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교의 철학

선불교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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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피로사회》로 잘 알려진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가 선불교의 세계를 철학적으로 탐구, 소개하는 철학 저술『선불교의 철학』. 선불교의 근본 입장에서 보면 ‘선불교’에 ‘철학’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모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은이는 “좁은 의미의 철학에 속하지 않는 대상에 관해서도 철학적으로 반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선불교에 ‘관해서’ 그리고 선불교와 ‘함께’ 철학함으로써 “선불교의 철학”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선불교에 들어 있는 ‘철학적 힘’을 ‘개념’을 가지고 전개하는 것이다.
저자

한병철

저자한병철은고려대학교에서금속공학을전공한뒤독일로건너가철학,독일문학,가톨릭신학을공부했다.1994년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하이데거의철학에관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고,2000년에는스위스바젤대학교에서데리다에관한논문으로교수자격을취득했다.독일과스위스의여러대학에서강의했으며,독일카를스루에조형예술대학교교수를거쳐현재베를린예술대학교교수로재직중이다.
『피로사회』(2010),『투명사회』(2012)등의저작이독일에서커다란사회적반향을일으키며가장주목받는문화비평가로떠올랐다.특히『피로사회』는2012년한국에소개되면서주요언론매체의“올해의책”으로선정되는등한국사회를꿰뚫는키워드로자리잡았다.그밖에도『하이데거입문』(1999),『죽음과타자성』(2002),『헤겔과권력』(2005),『권력이란무엇인가』(2005),『시간의향기』(2009),『폭력의위상학』(2011),『에로스의종말』(2012),『심리정치』(2014),『아름다움의구원』(2015)등여러권의책을썼다.

목차

서문
신없는종교
비어있음
아무도아닌자
어디에도거주하지않음
죽음
친절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선불교의철학,서양과동양사상을넘나드는대화를펼치다

이책은『피로사회』로잘알려진재독철학자한병철교수가선불교의세계를철학적으로탐구,소개하는철학저술이다.
선불교(禪佛敎)는일반적으로‘말과문자에의존하지않고바로마음에서마음으로전하여진리를깨달으며(불립문자不立文字교외별전敎外別傳),가르침에기대지않고좌선에의해직접인간의마음을직관함으로써자신의고유한본성을깨달아부처가되고자한다(직지인심直指人心견성성불見性成佛)’고정의된다.그래서선불교는언어를의심하고개념으로사유하는것을불신하는것이특징이다.즉선불교의근본태도는이론과담론에적대적인것이다.이렇게선불교에대해논리적,분석적으로접근하는것이불가능하다보니선수행을하지않는일반인이선(선불교)이무엇인지를알고이해하는것은참으로어려운것이현실이다.
선불교의근본입장에서보면‘선불교’에‘철학’이라는말을붙이는것이모순일수도있다.그러나지은이는“좁은의미의철학에속하지않는대상에관해서도철학적으로반성할수있다”고말한다.그렇기때문에이책은선불교에‘관해서’그리고선불교와‘함께’철학함으로써“선불교의철학”을조명해보고자한다.그것은바로선불교에들어있는‘철학적힘’을‘개념’을가지고전개하는것이다.
그렇다고하더라도선이무엇인지를논리적,개념적으로분석하는것은어렵기때문에이책은독자들에게익숙한서양철학자들―플라톤,라이프니츠,피히테,헤겔,쇼펜하우어,니체등―의철학과선불교선사들―임제(臨濟),도오(道吾),동산(洞山),위산,앙산(仰山),조산(曹山),운문(雲門),원오,도겐(道元)등―의통찰을비교하는방법을통해선불교의사유를드러내고자한다.즉아무것도아님(무無),비어있음(공空),아무도아님(무아無我),어디에도거주하지않음(무주無住),죽음,자비(친절)라는6가지주제각각에대해서양철학자들의개념을소개하고,이러한서양철학의개념과는다른선불교의통찰을고찰하는것이다.
말하자면무,공,무아,무주,죽음,친절이라는개념에대해서양철학과선불교의철학적사유가대결한다고할수있는데,그러나그대결은어느한쪽의철학이더우수하다는것을주장하는데있지않고다른종류의철학이있다는것을이야기하는데있다.직관적사유전통을가진동양과논리적정합성을중시하는서양은그사유전통이다르다.따라서이책은두사유를비교연구를통해고찰함으로써―특히서양철학과비교하여선불교의통찰을해명함으로써―동서양사유의다름을드러내보이고,그동안이해하기어려웠던선불교의철학적사유에독자가조금더쉽게한발다가서게하는데의미가있다.
이제6가지주제를통해선불교의세계로들어가보자.

