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 연주회 - 현대시 기획선 152

식물학 연주회 - 현대시 기획선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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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천향미

저자:천향미
경북의성출생.2007년계간『서시』를통해등단했고,시집으로『바다빛에물들기』『깡이있어야날제』가있다.2012,2026년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을수혜했으며,부산시인작품상,천상병문학제‘귀천문학상’을수상하였다.현재부산작가회의와시와사상등에서활동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인간의숲

식물학연주회10
성간비행의흔적12
패러글라이딩13
창문과나와풍경14
커튼콜16
빙점위의불꽃18
12월19
2층침대의별22
내일을품은사람24
편도여행26
난청의바다28
천년의미소30
파도소리길32
민무늬34
일곱번째석양무렵36

제2부침묵하는증인

수렵도38
마른장마40
환승론41
전시장42
모든감각이하나가될때까지44
피타의퍼즐46
오리무중47
우리는서로의얼굴에손목시계를매달았다48
오월50
선경仙境에들다51
휴식52
나이테54

제3부세상의피부

침묵의게임56
비등점너머의풍경58
결빙의노래59
겹꽃의연대기60
소금빵을굽는시간61
페르소나62
페르소나264
노스탤지어65
고요를먹는눈66
슬픔을표현하는방식68
헛꽃70
헛꽃272
우기의추상74

제4부시간의순환

시간이시럽처럼새는줄도모르고78
막다른골목에서80
박물관에서82
칼스섬의파도84
워터마크286
지상의별자리87
빈집의생각88
책갈피90
가지않은길92
소리의나침반94
놓친다는것95
착시96
밤의문고리98
두물머리100
손끝으로걷다101
예측가능한맛102

천향미의시세계|안민103

출판사 서평

추천사

천향미의시집속엔시간에의한상처와통증이가득하다.현재라는것은항상과거의시간을포함한현재다.천향미는이러한응축된흐름의존재인‘나’를시속에서성공적으로은유하고있다.또한자신의색깔을통해세상에존재하지않는문장과은유로시를써내려가고있다.그러한문장위에서자신의상처나아픔을지나치게과장하지않으면서동시에자신만의빛깔로슬픔을담담하게묘사하는데성공하고있다.
-안민(시인)

[시인의말]

놓친다는건
내마음이미처안아주지못한감정같은것
어떤밤엔놓친꿈이더선명하다.

2026년
천향미

책속에서

오른팔이자라는동안눈먼소년의생애를왼손으로받아적는다
조금씩관절자라는소리를들으며바깥을경청하는꽃들
방언으로쏟아지는언어를버린대가는꽃의몸을입는일
네출생은필연이었다

가늠할수없는깊이를재는대신적막을즐겨봐
무표정하게겨누는저격수의푸른눈동자는적요한빛깔이었다
흔들리는총구아래오래서성일지도모른다는생각
재즈멜로디를부력삼아부풀어올랐다

유통기한지난날개는이제그만내려놓아도좋아
닿을수없는초록을절벽이라부르겠어
끝없이멱살잡히는머리카락을수습할시간
잔기침을하며열두번째관절인형이돌아눕는다

더는달려들지않는불빛을추스르며낮은음역을지날때
네가건넨귓속말허공의문을열고들어선다
빙점아래내려앉은서리꽃,눈을뜨고
기약없는초침소리메아리로서성인다

또다른생이펼쳐지는겨울과봄사이
몇번의절기를함께견뎌낸목소리동심원으로쌓여가는동안
느닷없이교차하는비트음에눈을감고귀를여는꽃들
비로소환해지는소리의비등점
시간이시럽처럼새는줄도모르고
---「[대표시],식물학연주회」중에서

주머니없는웃음을가득털어넣고붉은담요속에잠을불러들였다

눈꺼풀을깜박이는동안첫만남을노래하던새는여러번의자를옮겨앉았다

내그림자에뿌리내린메아리는낡은괘종시계속부엉이처럼드나들었다

바람이바스락거리는낙엽들을불러모아조심스레쓸어담고있다

창문너머겨울의숨결을타고차가운공기를아슬하게핥는다

나비의날개처럼부드럽게당신숨결에도깃털같은계절이내려앉을때

길들지않은작은짐승을두발사이에누이고여린잠을다독인다
---「[대표시],시간이시럽처럼새는줄도모르고」중에서

종일속을달궈도나는끓는점에닿지못한다바다는뼈대가된파도를불러앉혀놓고수평을저울질하고있다해변의그림자를어루만지는동안,눈속적색점멸등이깜빡이고해변의연인들은수평선에뿌리내린채막끓기시작한저녁불빛을나눠마신다스타벅스엔제리너스탐앤탐스이름표를단조각케이크들이입술을음미하고있다낮은채도의불빛속에서백색소음은물고기로변주되고시간은반복되는후렴구로배열된다나는마지막지점을통과한마라토너,가쁜숨은폐속에서꽃가루로흩어진다하나의슬픔이또다른슬픔을잉태할때,한입베어문울음이폭발한다사건은뒤틀린상상에서시작되고영화의한장면과기묘하게포개진다검은파도가밀려오고오랜슬픔이소환된다반복되는멜로디와끈적한올가미,천천히시간을거슬러올라가면이모든것은아메바성급성뇌질환,검은바닷속으로잠겨드는어지럼증,괜찮아너의탐색은이제멈추어도좋아밤새창밖을지키던점멸등이유리벽너머로불빛을흘려보낸다파도의침묵이나의모든소란을집어삼킨다나는물속에서너무오래호흡을멈추고있었다마지막코딩지점에서내몸을빠져나온소란허공에재배열된다
---「[대표시],비등점너머의풍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