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해파리

상자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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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명희 시인의 시가 환기하는 삶의 진정은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이 아니라 “더 불렸더라면/ 참기름에 볶았더라면”이라며 보잘것없는 후회를 드러내놓기를 망설이지 않는 데에서 비롯한다. 아욱을 끓이고 해쑥을 삶고 채소를 다듬어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하는 시인은 그러한 일이 정합적이고 합목적적인 세계가 강제하는 어떤 위대함에 복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암시랑토 않당게/ 누가 알기나 허간디”라고 하며 제 “아랫배가 평온”하기를 요청한다. 비록 “며칠째 부르튼 입술”처럼 “눈두덩은 좀체 가라앉지 않”을지라도, “더 불렸더라면/ 참기름에 볶았더라면”이라고 후회하며 아쉬움을 표한다고 할지라도 그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삶을 고양시킬 작은 만족의 층위임을 알고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넌지시 제안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몇 번을 쓰러지고 나서야/ 넘어지는 쪽으로 몸을 기울”일 수 있듯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 필수 불가결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손 뗀다 말만 없었더라면 거침없이 달렸을 텐데/ 흔들렸다”라는 구절은 현재의 삶은 물론이거니와 미래의 뭉근한 삶을 파괴할 따름인 욕망이 무엇인지 밝히며 이를 절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저자

조명희

전북 김제 출생. 2012년 「시사사」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껌 좀 씹을까」 「언니, 우리 통영 가요」(2023년 문학나눔 선정)가 있다. 2021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고, 제10회 시사사작품상을 수상했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살아남은 것들의 무늬 12
ㅗ와 ㅏ 14
상자해파리 16
식혜 18
화조 20
땍땍거리던 사람이 똑똑 문을 두드리고 22
제돌이와 효리와 신라면 24
네게 줄 게 없어 그림을 그렸어 26
수민에게 28
뭉근해서 구수한 30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32
언니, 놀리지 마 34

제2부

뒤 36
열중쉬엇, 차렷 38
하이든 교향곡 94번 40
모르긴 해도 42
소크라테아 엑소르히자 44
흐르는 강물처럼 46
턱 48
코알라 50
바다수산의 인어공주 52
세종이와 장남이 54
이가리 닻 전망대 56
상강 58
다이어트 60

제3부

폴라로이드 사진 62
훑은 풀씨가 아직 손바닥에 64
나는 산유국의 왕 66
일송정가든은 그때 그대로인데 68
복면시왕 70
찹쌀 꽈배기 72
모자의 힘 74
터뜨리지 마세요 75
흰눈썹황금새 76
직접 농사지은 양파즙 팝니다 78
그다음은 물 들어오는 소리 80
장애인활동지원사 복희 씨 82
극성極性 84

제4부

새들은 북쪽 하늘에 밑줄을 긋고 88
온고이지신 90
가까이 먼 나무 92
포유류가 아닐지 모른다 94
재생성 목숨 96
비과학적인 98
클레로덴드룸 100
한때는 102
봤지롱 나는 봤지롱 104
햇살은 머위 편 106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108
화이트 크리스마스 110

▨ 조명희의 시세계 | 이병국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