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와전문화의논리에갇힌근대적학문에대한반성:초학제연구,새로운지식,새로운학문을창출하고자하는노력
전문성을얻는대신전인성을상실한다는것이근대적인간의운명이며,이것은근대적학문의운명이기도하다.근대적학문은분과학문이고,분과학문은사고를가두는상자와같다.상자안에갇힌학자는삶의세계로부터고립된다.따라서근대적분화및전문화의논리가드리우는짙은그늘을생각할때오늘날초학제연구나융합학문의필요성에대한목소리가높아지는것은자연스러운일이다.융합학문은이러한분화적사고의한계를타파하자는데서부터시작되었다.
융합연구에는여러가지방식이있다.세부학문분야내에서이루어지는공동연구,다른학문분야사이의다학제연구,융합의정도가더심화된학제간연구등이있다.학제간연구가성숙하면물리화학,생화학,인지과학,생물물리와같은새로운학문분야가생기기도한다.그러나이책에서지향하는초학제연구는이보다더넓은의미의융합연구를지향한다.초학제연구는사고방식마저도다른‘먼’학문분야사이의융합연구를통하여새로운지식,새로운학문을창출하고자하는노력이다.다학제연구와학제간연구의결과물을비빔밥이나샐러드에비유한다면,초학제연구는음식재료들이자신의정체성을완전히잃고새로운형태로태어나는스프를만들어내는과정이라고할수있다.
과학자와예술가간의‘느린’융합과‘느슨한’변환가능성
고등과학원은기존학문제도와과학적방법론의한계를넘어서는보다창조적인연구의필요성을인식하고,각학문분야의연구주제및방법간의대화와교류를통해과학연구와과학문화의지평을확장하고자초학제연구프로그램을운영해왔다.이번에발간되는두권의책은초학제연구프로그램내인디트랜스세미나의결과물이다.
인디트랜스세미나는자연과학과인문사회예술분야의연구자와다양한장르의예술가들이모인초학제적공동체로,단순한융합을넘어초학제적주제와형식을발전시키기위한새로운형식의만남을모색하기위해고등과학원초학제연구프로그램내에서조직되었다.과학자와예술가간의‘느린’융합과‘느슨한’변환의가능성을추구해온인디트랜스세미나는2012년부터2015년까지약3년간과학과인문,사회,예술분야를관통하는공유된주제에대해다양한분야의참가자들이지속적으로토론하고대화하는초학제적장의일종의발판으로기능해왔다.
인디트랜스활동은마치‘대위법’처럼두갈래의양상으로진행되었다.2014년‘체계와예술’이라는주제로수차례의정기세미나와심포지엄이열렸고,2014년에서2015년에걸쳐‘도시-에’라는이름의,과학적예술적으로가능한도시공간을탐색하는협업프로젝트가진행되었다.고등과학원초학제연구총서제6권『체계와예술』과제7권『연결합도시:과학과예술,도시에서만나다』,이두권의책은비슷한시기에진행된이러한두활동에서생산된자료들의일부를정리한결과물로,내용과형식에서서로조응하고연결되는하나의쌍이라고볼수있다.
고등과학원초학제연구총서제7권『연결합도시:과학과예술,도시에서만나다』
과학적예술적으로가능한,공감각적이고관계적인도시공간을모색한다
고등과학원인디트랜스세미나프로젝트‘도시-에’는과학과예술의상호작용의가능성을모색하기위해발족되었다.이프로젝트는과학과예술이대립적인관계에놓여있는것이아니라,인간과자연을이해하려는공통의목적아래에있는것이라는인식에서출발했다.그리고과학과예술이만나는하나의공간으로서도시를상정하여,그동안관리와효율이중심이된근대적의미의도시가아닌예술을통해행위가중심이되는도시를새롭게계획하고자했다.그결과‘도시-에’는근대적효율성을바탕으로하는공간미학의한계를21세기의전지구적보편성과한국적특수성의맥락에서검토하고,그한대안으로서‘과학적?예술적으로가능한’공감각적이고관계적인도시공간을탐색하는초학제연구를수행했다.‘연결합도시’라고명명된이새로운도시가탄생하기까지의과정과결과물은이프로젝트의‘스케치’와‘설계도’로볼수있다.『연결합도시』는‘스케치들:공감각적도시를위하여’와‘설계도1:수미쌍관-튜브맨-없’,‘설계도2:사이의잠재태를위한연결합도시’,‘설계도3:연결합도시,그조우’로구성된다.
