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쫓겨난 자들의 정치

한나 아렌트, 쫓겨난 자들의 정치

$23.48
Description
쫓겨남에 대항하여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나 아렌트의 ‘정치 행위’ 개념을 통해 보는 쫓겨난 자들의 정치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사유를 통해 보는 쫓겨난 자들의 정치적 주체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쫓겨난 자’는 근현대 유대인의 정치사에서 초창기에 등장한 주체 개념인 파리아(pariah)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기도 하고, 오늘날 사회?정치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아렌트가 나치 독일에서 ‘독일계 동화 유대인 지식인’이자 ‘무국적 난민’으로서 겪었던 쫓겨남의 경험을 통해 획득한 관점 ― 파리아의 관점 ― 은 아렌트의 정치 행위 개념을 구성하는 중요한 계기이자 기준점이 된다. 이 책은 아렌트의 유대인으로서의 경험이 그의 정치 사유에 끼친 영향을 다각적으로 고려하되 조금 더 나아가 그 경험을 유대인의 경험에 한정하지 않고 근현대 국민국가 및 사회에서 ‘쫓겨난 자’의 경험으로 확장하여 살펴본다. 즉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쫓겨난 자로서의 경험을 다른 쫓겨난 자들의 경험과 연결하여 그의 ‘정치 행위’ 개념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혀나간다.
아렌트가 독일계 동화 유대인 난민으로서 겪었던 쫓겨남의 경험은 우리가 오늘날 직장에서, 동네에서, 내 집에서, 심지어 자기 자신으로부터 쫓겨나는 무수한 경험과 겹쳐진다. 우리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몸이 평범하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로,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별을 이유로 또는 기존의 성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쫓겨나거나 그러한 이유로 가족이나 동료를 잃는 경험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쫓겨남에 대항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누군가를 잃고 삶을 이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기억하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가? 정치적 경험이 일천한 사람들이 어떻게 정치적 언어를 구성하고 집단적 행위를 시작할 수 있는가? 고통과 상처의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상처가 고립과 혐오로 이어지지 않고, 저항과 연대로 이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아렌트의 사유의 궤적을 따라가며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고자 하는 동시에, 아렌트에게서 이후의 탐색을 위한 개념적 자원을 발견해나가면서 우리 시대의 문제를 확인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저자

양창아

양창아는한나아렌트와주디스버틀러의사상에관심이많은사회철학연구자로부산대대학원철학과에서「쫓겨난자들의저항과,함께사는삶의장소의생성:한나아렌트의행위론」으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부산대에출강하고있으며,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부산대분회에속해있다.요즘은효용을넘어선철학의쓸모에대해고민한다.특히정치적연대의한방법으로서의철학연구는어떤형태를띨수있는지,어떻게그것을행할수있을지에대해고민한다.

목차

서문:몸에쌓인힘,말의협력

들어가며:여파

1부상실:끝나지않는애도
1장쫓겨난자들의분열된정체성:독일계동화유대인난민의경험
1.배제와추방의자리:‘낯선이웃’의자리
2.낙천주의자의자살과‘파리아로서의자기의식’
3.분열의감각과정체성/차이의정치
2장쫓겨난자들의행위성의원리와조건
1.불멸성과기억의‘정치-공동체’
2.탄생성과우정의‘정치-공동체’
3.정치행위의시작:그시작의정념

2부행위:쫓겨난자들의저항과응답의요구
1장쫓겨난자들의정치행위1:드러남
1.가면의은유
2.퍼포먼스의은유
3.본다는것의정치적의미
2장쫓겨난자들의정치행위2:시작
1.‘겪음’으로서의시작,‘응답’으로서의시작
2.‘홀로있는자유’대‘함께하는자유’
3.행위의구문론:‘마치…인것처럼’

3부장소:함께사는‘삶-의-형식’의생성
1장쫓겨난자들의장소:저항의장소,관계의장소
1.정치사유와장소상실의경험
2.평의회체제:저항의장소,관계의장소
2장쫓겨난자들의언어:‘말-투쟁’과사유의힘
1.‘몸-말’,경험에서길어올린사상
2.사유의과제:철학함에대한우리시대의요구
3장쫓겨난자들의관계:신체의요구와공통감각의생성
1.상처:또다른경험으로열리는자리
2.사이의감각:흔들리면서도흩어지지않는

나가며:‘이후의사유’와‘이후의삶’

한나아렌트저작약어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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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쫓겨난자들의저항과함께사는장소의생성

