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조명희 시인의 시가 환기하는 삶의 진정은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이 아니라 “더 불렸더라면/ 참기름에 볶았더라면”이라며 보잘것없는 후회를 드러내놓기를 망설이지 않는 데에서 비롯한다. 아욱을 끓이고 해쑥을 삶고 채소를 다듬어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하는 시인은 그러한 일이 정합적이고 합목적적인 세계가 강제하는 어떤 위대함에 복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암시랑토 않당게/ 누가 알기나 허간디”라고 하며 제 “아랫배가 평온”하기를 요청한다. 비록 “며칠째 부르튼 입술”처럼 “눈두덩은 좀체 가라앉지 않”을지라도, “더 불렸더라면/ 참기름에 볶았더라면”이라고 후회하며 아쉬움을 표한다고 할지라도 그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삶을 고양시킬 작은 만족의 층위임을 알고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넌지시 제안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몇 번을 쓰러지고 나서야/ 넘어지는 쪽으로 몸을 기울”일 수 있듯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 필수 불가결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손 뗀다 말만 없었더라면 거침없이 달렸을 텐데/ 흔들렸다”라는 구절은 현재의 삶은 물론이거니와 미래의 뭉근한 삶을 파괴할 따름인 욕망이 무엇인지 밝히며 이를 절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상자해파리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