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꿈 (질료에 관한 상상력 시론)

물과 꿈 (질료에 관한 상상력 시론)

$20.14
Description
상상력의 철학자 바슐라르가 펼치는
물에 관한 생동하는 시적 몽상!
가스통 바슐라르는 프랑스 현대 사상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되는 과학철학자, 문학 비평가이자 시인이다. 학문적 이력상으로는 과학철학자로서의 모습이 두드러지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그의 면모는 무수한 시와 문학작품들을 읽고 상상력의 역동성과 창조성에 대해 꿈꾸며 일구어낸 문학 연구가로서의 자취이다. 이성을 믿는 과학철학자로서 먼저 뚜렷한 업적을 남긴 바슐라르는 인식론적 성찰 과정에서 과학적 인식의 방해물로만 여겨져온 인간의 정신 활동인 몽상, 즉 상상력의 활동과 그것의 가장 뛰어난 표현인 문학작품의 매력에 사로잡힌다. 이후 『불의 정신분석』의 집필을 경계로 과학적 이성에서 시적 상상력으로 탐구 영역을 옮겨 온 바슐라르는 항상 이성을 인간 정신의 중추로 간주하는 서구의 철학적 전통에 반기를 들며 오랫동안 거짓과 오류의 원흉으로 낙인찍혀 폄하되어온 상상력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상상력이 현실 세계의 변형과 변모를 가능하게 하는 놀라운 창조성을 지닌 것으로 새롭게 인식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 바슐라르는 인간 정신의 인식에 있어 흔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비교되는 전환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사상가이다.

이 책 『물과 꿈』은 바슐라르가 『불의 정신분석』으로 문학 사상가로서 몽상 연구의 첫걸음을 내디딘 이후 질료에 관한 상상력에 더욱 집중해 자신의 독특한 문학 상상력 연구를 확장하고 꽃피운 명저로 평가받는다. 바슐라르는 모든 시학이 질료적 본질의 구성 요소들을 수용한다고 가정하고, 상상력의 여러 유형을 전통 철학과 고대 우주론에 영감을 불어넣은 근본적인 질료적 원소들로 표시하자고 제안한다. 따라서 시와 예술에 잠재되어 있는 인간의 상상력을 물, 불, 공기, 흙이라는 네 가지 질료에 따라 분류하며, 이런 분류를 통해서 시적 영혼을 가장 강력하게 하나의 부류로 묶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중에서도 물은 시인의 영혼에 강하게 결부되어 시적 영감을 고취시키는 질료다. 바슐라르에게 있어 물은 싹을 틔우고 샘을 솟아나게 하는 질료, 태어나고 불어나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질료, 변화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질료다. 이 책에서 바슐라르는 깊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의 상상력을 물에 바치고, 생동하는 물의 이미지들이 어떻게 끝없이 몽상을 불러일으키며 시 작품에 생기를 부여하는지를 여러 시와 문학작품들을 통해 살핀다.

이 책은 번역 출간된 지 40년이 된 기존 번역서(『물과 꿈』, 이가림 옮김, 문예출판사, 1980)의 오류와 문제점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실제로 전 번역자가 번역의 부족함 때문에 재번역을 하고자 하였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인문 고전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갖는 이 책이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독자들과 만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

가스통바슐라르

프랑스의과학철학자,문학비평가,시인으로프랑스현대사상사에서독보적인존재로평가된다.
샹파뉴지방의한작은마을에서태어난그는우체국에서근무하면서이과대학과정을독학으로마쳤다.제1차세계대전이끝난후자신이다닌바르쉬르오브중학교의물리,화학교사로일하던중당시전세계를강타한일반상대성이론의영향아래철학에깊이경도된바슐라르는철학석사에이어학사원상을수상한논문「물리학의한문제의진화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그후디종대학의철학교수를거쳐소르본대학에서과학사와과학철학을강의하였으며,1960년에레지옹도뇌르훈장을수여받았고,1961년에는국가문학대상을수상했다.
과학철학에관한그의저작들(『새로운과학정신』,『과학정신의형성』,『부정의철학』등)은영미권과학인식론과는다른프랑스과학인식론의기틀을마련했으며,특히그의‘인식론적단절’개념은조르주캉길렘,미셸푸코,루이알튀세르,피에르부르디외와같은후대철학자들이사유의새로운길을모색하는데크게기여했다.그리고전세계적으로널리읽힌시학에관한일련의저술,시적이미지와상상력에관한일련의연구(『불의정신분석』,『물과꿈』,『공기와꿈』,『대지와의지의몽상』,『대지와휴식의몽상』)는‘테마비평’이라는문학비평의새로운장이열리는계기가되었다.