아렌트의사상은그가독일철학(특히현상학과실존철학)을고향으로삼으면서나치독일에서독일계동화유대인지식인이자무국적난민으로서유대정치에개입하면서형성되었다.아렌트의행위개념은이러한‘철학과정치의긴장’과‘유대인정체성경험’으로부터길어올려진것이다.이책은아렌트의유대인으로서의특수한경험이쫓겨난자들의보편적인정치와역사를사유할수있는개념들을발명하게했다는점에주목하고,신자유주의체제속에서끊임없이생산되고있는‘버려진자들’또는삶의터전에서‘쫓겨난자들’의자리에서시작된저항과투쟁의정치적의미를탐구해나간다.이러한투쟁의승패가아닌투쟁의과정에주목함으로써이책이발견하는것은투쟁의현장에서또다른‘장소’에관한사유,즉‘함께사는삶의장소’가모색되고있다는것이다.즉아무리밟고억눌러도다시시작되는쫓겨난자들의말과행위에이미‘다른세계’의가능성이내포되어있다는것이다.
근현대의혁명과크고작은투쟁들이결국실패하고투쟁하는사람의상처만남은,더나빠진상황에서‘다른세계’의가능성을이야기하는일은시대착오일뿐만아니라어리석은낙천주의에지나지않는다는비관주의는이미우리에게익숙하다.또한차별받고억압받는약자들의권리주장과이들의정치적주체성에대한이야기는너무많이반복되어서이제는특별히더이야기될것도없지않냐는냉소적태도역시매우익숙하다.하지만인간의경험은구조를초과하며,그경험을간과하지않을때이야기는같지않다.과거에도현재에도아무리어려운상황일지라도투쟁하는사람들이있으며,아무도눈치채지못할정도로그파장이미미할지라도자신의상황에서힘을다해싸우는사람들이있다.배제와추방의현실이존재하고,그속에서투쟁하는이들이존재하는한여러번반복된오래된이야기는아직끝나지않은이야기이자다시쓰이기를요구받는이야기가아니겠는가?쫓겨난자들의자리에서또다른삶의장소에대한전망을사유하는일이야말로갈곳도머물곳도잃은이시대에우리가사유해야할현안이자철학적사유의과제임을이책은역설하고있다.

이책의주요내용

1부(상실:끝나지않는애도)1장에서는독일계동화유대인난민의경험을다각도로살펴본다.배제와추방의경험이가능한자리에대한고찰을‘낙인’의문제와더불어살피고,이러한경험속에서쫓겨난자들이획득하는분열된정체성을‘파브뉴’와‘파리아’의구분을통해탐구한다.
1부2장에서는쫓겨난자들의행위성의원리와조건을살펴본다.아렌트의사유에서기억과우정은정치행위가이루어지는원리들중핵심원리라할수있고,불멸성과탄생성은이원리에따라움직이는‘정치-공동체’의생성조건이다.폭력에노출되어있는쫓겨난자들에게동료와의관계는투쟁의시작과‘생존’에핵심적이며,그관계의상실은회복될수없는빈자리와더불어피할수없는책임을남긴다.이빈자리에서시작되는행위는이념보다는정념에의해추동되며,이정념을고려할때쫓겨난자들의정치행위의관계성의의미가밝혀진다.

2부(행위:쫓겨난자들의저항과응답의요구)에서는아렌트의행위개념이지닌‘관계성’을‘드러남’과‘시작’의의미를통해살핀다.2부1장에서는‘드러남’의의미를밝히는데,아렌트가행위를설명할때종종사용하는가면과퍼포먼스의은유를통해타인의존재없이는행위가성립될수없음을분석한다.그에따르면행위자의‘자기현시’는우리가근본적으로타인의현존과그들의응답을필요로한다는생각을담고있다.타인의응답없는자기현시란불가능하기때문에만약한세계가‘다른것들의공존’을허락하지않는다면정치의기본조건인복수성은파괴될수밖에없다.그런세계에서는사람이다른사람과연결되거나무한히복잡한면모를지닌세계와조화를이루는일은불가능하다.어떤사회가타자의공존을허락하지않고타자를제거하려고들때,타자의드러남은세계에대한저항이자투쟁으로이어질수밖에없다.
2부의2장에서는‘시작’의의미를밝힌다.한세계가용납하지않고받아들이지않는자들의저항과투쟁은기존의세계와는다른세계가생성되어야함을요구한다.쫓겨난자들의정치행위는새세계로열리는‘시작점’의의미를가지며,그뜻이타인들에게응답받고이어질때비로소새세계가열리는‘시작’의의미를획득할수있다.시작이성립되려면‘외침’만으로는부족하다.그것이세계에‘들림’으로써응답하는자들이있을때새세계는시작된다.이러한시작의개념은정치철학에서‘자유’의의미와밀접하게관련되어있다.아렌트의자유개념은근대적의미의‘주권적’자유나개인의소유권을전제로하는‘개인적’자유개념에저항하는것으로서사람들이‘함께’행위할때에만성립한다.아렌트의자유개념은한세계에살고있는서로다른사람들의행위가이루어질때사람들‘사이’에서만생겨나는관계적‘권력’또는‘잠재력’의의미를내포한다.쫓겨난사람들이자신들의유대관계를쉽게끊지않고경쟁의원리를제압할수있는‘권력’을구성해낼때아렌트가말하고자한자유의의미는현실화된다.

