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범의 시는 대상의 숨겨진 면을 살펴보는 냉정한 눈빛과, 지난 시간이 만들어 내는 온화하고 정겨운 삶의 풍경을 지그시 떠올리는 따뜻한 마음이 녹아 있다. 행위나 사태를 보면서 삶의 진실을 유추해 내는 시의 표정이 이번 시집에 흥건하다. 그러면서 말의 낭비를 견제하고 절제된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시인의 의지가 감지되기도 한다. 크게 보면 자연과 우주 생명의 일원인 사람이지만,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적 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자연의 거대한 법칙이 천변만화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속에 순간적인 진실을 끄집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는 일상에서도 늘 세계를 해석하고 들여다보려는 사유의 끈을 놓치지 않은 데서 연유할 것이다. 시인의 생각과 마음은 현실의 여느 시민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더라도 창조적인 시의 형식을 위해 유지된다. 생활과 사고에서 빚어지는 순간의 깨달음이 시로써 나타날 때 재현되는 세계는 현실 그대로의 풍경이 아닌 상징과 비유로 재해석된 현실의 풍경이 된다. 이로써 독자는 시를 통해 현실을 되돌아보고, 되돌아본 현실에 스민 진실이나 빈틈의 공간에서 발견하는 어떤 슬기를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밀코메다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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