목차

서론상상력과질료

제1장맑은물,봄의물,흐르는물.나르시시즘의객관적조건.사랑에빠진물
제2장깊은물-잠자는물-죽은물.에드거포의몽상속의“무거운물”
제3장카론콤플렉스.오필리아콤플렉스
제4장구성된물들
제5장모성적인물과여성적인물
제6장순수성과정화.물의도덕
제7장부드러운물의우월성
제8장난폭한물

결론물의말
옮긴이의말질료적상상력과초인의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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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물과꿈,질료적상상력과초인의시학

물,불,공기,흙이라는원초적인질료에입각해인간의상상력을바라보는바슐라르의작업은마치고대의연금술사를연상시킨다.연금술사에게질료가단순한물리적실재가아니라어떤영혼을갖춘살아있는실체이듯이바슐라르에게도원초적질료는우리외부의자연에만속하는것(물질-질료)이아니라우리인간의자연에도속하는질료(영혼-질료),즉살아있는질료,변화하는질료,변화의힘을가진질료다.몽상에잠긴인간은이런원초적질료를매개로세계와하나가될수있고,자신의존재를우주의층위로확장시켜그생생한전체성에참여할수있다.이런질료덕에몽상가는실재를넘어서는이미지를형성할수있으며인간조건을넘어초인(surhomme)에이를수있는것이다.즉바슐라르의시철학에서는질료적상상력을통해서,시와예술을통해서인간이상의인간이되어야하는것이인간의운명이며,그런초인으로거듭날수있게해주는것이바로질료적상상력이요시다.
이책에서바슐라르는물의질료적상상력이상상력의특수한한유형임을강조한다.물은불과흙사이에서본질적으로,존재론적으로변모하는과도적인질료다.바슐라르는물이자신의‘영혼-질료’임을이렇게밝힌다.“강가에서꿈꿀때나는나의상상력을물에,맑고푸른물,초원을푸르게물들이는물에바쳤다.내가깊은몽상에잠기는일없이,나의행복과재회하는일없이냇가에앉아있는일은없다….반드시고향의시냇물,고향의물이어야하는것은아니다.익명의물도나의모든비밀을안다.동일한추억이모든샘에서솟아오른다.”이책에서바슐라르는밝고깨끗한물의표면에서부터깊고어두운심층의이미지까지물에관한내밀한시적몽상을전개한다.질료적원소에내재하는깊이에대한이러한인식에힘입어독자는결국인간존재가그심층에이미흐르는물의운명을지니고있음을,물이운명의한유형이라는것을,존재의실체를끊임없이변모시키는하나의본질적인운명임을이해하게될것이다.

