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취향

비밀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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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93년 파리에서의 첫 번째 대담에서 데리다와 페라리스는 철학 안에 입장한 에크리튀르를 논하고 철학과 문학을 사유한다. 철학과 문학이 공유하고 있는 자연언어와의 밀착을 설명하면서 데리다는 한편에는 플라톤·데카르트·칸트·헤겔 등을 두고 다른 한편에는 호메로스·셰익스피어·괴테를 두는 집합들이 파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해 리조랑지스에서의 두 번째 대담에서 두 사람은 공동체에 관해 고찰한다. 알제리 출신 유대인으로서 유대주의에 소속되는 것도 알제리에 소속되는 것도 프랑스에 소속되는 것도 문제가 되었던 데리다는 고전적 의미의 공동체를 의문시하며, 특정 공동체에 귀속되려는 욕망은 귀속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1994년 파리에서의 세 번째 대담은 데리다의 자서전 요약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자신의 생과 철학적 사유를 두루 조망한다. 자전적 회고와 철학적 담론을 결합시키며 데리다의 궤적을 드러내는 한편 『목소리와 현상』, 『글쓰기와 차이』, 『그라마톨로지』와 『산종』, 『철학의 여백들』, 『입장들』이라는 두 번의 삼부작 사이의 불연속성을 논하고, 해체와 정의, 비밀 개념에 관해 사유한다.
같은 해 나폴리에서의 네 번째 대담에서 페라리스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언급하며 역사철학의 한계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데리다는 역사적 기억과의 단절과 철학적인 것의 관계, 고유명의 타자성에 관해 고찰한다.
다섯 번째 대담에서 데리다와 페라리스는 비밀에 관한 논의를 확장시키며 고해와 증언에 대해 이야기한다. 데리다는 언어적 전회의 한계를 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텍스트라는 개념과 그 지위를 논하고 시각의 특권에 대해 설명한다.
1995년 토리노에서 이루어진 여섯 번째 대담에서는 바티모가 등장하여 데리다와 페라리스의 대담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데리다는 저녁 식사 자리와 학술적 과업의 자리를 비교하면서 철학의 공동체에 대해 논하고, 이미지·모르페·에이도스·환상 등의 개념에 대해 사유한다.
마지막으로 페라리스는 우정 어린 후기를 덧붙여 이 책이 유실되었다가 다시 프랑스어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데리다와의 관계를 회고하며 일찍이 데리다 철학에 깊이 영향 받았으나 독자적인 사상가로 자리매김하게 된 페라리스 자신의 여정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

자크데리다

JacquesDerrida
알제리태생의유대계프랑스철학자다.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장이폴리트의지도로『후설철학에서발생의문제』(1953/54)를썼고,『기하학의기원』(1962)으로장카바예스상을수상하였다.고등사범학교,소르본대학교,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재직하였고미국유수의대학에서강의하였다.‘에크리튀르(écriture)’에대한사유를통해서서구철학의전통에이의를제기함으로써새로운사유의가능성을열었다.

목차

프랑스어판본에부쳐

I
II
III
IV
V
VI

후기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이대담은자서전적으로든지적으로든데리다의작업에대한가장명확한소개중하나이다.”
-『타임스문예부록』


우정어린대담에서발견하는데리다의삶과철학적진리

이탈리아철학자마우리치오페라리스가자크데리다에게3년에걸쳐사유의경험에대해묻는이책은프랑스어로출간되지못한채유실되었다가데리다아카이브에서다시발굴된것이다.주로페라리스(와바티모)가묻고데리다가대답하는형식으로이루어진이대담의내용은사상가로서무르익은데리다의자기변론이기도하고인간으로서완숙한데리다의비망록이기도하다.이책에서데리다는한개인의독특하고개별적인삶이어떻게보편타당함을자처하는철학적진리로결정화될수있는지,그럼에도철학적진리가특정한삶으로환원될수없다면어째서인지자기자신을근거이자사례로삼아드러내보인다.철학적진리는한편으로는특정한맥락·상황·역사안에처한개인의생을통해발견되고생산되는것이지만,다른한편으로는그나름의초월적생을구가함에따라자신을발견하고생산한바로그생을초과하는것이다.역사적독특성과철학적보편성사이에서무한히진동하는이책은데리다의철학적사유를생동감있게보여주는귀중한문헌이다.

데리다의삶과사유의궤적을따라가다

구조주의이후를대표하는데리다는프랑스의식민지인알제리태생의유대계프랑스철학자이다.19세에프랑스에처음입국해고등사범학교(ENS)에입학하여루이알튀세르와미셸푸코를만나교류하였으며,장이폴리트의지도로『후설철학에서발생의문제』를쓰면서서구철학의전통에이의를제기하였다.새로운해석과사유를위한해체작업을주창한그의철학은포스트구조주의의해체철학으로대변된다.
이책에서데리다는위대한서구철학의정전들을가지고정전적인동시에비정전적인해명을하며,그텍스트들의사소한대목들,이목을끌지않는문제의식들에특히관심을쏟는다.이책의현장감있는대화는데카르트,칸트,헤겔,후설같은철학적전통을형이상학으로규정하여전복하는데리다의철학활동과그생애사를가감없이드러내준다.독특성이나발생,정의,죽음의문제와같은데리다철학의여러핵심주제를깊이있게다루는이책은독자들에게데리다라는철학자의삶과그가지나온연구의궤적을두루들여다볼기회를제공해준다.

우정의공동체혹은비밀의공동체

이대담의구절구절에서는데리다,페라리스,바티모의우정이배어나온다.‘비밀의취향’이라는이책의제목부터가데리다의우정개념과맞닿아있다.데리다에게우정이란무엇보다도비밀을애호하는취향이기때문이다.
우정이란서로유사하거나동등한이들간의공동체를구성하기위해서종종소환되곤하는정념이지만이책에서데리다는이렇게말한다.“우리는우리가서로아무런공통점이없다는것을알고있다는점에서공통됩니다.”(109쪽)그의말에따르면결국사상적으로든실제적으로든확실한것은우리가서로동등하기는커녕우리각자는서로에대해전적으로타자라는사실이다.그렇다면우리는공동체의구성을위한기본원리를사고하기위해어디에서출발해야할까?
데리다가보기에공동체는자명한사실앞에서침묵을지키고입을다무는것,즉우리각자가서로고립되고분리되어있다는진리를굳이적시하지않는것,그렇게‘비밀’을지키는것에의해서지탱된다.이에이책의후기에서공동대담자페라리스는이렇게덧붙인다.“나는데리다에게솔직하고자했다.내가아는데리다라면이렇게솔직함을공언하는게탐탁지않았을수도있다.그에게는비밀을애호하는취향이있었기때문이다.”(203쪽)솔직함에는‘비밀의취향’으로서의우정과본질적으로대척하는면이있는탓이다.
모든타자가전적으로타자임을긍정하는것은그것을소리높여고지하고언표하는것과는확연히구별되고,이로써데리다는여타의급진적타자성의사상가들과확실히결별한다.그러한데리다에게있어우정은친구에대한애호이기에앞서비밀에대한애호이고,철학자는단순히진리를밝히는학자,교설하는사제,전달하는전령이기에앞서‘진리의친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