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광기의 역사 (플라톤에서 들뢰즈까지)

창조와 광기의 역사 (플라톤에서 들뢰즈까지)

$24.65
Description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데카르트, 칸트, 헤겔을 거쳐
라캉, 데리다, 들뢰즈에 이르는 ‘창조와 광기’를 둘러싼 사상사의 여행!
이 책은 플라톤에서 들뢰즈에 이르는 서양 사상사를 개설(槪說)하면서 인간 역사에서 ‘창조와 광기’의 관계가 어떻게 다루어져왔는지를 상세하게 짚어나간다. 서양철학사의 전통에서 창조와 광기는 어떤 관계에 있었을까? 고전적인 방식의 광기는 어떻게 사회 외부로의 탈출을 가능하게 했으며, 현대에 들어와 광기는 어떤 방식으로 창조와 관련을 맺고 예술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미국 애플사의 최고 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스승처럼 존경한 기업가 놀런 부쉬넬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새로운 창조를 하기 위해서는 ‘미친’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광기 어린 사람이야말로 기존의 상식이나 선입견에 매몰되지 않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해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비단 현대에 특유한 것만은 아니다. 서양 사상사를 더듬어보면 창조와 광기의 문제는 일찍이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다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플라톤은 시인 광인설을 제시한 바 있으며, 멜랑콜리(우울증)를 창조와 명확하게 연결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유명한 철학자나 예술가가 모두 멜랑콜리하다는 주장을 개진하기도 했다. 기원전에 이미 광기는 시작(詩作)과 같은 당시의 대표적인 예술과, 나아가 ‘천재’ 일반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졌던 것이다.

창조와 광기를 연결하는 이러한 사고방식은 데카르트, 칸트, 헤겔과 같은 근대의 철학자, 그리고 하이데거, 라캉, 들뢰즈 등의 현대의 철학자 및 사상가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이어져왔다. 이 책은 역사의 오래된 주제인 ‘창조와 광기’의 문제가 서양 사상사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졌는지를 다양한 철학자의 논의를 바탕으로 쫓아가면서 창조와 광기의 관계에 대한 커다란 조감도를 그린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서양철학의 전통에서 지식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성립했는지, 또 어떻게 전복되고 새로운 단계로 이행해왔는지를 분석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류 역사상 ‘창조적’이라고 여겨져온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나아가 우리가 현대에 ‘창조적’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을 충족해야 하는지를 밝힐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마쓰모토다쿠야

1983년일본고치현(高知県)에서출생했다.고치대학(高知大学)의학부를졸업했으며지치의과대학(自治医科大学)대학원의학연구과에서의학박사학위를받았다.정신과의사,정신분석가로서정신병리학이전공이다.현재교토대학(京都大学)대학원인간·환경학연구과교수로있다.임상과연계하여정신병리학과라캉파정신분석을중심으로연구하며,현대사상안에서라캉이론을자리매김하는데도관심을가지고있다.저서로『인간은누구나몽상을한다』(2015),『향락사회론』(2018),『사례로알아보는정신병리학』(2018),『마음의병이란어떤것일까?』(2019)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야니스스타브라카키스의『라캉좌파』(공역,2017),니콜라플뢰리의『현실계를향하여』(2020),대리언리더의『핸즈』(2020)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처음에-창조와광기는종이한장차이?

제1장‘창조와광기’의관계를묻는다
광기가가져다주는긍정적인혜택(1)-에메사례
광기가가져다는긍정적인혜택(2)-구사마야요이
병적학이란무엇인가
병적학의역사
조현병중심주의와비극주의적패러다임
일본의‘창조와광기’론
근대의병으로서조현병
병적학에대한사상사적검토의필요성