이책의주요내용

「제1장맑은물,봄의물,흐르는물.나르시시즘의객관적조건.사랑에빠진물」에서는맑은물,덧없고안이한이미지들을주는반짝이는물을조명한다.신화에서이물은나르키소스의이미지를비춰주는물,이상화하는나르시시즘을탄생시키는물이다.바슐라르는나르시시즘이늘신경증만일으키는것은아니며,미학작품및문학작품에서도그것이긍정적인역할을한다고강조한다.개인적존재의나르시시즘은이상을위한승화작용을통해진정한우주적나르시시즘의틀속으로,우주적범미주의로점차편입된다.여기서바슐라르는순백과우아함의이상을연구하고이를백조콤플렉스라고명명하는데,이백조은유역시우주적차원으로상승할수있다고말한다.
「제2장깊은물-잠자는물-죽은물.에드거포의몽상속의“무거운물”」에서는에드거포의메타시학의주된줄기를탐구한다.포의시학에서물의이미지는죽음의몽상이라는포의주된몽상을따라간다.포의작품에는어머니를위시하여그가진정으로사랑한죽은연인들에대한고통스러운추억이살아있다.바슐라르는포에게있어아름다움은죽음의원인이며,물은아름답고충실한죽음의질료라고지적한다.원초적으로맑은모든물이포에게는어두워져야만하는물,어두운고뇌를흡수하게되는무거운물이라고말하며,이시인이어떻게모든호수와늪의물로인간적슬픔의‘어머니-물’을,우울의질료를만드는지논한다.
「제3장카론콤플렉스.오필리아콤플렉스」에서는화장을하거나땅아래매장하거나강의물살에떠내려보내거나나무꼭대기에유기하는,모든시대에사용되어온장례법이불,흙,물,공기의질료적상상력과분명한연관이있음을논하며,그장례의종류가어떻든모든영혼은카론의배에올라타야한다고강조한다.바슐라르는이런죽음의항해를카론콤플렉스라고명명할것을제안한다.그리고죽음속의물이‘욕망된원소’로나타나는이미지에깃든오필리아콤플렉스를분석하는데,물속에서죽기위해태어난피조물오필리아는여성적자살의상징이될수있음을밝히고,이때젊고아름다운죽음,마조히스트적자살의원소가되는물의이미지를살핀다.
「제4장구성된물들」에서바슐라르는질료적4원소의상상력이다른질료와도결합되며,특히물은다양한질료의결합을예시하기에적절한원소라고말한다.물과불의결합을고찰하기위해민간전설과신화의예를살피면서『불의정신분석』에서도언급된적있는불타는알코올의이미지에깃든호프만콤플렉스를논한다.또한바슐라르는물과흙의결합이창조적상상력의가장강력한주제들을암시한다고주장하며,두질료를내밀하게결합시키는반죽작업에서작업자의몽상을지속시키는물의유기적역할을설명한다.
「제5장모성적인물과여성적인물」에서는자연에대한인간의무한하고지속적인사랑이부모에대한자식의감정에서기원한것이라는보나파르트부인의주장을바탕으로영원히마르지않는양식인어머니자연의젖의가치가부여된물의이미지를탐구한다.그리고물에여성적특성을각인하는또다른가치부여인연인으로서의여성의투사를언급하며이이미지들이강력하게나타나는노발리스의작품을분석한다.
「제6장순수성과정화.물의도덕」에서는질료적상상력이순수한질료를찾게되는곳은결국물이라는사실을강조하며순수성에대한자연적상징처럼나타나는물의이미지와물에의한정화작용을논한다.바슐라르는이런정화가단순히위생상의청결과결부되는것이아니라질료적상상력에서기인한것이라는사실을지적하며그예로종교적인의식에서물을뿌리는행위로나타나는정화작용을제시한다.나아가맑은물이암시하는정화의꿈은신선한물이암시하는혁신의꿈과비교될수있다고말하며스스로에게젊은신선함을부여하고싶어하는청춘의샘콤플렉스에대해논한다.
「제7장부드러운물의우월성」에서바슐라르는부드러운물(민물)이야말로진정한신화적물이라고주장하며바닷물에대한지상의물의우월성을강조한다.물이흘러가는것을보는몽상가는강의전설적인기원,먼곳에있는원천을떠올리게된다고말하며신화와콩트의예를통해몽상이어떻게보통의물,일상의물을무한한바다보다앞자리에위치시키는지를살핀다.
「제8장난폭한물」에서바슐라르는‘세계는나의도발’이라는쇼펜하우어의관점에기반하여질료적4원소가도발의상이한네유형,분노의네유형이될수있다고말한다.원소들에대한투쟁과승리의예를고찰하기위해바람에맞서걷는사람인니체와물살에맞서수영하는사람인스윈번이라는두명의문학영웅을선택하여살피고,스윈번의작품에나타나는난폭한물에대한찬미와물결에의한채찍질이라는지배적인이미지에깃든스윈번콤플렉스를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