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현대시 기획선 15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현대시 기획선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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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금녀

저자:최금녀
함남영흥출생.1962년「자유문학」소설입선.1998년「문예운동」으로시창작.시집「바람에게밥사주고싶다」「길위에시간을묻다」「기둥들은모두새가되었다」등9권.공초문학상,펜문학상,현대시인상,여성문학상등을수상.대한일보기자,한국여성문학인회이사장역임.

목차

시인의말

제1부이쪽과저쪽

압록강10
장백산줄기줄기12
목소리14
구름한조각16
이쪽과저쪽18
아,시간21
삼리22
서울며느리26
부부29
1980년대청호30
러시아춤32
로스께의별사탕34
반동분자36
공민증38
동생이울음을터뜨렸다40

제2부코크스

부산195044
모래바람46
도둑일기48
한솥밥을먹었다50
고모52
도너스54
맹목적인송도57
일찬네60
바라크62
물지게64
목구멍은열린무덤66
히까리마찌68
년년,놈놈,욕욕71
옥시풀72

제3부쉴만한물가인줄알고

하얀탑74
껌싸기76
정동16번지78
화장터가보이는집82
쉴만한물가인줄알고84
안반데기85
불광동86
입김87
홍제동88
컴컴하고개구리가울었다89
내이름90
연극시간92
날마다비판94

제4부늙은원주민

갈곳이없다98
늙은원주민100
주행走行105
연두색띠106
만보를생각하다108
오직나의다리와함께110
흐려진다112
망향제단114
통곡한다,랭면116
아버지,서계시다118
도라산역120
비둘기운다,꽃진다고122
바람에게밥사주고싶다125
이북5도청126
2045년130

최금녀의시세계|염선옥131

출판사 서평

최금녀의이번시집에서회상은단순한회고를넘어선다.그것은상처입은어린‘아이(i)’를다시불러내어마주하고끌어안음으로써,마침내온전한‘나(I)’로수렴되는내적화해의드라마를가능케하는윤리적상상력의형식이자,흩어진‘나’들에게보내는고졸한애도이다.여성이자이주민으로서의몸에새겨진노동의흔적,재개발속에서지워진시공간과존재들을끝까지기억해내는“마지막원주민”이라는자기규정속에서,그의시는사적인자전을넘어도시변두리와역사적변방을증언하는윤리적리얼리즘으로우뚝선다.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결국한개인의생애서사를통해분단과실향,개발과망실의역사를기억하면서,신화와성서,자연과도시를가로지르는심문心紋을형상화한다.이시집은상처입은존재들이어떻게어둠을통과해다시빛의언어를되찾을수있는지를끝까지물으며,동시에그물음자체를삶의형식으로견뎌낸한시인의응축된증언록이아닐수없다.

추천사

염선옥(문학평론가)
최금녀의시는지워진것들을다시호명하고,사라진자들에게언어를돌려주며,끝내돌아갈수없는자리를‘기억’속에복원함으로써,망각에저항하는마지막목소리가된다.그목소리는고통을호소하는데그치지않고,고통을견디며살아낸이들의존엄을되살리고,아직오지않은세대에게그기억을건네는윤리적행위로완성된다.이시집이우리에게남기는것은결국하나의물음이다.우리는지금,무엇을기억하고있는가.그리고누구를위해증언할것인가.

책속에서

<압록강>

이곳에서명사십리까지는몇킬로나될까?
망원경을눈에바짝대고
강건너북한땅을눈이뚫어져라쳐다본다

그리운고향영흥
장백산아래
동해바다를가슴에품은곳
지금은정치수용소가들어선곳

여기단동에서
내태가묻힌곳을바라본다

큰아버지가사는기와집이있는곳
평양댁이관리하는과수원이있는곳
러시아군인이별사탕을던져주는철길이있는곳
아카시아꽃길이있는곳
보리밭을밟는여자들이손을흔드는산기슭이있는곳

큰마당작은마당이있는곳
축음기가있고
외갓집이있고
사촌오촌이있고
해마다뻐꾸기가울고가는언덕이있는곳
놀잇배가느릿느릿떠있는용흥강이있는곳

지금은누가살고있을까?
기차선로는깔려있을까?
아직끝나지않았다고
나는쓰고있다.

<늙은원주민>

1
이골목은
있었던것들이
없었던것처럼사라진것들이많다
꼬마백화점
전파사
철물점
금은방
이불집
방앗간

이삼년에한번씩온통꽃밭이던
도배장판집도사라졌다

나는
승용차들이쉴새없이흘러가는이길이
본래물길이었다는것을아는
마지막원주민이다

2
버드나무새순이연두점처럼찍혀있다
책가방을내려놓은아이들이공차기를했다
패스패스소리를지를때마다
흙바닥에서흙먼지가날렸다
어쩌다공이놀이터밖으로튀어나가기도했는데
사람들은기다렸다는듯공을쫓아가
울안으로정성껏던져주었다

아이들의시간은,빨리지나갔다
수도꼭지에입을대고물을먹은아이들은
책가방을들고어둠속으로흩어졌다

그때부터는
촉수약한알전등이
혼자서놀이터를지켰다

3
이야기들이떠돌아다녔다
내가들었을즈음에는
다방마담과의사선생님이좋아지낸다는
여우같은옷집여자가착한과일가게총각을망친다는
들으면들을수록다음일이궁금한이야기들이
날마다흘러다녔다
사실이거나아니거나상관없이
떠돌다슬그머니사라지는이야기들

4
자고나면새글자가생겼다
그들만아는글자로간판을걸고
아침에개업하고저녁에폐업했다

몇시에들어오고
몇시에나가는지
그들만알았다

양말을신지않고츄리닝바람으로
아무렇지도않게걸어갔다

나는이곳에서50년을견뎠다
미국의그랜드캐니언에꾸며놓은
인디언촌락의늙은원주민처럼
총알없는탄띠나차고
들지않는나무칼이나메고
맥없이어슬렁거린다

5
기계위에얼음덩어리를올려놓고
기계를돌리면
얼음이부스러져빙산을이루었다

소복한빙산위에
새빨간물을치고
새까만팥알갱이를올려놓은
얼음부스러기들이
기막히게맛있다는것을
어떻게알았을까

핸드폰속의별의수를세어보는
아이들의뒤쪽에섰다
세어보지않아도
수없이반짝이는별들.

<바람에게밥사주고싶다>

나무들아,얼마나고생이많았느냐
잠시도너희들잊지않았다

강물들아,울지마라
우리가한몸되는좋은시절이
오고야말것이다

바람아,우리언제모여
밥먹으러가자
한솥밥,
남과북이한데모여먹는밥
세상에서제일맛있는밥

그날이오고있다
뒤돌아보지말고
흘러흘러만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