‘스케치들:공감각적도시를위하여’에서는일종의‘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라고볼수도있는,프로젝트의구상단계에서함께나눈대화와그결과인기획안그리고다양한아이디어스케치가전개된다.여러팀으로나누어동시다발적으로진행한협업의과정을독자에게그대로전달하기위해,일종의‘대위법’적구성이라할수있는독특한배치방식을시도했다.왼쪽면에는최재경,함성호,서준환,한유주,박영선이두차례에걸쳐나눈대화를파란색글씨로실었다.오른쪽면에서는함성호,최재경,전응진,서준환의글이검은색글씨로이어진다.함성호의「도시는어떻게인간의마음을담을수있는가?」는인디트랜스프로젝트의최초의기획안으로서,프로젝트의목적방향예상결과물을간략히정리하고있다.「4차원인간」에서수학자최재경은하이퍼큐브모델을제시하며3차원공간의도시에다양한인간의행위와사고,예술활동을연결하는시간이아닌새로운차원을상상한다.「숨겨진차원?」에서물리학자전응진은아인슈타인의상대성이론을비롯해우리가살고있는시공간에서발견된상호작용을예측한다양한이론을언급하며,아직발견되지않은힘과숨겨진차원에대한가능성을제시함으로써‘도시-에’프로젝트의토대를마련한다.소설가서준환은「서울과프라하,근대적시공간이형성될무렵의몸살」에서시공간의지평에드러나지않는차원을표현한작품으로김승옥의「서울,1964년겨울」과카프카의「변신」을꼽으며,그구체적인양상을살펴본다.
‘설계도1’에는최재경,서준환,한유주가각자창작한소설이실려있다.세편의소설은이들각자가‘도시-에’협업에서추구하는공감각적행위중심의도시에어떻게접근했는지를흥미롭게보여준다.처음의‘스케치’에서‘설계도’로이행하는과정에서,공감과새로운관계가가능한도시를모색하자는발상에수학자최재경은위상수학의‘연결합’개념을제안했고소설「수미쌍관」에이개념이잘드러나있다.‘연결합’은두다양체또는매끄러운다양체가주어졌을때각각에서작은공을도려낸뒤그경계를따라이어붙여더큰(매끄러운)다양체를만드는연산인데,이개념은협업과정에서팀원들의생각을이어주고넓히는역할을하며‘연결합도시’라는표제어를탄생시켰다.
‘설계도2’에는함성호의작업노트와설계도를위한드로잉,그리고‘설계도1’에서창작된세편의소설을바탕으로함성호가만든「사이의잠재태를위한연결합도시의설계도」가담겨있다.뫼비우스입체라는개념에서도출한‘방향을줄수없는공간’이라는키워드가각소설에서어떤공간으로나타나는지를도식화한것이다.
‘설계도3’의「연결합도시,그조우」에는‘공감각적행위중심의도시’라는기획에서부터‘연결합도시’와의조우까지이행해간세미나과정에대한술회가담겨있다.「흩어진합」에는2015년에협업을마무리하며개최한심포지엄‘연결합도시’에서행해진공연〈흩어진합〉이시각적으로정리되어있다.이어지는「또다른합」은‘스케치’에서와동일한대위법적구성으로전개되는데,왼쪽면에는협업을마무리하며진행된전응진,한유주,함성호,서준환,최재경,이기명,배윤호,박영선,오재우,김제민,김윤철,김태용의인터뷰가파란색글씨로펼쳐진다.오른쪽면에는참여자들이인디트랜스세미나이전과이후를교차하며남긴흔적들로서의드로잉,글,작업의기록들이배치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