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된 거미 (신화 속의 정치와 신학)

암시된 거미 (신화 속의 정치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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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신화라는 거미줄을 자아내는 인간의 공통된 경험,
신화 속에 숨어 있는 “암시된 거미”의 존재를 밝힌다!
오늘날 신화는 비단 학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세계 여러 신화 속 이야기들이 베스트셀러 소설의 소재로 사용되고, 영화 속에서도 각종 신화적 모티브들이 수시로 등장하며, 잘 팔리는 컴퓨터게임 역시 신화 속 이야기와 신화의 주인공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분명 현대 문화 속에는 세계 여러 신화가 뒤섞여 있고, 우리는 이처럼 알게 모르게 여러 신화 속에서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민족, 다양한 전통의 신화들에 대한 비교 연구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주제이다.

미국 시카고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엘리아데 석좌교수 역임)하다가 2018년 말 은퇴한 저명한 종교학자 웬디 도니거는 이 같은 다양한 전통의 신화들을 서로 비교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그녀는 1968년 하버드대학에서 산스크리트어-인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73년 옥스퍼드대학에서 다시 동양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인도신화에만 관심을 국한하지 않고 인도신화와 그리스신화의 비교 작업을 주축으로, 세계 여러 종교 전통과 문학, 예술, 심지어 현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유사한 신화적 주제들에 대한 비교 연구를 계속 진행해왔다.

도니거의 비교에 대한 애착과 긍정적 믿음은 세계 여러 곳에서 ‘서로 비슷한 이야기들’이 실제로 발견된다는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사실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도니거는 이 같은 엇비슷한 이야기들이 나타나는 이유가 인간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비슷한 경험, 비슷한 질문을 던지며 살아온 삶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아무리 비교 문화적인 비교에 대해 칼날을 세우고 있는 이들이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에서 비롯된 유사한 이야기들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도니거는 이러한 유사한 이야기, 유사한 개별 신화들을 만드는 인간의 공통적 삶의 정황, 혹은 공통된 경험의 전달자를 거미에 비유한다. 이 거미는 실제로 눈에 보이는 확실한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이 거미로부터 신화를 만드는 것들이 발생되고, 그러기에 거미는 신화를 만드는 것들에 의해 암시되어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도니거는 이 거미를 “암시된 거미implied spider”라 부른다.

“암시된 거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뽑아낸 실로 세계를 방출해내는, 우파니샤드 속 신의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도니거는 모든 신화의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거미가 바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본성과 경험으로서, 이야기꾼들은 이로부터 끊임없이 거미줄을 짤 원료, 즉 계속해서 신화와 이야기를 만들어낼 원천을 공급받는다고 이야기한다. 비록 우리 눈에는 이들이 만들어낸 거미줄만 보일 뿐 거미의 존재는 보이지 않지만 이 거미줄을 만들어낼 수 있게끔 한 숨은 거미의 존재, 즉 인류의 공통된 경험이 존재하는 것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

웬디도니거

힌두교와비교신화학을주전공으로하는미국의종교학자다.2018년까지시카고대학종교학과에서재직하며엘리아데석좌교수를지냈고,남아시아언어및문명학과와사회사상연구위원회에서도교수로활동했다.1940년뉴욕에서유대계부모밑에서태어난도니거는1968년미국하버드대학에서「시바신화의금욕주의와섹슈얼리티」로박사학위를받고,이어1973년영국옥스퍼드대학에서「힌두신화속이단의기원」이라는논문으로또다른박사학위를받았다.1970년대부터현재까지『힌두신화원전자료집』을비롯해서『리그베다』,『마누법전』,『카마수트라』등힌두교원전을영어로번역하는작업을꾸준히해왔으며,『힌두교:또다른역사』,『힌두교에관하여』등힌두교전반을자신의관점에서새롭게서술하는작업도해왔다.한편『여성,양성구유,다른신화적짐승들』,『꿈,환영,다른실재들』,『다른사람들의신화』,『암시된거미:신화속의정치와신학』,『차이의분할:고대그리스와인도의젠더와신화』,『베드트릭:성과변장에관한이야기』등의신화학및비교신화학저서들을통해하나의종교전통,신화전통만이아니라여러문화의종교적텍스트와신화를서로비교하는작업을해왔다.도니거는종교학의중요한이슈인전통문헌연구와비교연구양자를모두아우르며,컨텍스트를중시하는연구와비교를중심으로하는연구사이에서균형을유지하는방법을모색해왔다.

목차

서론:신화와메타포

1장
현미경과망원경

2장검은고양이,짖는개,수레그리고칼

3장
암시된거미와개별주의의정치학

4장
미시신화,거시신화그리고다성성

5장
마더구스와여성의목소리

6장
텍스트의다원주의와학문의다원주의

출판사 서평

서로다른문화의신화들을왜비교해야하며,어떻게비교해야하는가?

