그리고부조리한사회를열어제키는소박한행보를보여왔다고할수있다.이번시집은그가새롭게출발하는시작점이될것이다.그런점에서장충길은‘지금까지의’시인이아니라‘지금부터의’시인이라고말할수있다.
-조정권(시인)

시인의말

한낱씨앗같은
생각을벗어던지고
감히존재앞에서다.
출렁이는세상속으로떠나기전
비릿한어느해변을거니는느낌.
그러나바다저편으로부터불어와
온몸을스치는바람에게서
꽃이후의분명한기쁨을감지한다.

2008년10월
장충길

책속에서

바람이나를듣는다.
우주의이쪽에서저쪽까지
한걸음에내달아
크고작은별들을만들고
별과별사이질서를세워
황홀한기쁨을노래하게하는
태초의바람이
어느날내게로왔다.

바람이나를듣는것에
나는번개처럼전율했다.
민망한눈과귀를
바람을향해열어두고
나는준비도없이
바람을따라나서
광야와도시를휘돌다
불타는산에이르렀다.
거기서옷을불살랐다.
눈과귀를불태웠다.
입술을지졌다.
그리고나는소멸되었다.

바람이내안에서
내가되었을때,나는
원초의기쁨을노래하는
바람의사람이되었다.
---「황홀한기쁨」중에서

여의도공원한복판
뽐내듯서있는꽃사과나무,
잘익은열매를바라보고지나갈뿐
아무도따지아니한다.

강이공원을내기전
무성한갈대밭위로불던모래바람과
귀를찢던임시비행장의굉음과
회색아스팔트광장의무미건조를
아무도기억하지아니한다.

여의도에사는나무들,
신전에박힌보석처럼빛나지만
실은고향을떠나와뿌리가약한것들이다.

차마꺼내지못하는속내를
풀어내줄사람,누구인가,
그리고나는누구인가,
아무도묻지아니한다.

오래묵은꿈속에서나는날마다
여의도공원보다몇천배더아름다운정원을거닐며
꽃사과보다몇만배더탐스런열매를훔친다.
---「원죄」중에서

조각공원을빙둘러보는눈,
모자이크를꿰어맞추듯요모조모들여다본다.

거울속잘다듬어진잔디와정원수,
돌,나무,금속과플라스틱으로쪼고얽은
온갖물체들,주인행세하며
낯선관람자를감상한다.
흐릿한밤의불빛속에서
갑자기생기를얻어
어둠속을걸어다니는토우들.
밤안개가뿜어져나오는계곡에서
얼개는얼개를낳고
형상은또다른형상을복제한다.
존재하는모든것들사이
경계가사라지고,
진짜와가짜가무의미한
복제프로그램들둥둥떠다니는
매트릭스산책로
연결회로를돌고돌아
숨막히는압력을마지막순간에날려버리는로그아웃,
클릭후화이트,블랙이교차하는
조각공원깊은밤.

관람자는살해되고
조각이인간이되는,
새로운왕이동굴속에서
신화처럼걸어나오는꿈을꾼다.
---「조각공원」중에서

늦가을허름한옷차림으로,가방하나울러메고몇푼돈쥐고,가출,발길가는대로떠돌다,마지막에서울가서취직시험합격발표보고오리라,작정하고떠난길.걷다가버스타고,정류장가게에서사이다탄막걸리마시고,철지난여인숙에서꿈속비마飛馬가되고,눈비비고일어나한번도가보지않은고개를넘으리라,산길을오르는데,넓은길끝나는곳좁은길이어지고,좁은길흐릿해져그만산에서길을잃다.

계곡절개면산그늘드리울때산등성에오르면산세를읽을수있으리라,오르면오를수록산은더큰산되어,오르기를포기하고,이번에는아래로,아래로내려간다.내려가다보면어느덧깎아지른낭떠러지,더내려갈수없어,다시능선을향해오르고,오르다도저히안되겠다싶어다시계곡을따라내리기를반복하다,마침내기진해털썩,주저앉으면,산의적요寂寥,뱀혀처럼등허리에날름거린다.홀로헤매는깊은산속의고절孤絶,심신을저려온다.아니나다를까,비구름몰려오고마른번개친다.벼락맞을까,실성한사람처럼또산을헤맨다.빗소리,번갯불사이로들릴듯말듯울리는산의메시지.나를보아라.나를닮아라,하는

그때이후로그는산처럼과묵한사람이되었다.
---「산에서길을잃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