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노는 호숫가 - 현대시 기획선 154

시간이 노는 호숫가 - 현대시 기획선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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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권늘

저자:권늘
서울출생.2015년「문학광장」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기억에대한오해」가있다.2013년인천예술인의장상을수상했으며,2016년인천문화재단예술지원금을수혜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골목의방백10
광장의시계.지금은안녕하십니까?12
화재의화제14
박제된날들16
낯선언어들18
요란한장식20
나날의탈각22
집나간개와팬케이크24
피카소의화실26
시간이노는호숫가28
다시부르는노래30
빙하의언어32
끝의시작34
늙은말은그네를탄다36

제2부

이바람이계절을바꿀수있을까38
네.오후5시경입니다41
병명이꼭필요한가요44
사과만들기46
새벽전철48
19번버스를타야한다50
처음의관계학52
허공의북소리54
김씨56
백중百中58
삼월60
불가능을설계합니다62
당신은조금더멀리있습니다64
혀의난67

제3부

어떤죽음70
소멸의방식72
불의시간74
아직태어나지않았습니다76
낙첨일기78
엑소더스80
처마아래서82
짓84
그산의생태학86
끝내바람이되어88
그들의무게90
숙성92
구석의온도94

제4부

고래,197098
동묘시장100
길에서길을묻다102
소리의눈104
바람이지나간자리106
색의중력108
바지선110
늙은가로수앞에서112
둘의방정식114
소심한시비116
머문자리에바람이인다118
명당120
엄마는별을본다122
산.그너머에대하여124

권늘의시세계|정훈127

출판사 서평

추천사

문지아(시인)
소멸을짚어가는시인의감각은사라지는것들의결을더듬는데서깊어진다.이시집에서자아는고통과기쁨을넘어이동하는상태에놓인다.상처는세계와접속하는방식이고,슬픔은사유의중심이된다.그의시는흩어진감각속에서맥박을찾아내고소멸의자리에서흔적을길어올린다.미완의시선은도달하지못한자리에서존재의결을드러낸다.이시편들은결론없이지속되는움직임으로남아우리에게다시묻게한다.

시인의말

울음은조용히접힌채처음으로돌아갔다
아무일없던것처럼

2026년
권늘

책속에서

<골목의방백>

은폐를불러들였다

그늘은지나치는것으로충분했고
후미진곳의일은늘경계에서있었다
노출의위험속에서하나둘불러모으는은밀함이있었다

비밀은공정하게숨을쉬었고
골목은슬그머니서로를부르고있었다

가려진생각이머물고
비로소골목으로들어설수있었다

골목이사라진도심한가운데,
가리고싶던일들이하나둘드러났다

객석을스치듯지나치는이들과눈을맞추는일

골목의어귀에서흩어지던연기는환기통
속으로사라졌다

고개를숙인채담배의불을붙이는
여인의등선

<시간이노는호숫가>

호숫가를배회했다

아침나절에쳐놓은그물코를따라하루는좀비처럼빠져나가고
시큼해진저녁엔생기가돌았다

라면이라생각했던버너에는놀랍게도밥이끓고있었다

어제의이야기가상대를바꾸어가며되풀이되고
바닥난화제는조금전떠나버린낯선이의뒷모습을설거지하고있었다

다시나타난이의짐속에도만만치않은조구가웅크리고있었다

그와이야기가다시시작될즈음호수에는붉은빛들이반짝이기시작했다
삼월의한기가살속을파고들때차림새가마술처럼바뀌었다

당연하던침묵이물수제비되어건너편불빛을때릴때밤의살림망엔
여럿의핑계가헤엄을치기시작했다

시간은다시모여한가한잡담을나누고
성긴그물코를다시깁는아침나절의호숫가

<길에서길을묻다>

길을따라나섰다

그의길은늘젖어있었고바람이불었다
돌아가는길이많고가다보면사라지기도했다

가끔그에게길에관해묻기도했지만,
그때마다그는웃었다

그자신도잘모른다고했다

거침없이걷다이내주춤거리는
그의길은처음부터닿을곳이마땅치않았다

길을벗어나지말라는날선눈빛만있었다

가끔은그도가던길을잃고돌아나오곤했다
그럼에도그를따라나서는사람들

그길위에놓인수많은질문가운데
나를흔드는빛이자랐다

그와의보폭은달랐지만기꺼이같이걷었다
그의길에서나를보고있기때문이기도했다

길이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