도니거의신화연구가특히주목받았던이유는그녀가20세기말종교학계에서제기되었던비교방법론에대한비판을견지하면서도동시에신화의비교문화적비교연구의필요성을역설하고,또이러한연구를직접행했기때문이다.세계여러전통의다양한신화를보편적인틀안에서설명하고자했던융이나엘리아데등의비교신화학은여러신화간의유사성,다양한신화속의공통적인요소를찾는데만주력한나머지각전통,시대,지역에따라달라지는신화의차이들을발견하고,그차이들가운데서각각의신화가놓인맥락,즉컨텍스트를짚어내는데는소홀해질수밖에없었다.그러나20세기후반에이러한보편적인틀,신화의유사성만을강조해온비교연구가강한비판의대상이되면서신화의비교연구자체에대해회의적인분위기가감돌게되었다.도니거는이러한상황에서기존의비교신화학에대한비판을적극수용하면서도그럼에도불구하고‘비교는가능하다’고단언했다.이책『암시된거미:신화속의정치와신학』은비교신화학에대한비판들을검토하면서그럼에도불구하고비교신화학이왜필요한지,어떻게가능한지를본격적으로논의한도니거의대표적인신화학이론서이다.

신화를통해인간적인현미경과우주적인망원경의두시각으로세상을보다

인간의공통된경험이라할지라도그것이이야기되는방식은시대와장소에따라달라진다.그리고그렇기때문에세상에는한가지이야기만있는것이아니라비슷한여러가지이야기가존재한다.도니거는이렇듯서로비슷하지만조금씩다른신화들을비교해보면한가지신화만읽었을때는보이지않던것이보이게된다고말한다.유사한내용을다룬신화들이라할지라도한신화속에서는이야기되지만다른신화속에서는이야기되지않는것들이있게마련이다.우리는구체적인이야기,구체적인내러티브속의이같은세세한차이들에주목해볼필요가있다.왜냐하면각신화들의세부적인차이를음미해봄으로써나의신화에서는꿈꿀수있지만다른사람들의신화에서는꿈꿀수없는것,반대로나의신화에서는꿈꿀수없지만다른사람들의신화에서는꿈꿀수있는것들을찾아낼수있고,이를통해우리가너무나당연하고익숙하게여기고있는것들을‘낯선것’으로볼수있기때문이다.즉나의세계관속에서는지극히당연시되기에그것에대해전혀의문을품지않았던것을다시보게되고,이로써새로운사고의문을여는계기가마련되는것이다.

신화는한꺼번에인간사의만화경양끝을통해볼수있게해준다.즉우리자신의시선이라는현미경을통해우리의삶을소중하게만들어주는개인적이고세세한일들을보면서동시에다른문화의눈으로주어지는망원경을통해대단한힘을가진자의대단한업적마저도보잘것없어보이게만드는,말하자면욥과우리자신의고통을보잘것없어보이게만드는광대한파노라마를볼수있게해준다.위기에처한인간존재에관한신화적차원의이야기를듣고,그리고그것이우리자신의삶의이야기를-그리고우리자신의삶의이야기가아닌것을-어떻게말해주는지를귀기울여듣고생각해볼때마다우리는잠시나마인간적인현미경과우주적인망원경의두시각으로세상을본다(본문78쪽).

일상과학문의언어를넘나드는유쾌한서술로신화속의다양한목소리를탐색한다

이처럼도니거에게있어서신화는무엇보다도우선‘이야기’이다.물론도니거는신화를명확하게정의내리기를주저한다.이는그녀자신의말대로그녀가“신화란무엇인가라는것에대해구술하기보다는신화는무엇을하는가를탐구하는것에더관심을갖고있기때문이다.”그리고“신화를정의한다는것은내가언제나기피해왔던경계와장벽따위를쌓아올리는일을요구한다.이책은바로이러한경계짓기,장벽쌓기에도전하기위한것”이기때문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도니거는신화란무엇인가라는질문에대해“신화는신화속에서자신에게가장중요한의미를발견한사람들에게신성시되고공유되는이야기”라고할수있을것이라말한다.도니거는신화가수천년동안수많은사람의입에오르내린이야기라는것을강조한다.그것은이미플라톤이신화를비판하던시대에도유모들이아이들을재우면서잠자리에서들려주던옛이야기였다.그이야기들은입에서입으로,혹은여러텍스트사이를떠돌면서전해져왔고이제는스크린속에서도떠돌고있다.도니거는이야기가갖는힘이바로신화를오랜세월동안잊히지않게한힘이라고생각한다.그녀가원형보다는구체적인표현들을,구조보다는내러티브를더강조하는것도이러한맥락에서비롯된것이다.
이야기로서의신화는서로다른시대와문화속에살았던수많은이야기꾼을거쳐오면서그들의다양한목소리를통해조금씩변형되고때로는기존내러티브와정반대의모습으로변화되기도한다.도니거는여러신화를비교해봄으로써이처럼신화속에끼워넣어진다양한목소리를찾아내고자한다.그것은때로남성의텍스트에서여성의목소리를찾아내는작업이기도하고,반대로여성의텍스트에서남성의목소리를찾아내는작업이기도하다.또한동일한이야기가전혀다른정치적맥락에서사용되어온역사를더듬어가는작업이기도하다.이같은작업은사실상각신화의역사적,사회적맥락을무시하고서는이루어질수없는것이다.그렇기때문에도니거는새로운비교신화학은결코구체적인맥락을무시하는보편주의로의환원이아니라고강조한다.그녀가제시하는비교신화학자의모습은각문화간의차이와유사성사이에놓인이야기라는팽팽한줄위를아슬아슬하게걸어가는모습이다.일상과학문의언어를가로지르는유쾌하면서도섬세한서술로다양한비교와메타포의의미를역설하는이책은한편의재미있는이야기를읽는것같은흥미로움을가져다주며독자로하여금기꺼이이줄타기의긴장감을함께즐기도록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