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의 기하학- 현대시 기획선 158

불꽃의 기하학- 현대시 기획선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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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원교

저자:황원교
1959년춘천에서태어났다.1989년불의의교통사고로전신마비장애인이된후입에다마우스스틱을물고창작활동을시작하여,1996년충청일보신춘문예시당선과2000년계간『문학마을』신인상을받았다.그동안시집으로『빈집지키기』,『혼자있는시간』,『오래된신발』,『꿈꾸는중심』을,산문집으로『굼벵이의노래』를,장편소설로『나무의몸』등을펴냈다.2013년제3회청선창작지원대상을받은바있으며,현재청주시인협회회원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저물녘의초상10
저녁놀속으로부는바람12
묵염(默染)14
느림의미학15
불꽃16
사막의벽17
저녁의사유18
불꽃의기하학19
12월20
쓰레기소각장앞에서22
매일쓰는유서23
그늘의굳은살24
숨의분무기25
삶을견디는방식26
사랑과시간의함수관계28

제2부

가죽부대의연대기30
골밀도3.431
21그램의하중34
M병원314호실을떠나며36
라이프마스크(LifeMask)37
혀끝의낭떠러지38
얼음가시40
숨쉬는죄41
호두과자를먹으며42
11월44
슬픔의초상46
노인48
설국의아침50
불비상(佛碑像)앞에서52
까마귀가울고간겨울아침54

제3부

사소함에대하여56
대답으로바꾸지못한말58
오래된음성60
시간의입구,다른쪽으로기우는62
개망초꽃64
3월26일66
상당산성(上黨山城)에서68
염낭거미70
봄까치꽃72
어머니의기일(忌日)74
봉쇄의시간,그너머75
울울창창해지는것들76
오리숲길78
수레바퀴의궤적에대하여80
나무,침묵의언어82

제4부

공명의방식86
나는지금항해중88
독서90
도도새91
오래된몸짓92
비밀번호94
물한방울의파동같은96
코스모스(Cosmos)일부들여다보기98
불규칙한나의그림자100
봄비의언어102
다음생을위한지도104
시를읽는가을저녁106
봉합108
꽃110
분홍돌고래를그리며112

▨황원교의시세계|송연숙113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결핍과연민으로빚은시의성채,
첨탑은커녕이무깃돌도되지못한채
고자누룩해진황혼이다

하지만가뭇없이소멸하는것이두려워
생의끝날까지시를빙자해
꽥꽥―소리를지른다

모든것이소멸한뒤에도
단한사람에게라도가닿아,
나는한줄의숨결로남고싶다

2026년가을
와유당臥遊堂에서
황원교


책속에서

매일쓰는유서

차라리일시에전소되었다면
이토록눅눅한통증이계속되지않았을지도모른다
안개낀새벽,
창틀에고여있는것은
밤새나를사르고남은희미한그을음,
불은쉽게소멸을허락하지않는다
잿더미깊은곳에남은불꽃이있어
나는매일문장의형식을빌려유서를쓴다
그것은종이의마른살결위에
겨우숨한모금을얹어두는일
잉크가푸른멍처럼번진자리마다
끝내자전하지못한시간이고여있고,
마침표의벼랑에이르면
자꾸만느린보폭이엉겨붙는다
차마지우지못한단한줄이
질기디질긴칡넝쿨처럼뻗어나와
내일의목을끌어당기고있다
아니,칭칭감는중이다


불꽃의기하학

내가슴의안쪽에는
누구에게도발설하지못한날갯짓이서식한다
콩나물국에허벅지를데었던유년의흉터에서
잔열은뒤늦게붉은꽃의골조를복원해내고
그결을따라불꽃의기하학이다시되살아난다
비록비상의연대기는끊겼을지라도
존재의진동은심부에서맥박을고르며
동심원의파문으로흉벽을가볍게타격한다
문득
날면서추락하는새는있어도날면서죽는새는없다는
어느소설속문장의서늘한행간이
지워지지않는낙인처럼어둠속에서번뜩인다
허공을부유하던하루가뼈마디를긁어낼때
나는내안의헛헛한날갯짓으로
척박한대기위에미세한균열을새긴다
황혼의조도가낮게가라앉는저녁,
그울림은휘발되지않고사물들의모서리에매달린채
발화직전의뜨거운호흡처럼
미처열기가식지않은채로
오래도록내몸의궤적을증명한다


공명의방식

입술을떠나는순간산화하는것들을
기어이종이위에붙잡아두고
나는그진실의숨을남기려한다
하여시를쓰는일은
날이갈수록폐허로변해가는세상을향해
조심스레문을두드리는행위이며
아무도없는빈방일지라도
누군가의체온이남아있기를바라며
빈의자에말을건네는것과도같다
그러나문장은늘골절된채로발설되고
너라는해안에미처닿기도전좌초하기에
늘절망의벽앞에서곤한다
다만미완의뜻들이너의긴침묵사이에서
가느다란맥박으로이어지길기다리는
나는나의결핍을수선하지않는다
이것은소통이라는미명보다는
끝내가닿지못할것을알면서도
허공을휘젓는처절한손짓또는몸부림이며
절대포기할수없는방향으로
온전히나를밀어내는투명한동력이기때문이다
그리고비로소알게된다
종은스스로우는법이없다는것을
어둠의배면을치고되돌아오는미세한전율이있어
나는또다시쓰게된다는것을
그래서오늘도나는
소리없는그아우성들을꾹꾹눌러담는다
언젠가너의내벽에닿아
아주작은금이라도낼수있기를소망하며
그때야비로소
나의비명은생동하는언어가되고
나의침묵은너의가장깊은곳에서떨리는
하나의공명이될것임을믿기에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