3부(장소:함께사는’삶-의-형식‘의생성)1장에서는쫓겨난자들의투쟁이일어나는장소와,비인간화되어삶의터전에서쫓겨난사람들이기존의삶과는다른삶의형식을실험하는장소에대해다룬다.정치적으로볼때죽음은‘인간들사이에서존재하기를그치는것’이라고아렌트는정의했는데,한사회에서누군가의자리가마련되어있지않다는사실은곧‘사회적’죽음을뜻하며,말그대로사회에서‘인간으로서’살수없음을의미하기도한다.이와관련하여아렌트의‘권리를가질권리’개념은인간의본성에따라주어지는것이아니라정치행위를통해획득해야만하는권리로서,인간의권리를갖지못한자들이주장하는권리이다.그러므로쫓겨난자들이행위를통해권리를가질권리를주장한다고할때,이는세계속에자기자리를마련해달라는‘외침과요구’에그치지않고,사람들을비인간화하는세계에대한변화의‘외침과요구’로나아간다.이와같은권리를주장하는쫓겨난자들,즉정치행위자들이모여서생겨난‘공적영역’은‘저항의장소’이자‘관계의장소’가된다.거기서쫓겨남의경험에대한억울함의호소와경청,토론과더불어이사태의부당함에대한탐구가시작된다.죽은듯이살던사람들은자신의경험을말하기시작하고자신과유사하면서도또다른고통을겪는동료들을만나면서‘다른세상’을보게된다.
3부2장에서는쫓겨난자들의언어에대해다룬다.서로다른이유들로쫓겨난사람들의상황을알리는말들은그들각자의경험이드러나는‘몸-말’로발설되고,기록되고,나누어져야한다.‘철학’은그러한개인의경험에서길어올린말들의가치를폄하하지않고,의견과편견사이에서요동하는말들을사유의바탕이자내용으로삼을수있어야한다.철학이절대적진리를내세우며당파적인의견들이부딪히고연합하는정치와의긴장을금방해소해버리지않을때하나의입장이절대적진리로물화되어실재로부터동떨어져있는‘보편성’이아니라우리가체현하고있는관계의상호적인움직임을간과하지않는‘보편성’을구현하는사유와행위도가능할것이다.
3부3장에서는쫓겨난자들의관계에대해다룬다.쫓겨남의경험은이제까지자신이맺어온거의모든관계로부터찢겨나오는것과같은데,그상처는어떻게자기로매몰되지않고밖으로열려타자와연결될수있는가?이책에서는아렌트의‘공통감각(commonsense)’을선험적조건도아니고동일한공동체안에서의관습적인식도아닌정치행위로,즉타자를만나관계맺으며생겨나는‘사이의감각’으로다시읽는다.이감각으로‘소통’이이루어지는데,이때소통은일치가아니라불일치에서시작되며,안다는것을전제하기보다모른다는것을확인할때이루어질수있다.쫓겨난자들이정치행위를통해자신들의저항력을확인하고자신들을내쫓은체제에서의삶과는다른‘삶-의-형식’을실험하면서이감각은살아난다.

마지막으로‘나가며’에서‘이후의사유’와‘이후의삶’이라는개념을디딤돌삼아이제까지의논의를정리하고,이책의자리와남은물음을확인한다.아렌트의행위론은제2차세계대전의한가운데에서유대인에게가해진폭력의여파에서생겨난것이었다.그도자신의사유가당시의사건들에대한‘이후의사유’임을자각하고있었던것으로보이는데,‘이후의사유’는사건의여파속에서이루어지는사유,즉‘과거’에일어난‘그사건’이우리세계에어떤영향을미치고있는지와,지금의우리가그것을어떻게의미화하고받아들여야하는지를진지하게고려하는사유이다.‘끝나지않음’을외면하지않고죽은동료들에대한책임과남은삶에대한책임을받아들이는이러한‘이후의사유’행위없이앞으로나아가는일만을고집하는곳에는미래가없다고이책은힘주어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