제2장플라톤-신적광기와창조
고대의광기
시인광인설(1)-『이온』
시인광인설(2)-『파이드로스』
플라톤의파르마케이아
플라톤주의의전복

제3장아리스토텔레스-멜랑콜리와창조
신적광기인가,멜랑콜리인가
윤리적이상으로서멜랑콜리
멜랑콜리=천재설
유대ㆍ기독교의탄생과다이몬의변모
추방되는다이몬

제4장피치노와뒤러-나태에서멜랑콜리로
‘우울’의두이미지
수행생활에서‘나태’
중세의악마홀림
‘우울’의가치전도
〈멜랑콜리아I〉
다이몬에홀린마음

제5장데카르트-광기에홀린철학
근대적주체는광기속에서태어났다
데카르트와피치노
세가지꿈
‘코기토’의근거는무한히미뤄진다
데카르트는광기를추방했는가?

제6장칸트-광기를격리하는철학
드디어근대적주체가문제되다
신으로부터단절된자식
광기와의만남과‘이성의불안’
『영혼을본자의꿈』-광기와(다시)만나는철학
『순수이성비판』-통각과제3안티노미에서의광기
『실용적견지에서본인간학』-다시광기를분류한다
칸트의철학은광기를격리할수없다

제7장헤겔-광기를극복하는철학
데카르트,칸트,헤겔
광기를극복하는철학
‘절대지’에대한의심
예술종언론
표상불가능성에의한예술

제8장횔덜린-마침내조현병이나타나다
헤겔과횔덜린
횔덜린의병적
발병의논리
근대적이성의균열
시작과광기
야스퍼스의횔덜린론
니체의병적

제9장하이데거-시의부정신학
야스퍼스에서하이데거로
「예술작품의근원」-‘이동=일탈’로서의예술작품
‘이동=일탈’과광기
‘조현병’화하는철학
신없는시대의‘시의부정신학’
망상하는하이데거,머무르는야스퍼스
하이데거의‘창조와광기’론의특징

제10장라캉-‘시의부정신학’의구조론화
프랑스에수입된하이데거
라캉과병적학
정신분석에봉사하는초현실주의
사고의공백에계시가일어난다
‘시의부정신학’의구조론화
시니피앙의웅성거림

제11장라플랑슈와푸코-횔덜린과아버지의문제
사고의공백으로부터‘아버지의이름’의배제로
『횔덜린과아버지의문제』
전이의부재
‘아버지의부정’-푸코의응답
‘외부의사고’-부정신학적문학론

제12장아르토와데리다-병적학의탈구축
『스트린드베리와반고흐』를읽은블랑쇼
병적학에대한이의제기-앙토냉아르토와L박사
광기의범례화에저항하다

제13장들뢰즈-‘시의부정신학’으로부터의도주
‘사건’과조현병
‘단한번의결정적’인사건으로부터의도주
구사마야요이와요코다다노리
스쳐지나가는두사람
『의미의논리』-‘깊은’문학과‘얕은’문학
표면으로향하는들뢰즈
『비평과임상』-병적학적플라톤주의의전도
현대문학과데이터베이스
루이스캐럴의병적
‘타자’는존재하지않는다
‘커뮤니케이션장애’로인한커뮤니케이션
레이몽루셀의병적
‘방법’에의한‘영광의감각’의재현시도
루이스울프슨의병적-모국어를죽이는것,혹은도박의효능
문학과우연
들뢰즈의‘창조와광기’론의특징

마지막에-‘창조와광기’는어디로가는가?

