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에서 길을 잃다- 현대시 기획선 160

시온에서 길을 잃다- 현대시 기획선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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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엄하경

저자:엄하경
본명엄미경.2003년시사사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내안의무늬가있다.2026년울산문화관광재단예술창작활동지원금을수혜했다.현재한국작가회의,한국시인협회회원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살청과유념사이10
詩어게인12
시온에서길을잃다14
튤립이오는동안16
광복동,198018
둥근잠19
질경이의길20
다대포일몰22
바닐라슈를굽는잠시동안24
FullMoonService26
슬픔을굽는시간28
꽃길이후30
시빚32
칸나에게전화를걸다34

제2부

사파,경계너머36
별의기원38
통도사자장매피면40
팬덤의정석42
단지몇번찔렀을뿐44
맹독의봄46
호모마스쿠스48
극지를꿈꾸는시간50
노인의사원52
수어하모니54
비자림정령56
특별한수업58
AI전성시대60

제3부

슬도의저녁62
북정동B-0464
떠돌이별의기억66
태화오일장68
암각화,고래70
대왕암71
정자항풍경172
정자항풍경274
달과고래의노래75
낙원반점76
간절곶편지78
본성80
울음을떠올리다82
파래소바래소84
부겐빌레아85

제4부

무가뽑힌자리88
그여름의끝90
아카시아피는오월92
작천정벚꽃93
알레그로94
망초꽃피면96
천년잠97
가을을인출하다98
목향장미가있는풍경100
까암빡102
기림사법당104
욕심솎아내기105
지심도에서106

엄하경의시세계|김효숙107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잃어버린말들을꺼내봅니다.
마음에오래담아두었던기억들에
온기를담아
다시길위에서봅니다.
때로흔들리겠지만
걸음멈추지않겠습니다.

2026년
엄하경

추천사

엄하경의시에는기교나수사보다순결성과정직함이,아이같은감수성으로작고연약한대상을만나는투명한마음이살아있다.비하하고조롱하는말의폭력이난무하는시대를살면서만난엄하경의언어에는깊은슬픔과토로할수없는상처가조용히숨어있다.삶이라는내적대지를딛고서저환상같은이미지에자아를접속한엄하경의시적수행은언제나현존에기반한것이다.
-김효숙(문학평론가)

책속에서

<시온에서길을잃다>

겨울이와도철새는보이지않네
돌아오지않는철새처럼
그때의나는어디에도없네
발목잘린기억들이하굿둑아래
흐르지못한물길위,부유물로떠있네
낙동강칠백리흥건히적시던핏빛노을은
미세먼지에가려흐린물감처럼번져가네
칼바람흔들던갈대밭위로
화들짝날아오르던
고니청둥오리저어새흑두루미
이제는찾아올곳을잃었네
듬성듬성남은갈대길버려진과자봉지에
비둘기들이코박고부스러기를쪼고있네
아득하여라자취도없이사라진시온섬
샛강나무다리건너며손가락걸었던
더운피청춘들의뜨거운약속,
이제는돌아갈수없는시간들이
늘어선고층아파트옥상위에
갈길잃은손톱달로걸려있네

<단지몇번찔렀을뿐>

밤이다
당신들의밤은낮보다길어
독술을연마하기에딱이다
혀끝벼려필살기준비하는당신
오늘의표적찾아모니터를노려본다

매의눈과신박한독설만으로
상대를단숨에제압할수있기에
이전쟁은아주경제적이다
묘수가떠오르지않을땐
다른동맹의현란한독설에
‘좋아요’만신나게달면된다

컵라면식은국물들이켜며
치명적인독을골라
신속하게날릴준비끝냈을때
드디어표적하나접수한다
여기저기마구찔러보다
마지막일격!
목표물이스러졌다

단지몇번찔렀을뿐*
이라중얼거리며
당신은증거인멸중인데
여린꽃잎,상처많은꽃들이
막힌출구앞에서
소리없이지고있다

아무도구하러오지않았다



문득,밤하늘에떠있는환한달을보고
아!탄식할수있도록
누군가날마다새로만든달
하늘에띄우고있다면

박하향싸한가을하늘에
뭉게뭉게떠있는포근한구름이
몽실몽실양털을깎아
하늘로날려보낸거라면

조각배위에서모닥불을피워
아버지와단둘이
아무런불화도갈등도없이
갓잡은송어도란도란구워먹을수있다면

잠든나가만히내려다볼수있다면
내꿈속에서주인공이되어
언제나해피엔딩으로아침을맞을수있다면

수많은나차례로끄집어내서
그때왜그랬냐고따져물어볼수있다면

헬륨풍선쥐고허공에한발내디뎌도
추락하지않고걸어갈수있다면

아,그보다
전시장나서면서도
그싱싱한상상
놓아버리지않을수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