아무것도아님(무無)

헤겔은종교의대상이“신”이라고한다.그래서그는―기독교를불교에투사하여―불교의중심개념인“무”를신과동일시한다.그러나기독교에서는신이“실체”이자“주체”이지만불교의“무”에는“배타적주체성”혹은“의식적의지”가없다.그래서무는영향을미치는권력을행사하지않고,아무것에도영향을미치지않는다.“무”는중심적주체가아니라비어있는중심이다.그래서선불교의무는신적인“저기”를향하지않고,내재성으로,즉“여기”로향한다.지배하는중앙이없기때문에주변도없고,존재자모두가중심을이룬다.선불교는모두와모든것에똑같이친절하다.따라서중심이없는선불교에는일상세계를지배하는초월적세계가없다.선불교에는다른세계가없기때문에일상세계에머문다.깨달음은거기에서,그평범한세계에서깨어나는것이다.그리고깨어난사람들은특별한“저기”가아니라“아주오래된여기”에,깊은내재성에도달한다.선불교는세계를근원적으로신뢰하는세계종교다.

비어있음(공空)

선불교의공개념은서양의“실체”개념과대비된다.변함없이지속하는실체는동일성과정체성이란특성을지닌다.그러나불교의중심개념순야타(비어있음[공空])는실체와반대되는개념이다.실체는가득차있으나순야타는존재를비워제거한다.“비어있음의들(빈터)”에는견고하게현존하는것이없다.비어있음은바라보는사람을비워서보아지는것이되게한다.비어있음은서로에게스며드는것을가능하게하는개방적인것이다.하나의존재자에전체가비치고,전체는하나의존재자에거주한다.물러서서홀로있는것은아무것도없다.동일성을유지하는실체는어찌보면동일성에갇힌것처럼도보인다.그에반해빈터에서는모든사물이“동일성의독방”으로부터벗어나우주전체와하나가된다.그때만물은파괴되지않는다.더이상뻣뻣하지않고부드러워질뿐이다.모든사물은서로에게친절하다.만물은각기고유한방식으로빛난다.빈터에서는존재에대한최고의긍정이일어난다.

아무도아님(무아無我)

무아는거울과유사하다.거울은아무도아니기때문에모든사람의얼굴이비칠수있다.이는거울의친절이다.거울같은무아는내면성,영혼및자기를가지지않는다.무아에이르기위한선불교수행의핵심은자기를던져버리는것이다.자아가강한사람은늘자기의미래를걱정하는데반해,무아는현재에그때그때마다머무른다.자기를버린무아는걱정이없다.무아는자기의정체성혹은동일성을고수하지않고,만물의운행에따른다.무아가경치를볼때,경치는그에대립하여서있는대상이아니라,그에게흘러든다.경치가경치를보게된다.무아가그린그림이나무아가쓴하이쿠는세계와사물을있는그대로빛나게한다.무아가내면성을가지지않기때문에그림과하이쿠에심오한의미는없다.그렇기때문에그것들은깊은울림을자아낸다.

어디에도거주하지않음(무주無住)


무주는거주와대립하는개념이다.거주지가없는사람은방랑자이다.방랑길은끊임없이고통스럽게이별하는길이다.하지만이별의슬픔은무겁지않고,명랑하다.모든형태의집착에서벗어난방랑자는자유롭다.만물의변화에자기를맞추고,오고가는모든것에친절하다.방랑은세계에등을돌리지않는다.무주는거주를긍정한다.방랑후의세계는기존의세계와내용적으로같다.하지만비어있음만큼더가볍게된것처럼느껴진다.가뿐한거주는방랑이된다.이제거주지는개방되고,친절한분위기를풍긴다.누구나무료로묵을수있는객정(客亭)같은집이된다.

죽음

선불교의죽음개념은서양철학의죽음개념과다르다.플라톤은철학을죽음의연습으로본다.헤겔에게죽음은개별적인것이보편적으로상승하는과정이다.하이데거가말하는죽음은인간현존재의삶을본래적으로전환하는것이다.이들은모두죽음에영웅적으로맞선다.그에반해선불교는죽음에대해태연한태도를취한다.덧없는세상의너머를보지않고,덧없이지나가는사물들곁에머무른다.선불교에서말하는큰죽음은자아없이깨어나는것이다.그때자아는폐기되는것이아니라,트여서개방된다.이제아무도죽지않는다.무아가죽는것이다.

자비(친절)

친절(자비)은이미여러차례언급되었다.선불교의중심에는무가있기때문에,즉중심이없기때문에중심부와주변부를가리지않고어디서나친절하다.빈터에서부드러워진만물은서로에게친절하다.자아가없는무아에게는모든사람이스며든다.친절한무아는방랑하면서마주치는모든것과함께간다.방랑자가거주하는곳은누구에게나친절하게열려있다.큰죽음을맞은사람은초월적세계를동경하지않고,덧없이지나가는사물들곁에친절하게머무른다.선불교의친절은자아를가진사람들사이에교환되는것이아니라,무아들사이에서일어난다.자비는사람이베푸는것이아니다.비어있음의몸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