참고문헌
후기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조현병중심주의와비극주의적패러다임

이책은‘창조와광기’를둘러싼현대의논의를‘조현병중심주의’와‘비극주의적패러다임’이란개념으로논점을세워탁월하게분석해나간다.
구사마야요이(草間彌生)는오늘날창조와광기의관계를명료하게보여주는대표적인화가중한사람이다.구사마의주치의는그녀를‘정신분열증’,즉조현병으로진단한바있으며,그녀는조현병증상이있을때에는예술표현을할수있지만약물요법으로그증상이사라지면작업을할수없다.독특한물방울모양이나반복적인얼룩이아로새겨진늙은호박같은그녀의작품은누구나한번쯤본적이있을것이다.이러한구사마의예술표현은집요하게덮쳐오는정신병적인불안한이미지에서벗어나려는행위이다.그녀는고통과불안에초조해하면서천재적인작품을만들어그것에서구원을찾는것이다.다시말해구사마의예술표현은조현병증상에대한일종의‘복사’로그녀는불안한이미지에엄습당한채로있는게아니라오히려그것을적극적으로묘사함으로써자신을지키는것이다.
구사마의사례에서볼수있듯이이책은창조와이어지는임상적광기를‘병적학(pathography)’이라는학문을주축으로삼아살핀다.병적학이란천재나예술가같은이들에게서볼수있는정신질환(광기)과창조성의관계를논하는학문으로유명인의다양한작품에서병으로인한영향의흔적을알아내어그러한정신의흐름을확인하여드러내는것을목표로한다.특히어떤정신장애를앓고있는것이아닐까생각되는인물이쓴일기나편지를참조하여병의경과를세밀하게추적해보면그인물이창조한작품과병의경과가밀접하게관련되어있다는것을알게되는경우가있다.예를들어독일철학자프리드리히니체는청년기에매독에감염되어말년에는환각망상상태를경험했는데,이런정신장애가그의사상형성에어떤영향을주었는지를가늠해보는것도병적학연구의주제가되는것이다.
지은이는병적학담론의특징이‘조현병중심주의’와‘비극주의적패러다임’이라고강조한다.조현병중심주의는우울증이나조울증보다조현병권의유명인에주목하고조현병자들이창조성이뛰어나다고생각하며조현병자를이상화한다.조현병자는조현병이아닌사람은도달할수없는진리를가지고있다고생각하는것이다.비극주의적패러다임은조현병이라는병에걸린사람들이병과맞바꾸어,즉이성의해체와맞바꾸어인간존재의진리를접촉하거나개시(開示)한다고생각하는것이다.
그리고서양사상사에서들뢰즈이전까지‘창조와광기’를둘러싼논의는조현병중심주의와비극주의적패러다임이중심이었다.즉“인생의어딘가에서단한번의결정적인사건이일어나고그것이‘형이상학적심연’을계시하면서우수한예술작품을만들어내는것을가능하게하지만,그대가로환자개인의인생또는이성은해체로불가역적으로향하게된다”(322쪽)는것이다.

광기와의격투,근대병적학,그리고새로운‘창조와광기’론

이책은창조란무엇인가,광기란무엇인가를묻는것이아니라서양사상사에서창조와광기가어떻게관련되고,어떤의미에서광기가창조를가능하게한다고간주되어왔는지,다시말해창조의조건으로서광기의변천을묻는다.이를위해지은이가주로참조하는것이앞에서말한병적학이다.
이책은이런착상의원천을서양사상사를거슬러올라가신적광기에서창조성을보는플라톤(제2장)과멜랑콜리(우울증)를천재적인창조와연결시킨아리스토텔레스(제3장)에서부터시작하여광기에홀린데카르트의주체(제5장),광기를격리하는칸트(제6장),광기를자기의식에대한부정성으로서변증법적으로극복하는헤겔(제7장)로이어지는광기의변천을분석한다.특히주목해야할제8장에서지은이는정신병리학에대한자신의지식을바탕으로야스퍼스의논의를참조하면서독일시인횔덜린을인류최초의조현병사례로제시한다.동급생인헤겔,그리고시작(詩作)의스승이자‘아버지’인실러와의관계로부터횔덜린의병적을검토하고,세상과어울리지못하고실러의위치로스스로의이상을선취한흐름이조현병의흐름과같다고분석하며조현병과작품창조가특권적으로관련되는그의사례를조현병중심주의의출발로간주하는것이다.이책은플라톤이후로시인에게창작의핵심은신의영감이었으나횔덜린을기점으로신의부재와나의무근거함이새로운문제로부상하게되었다고해석하며,이해석은횔덜린의시작(詩作)을토대로조현병의정신병리학에육박하는철학을정립하고그것으로부터시의부정신학을이끌어낸하이데거의논의로이어진다(제9장).이러한하이데거의논의가프랑스현대사상에서의부정신학적논의(라캉,푸코)및이에대항하는논의(데리다)를준비하게된다(제10-12장).
그러나이책은제13장에서들뢰즈를집중적으로논하면서지금까지논의의중심이었던조현병중심주의,비극주의적패러다임,부정신학을비판한다.지은이는“현대의‘창조와광기’를생각하기위해서는조현병적이지도않고부정신학적이지도않은광기,‘형이상학적심연’에의거하지않고,‘은폐되지않음’과도무관한진리와관련되는광기가존재하는지어떤지”(253쪽)를물어야한다고생각하는것이다.지은이는조현병중심주의,비극주의적패러다임,부정신학을대신하는것이바로들뢰즈의“우연이나도박을중시하는‘창조와광기’론”(397쪽)이라고주장한다.들뢰즈는광기를심층에자리매김하는횔덜린,아르토의조현병을단념하고,캐롤,루셀,울프슨과같은아스페르거증후군내지자폐증스펙트럼(ASD)으로진단되는다른광기에끌렸다는것이다.이것은단순히들뢰즈가선호한문제가아니며최근조현병이경증화하고,경계성인격장애,조울증,자폐증스펙트럼,그리고발달장애와같은또다른광기가창조와더관련이있다는데이터등을볼때ASD자의우연성에대한내기야말로지금까지의병적학으로부터의해방을가능하게하여현대에‘창조와광기’에대한새로운생각을이끌어낸다고지은이는보는것이다.
다시말하면플라톤의시인광인설,아리스토텔레스의멜랑콜리=천재설,피치노와뒤러에의한‘우울’의가치전도를거쳐문제화된다이몬=광기는데카르트,칸트,헤겔에의해배제되었으나횔덜린에의해균열속에서재출현했고,프랑스현대사상은횔덜린의시작과그영향을받은하이데거의사색의강력한자장속에서‘창조와광기’에대해사고하게되었으며,거기에서조현병중심주의와비극적주의적패러다임이생겨나고나아가서는그것들에대한저항이시도되어결국에는들뢰즈에의해그패러다임과는무관한우연이나도박을중시하는새로운‘창조와광기’론이생겨났다는것이다.

창조와광기의역사:명쾌한설명,탁월한통찰,열린가능성

라캉연구자이자정신과의사인지은이마쓰모토다쿠야(松本卓也)교토대(京都大)교수는일본에서는‘난해한사상을그내용을해치지않으면서쉽게전달하는능력을가진학자’이자‘자폐증내지아스페르거증후군이라는관점에서새로운사회적,정치적실천을모색함으로써일본현대사상을견인하는중심인물중한사람’으로평가받고있다.
이책은서양사상사라는광대한영역에서‘창조와광기’의문제라는난해한주제를다루지만,정신병리학및현대사상에대한지은이의깊고폭넓은이해를바탕으로이를명쾌하게이야기함으로써독자들이헤매지않고끝까지흥미진진하게책의논의를따라갈수있게한다.서양사상의역사속에서주제를이끌어내는지은이의통찰력이돋보인다.
창조의조건인광기가어떻게논해져왔는지그변천을밝히고,그귀결을포스트조현병적문학론에두는이책의또다른미덕은1960년이후의현대프랑스철학에대한뛰어난개설서로도읽을수있다는것이다.
이책은‘창조와광기’의관계와역사를그태동부터현대의논의에이르기까지면밀하게분석,종합함으로써낡은패러다임이어떻게성립하고어떻게새로운패러다임으로이행했는지를밝히고,그렇게하여현대의예술이나광기에대해사변하는것의가능성을묻는다.이책은새로운창조의조건및또다른창조성의존재에대한물음에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