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의 조건 (담론으로 읽는 조선시대사 | 개정판)

왕정의 조건 (담론으로 읽는 조선시대사 |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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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는 조선 왕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조선시대 역사를 체계적으로 조망하고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잡다
우리는 조선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전통 사회의 이미지 형성은 일제강점기에 이루어졌다. 향후 식민지배를 꿈꾸던 일본 제국은 조선은 개혁해야 할 야만으로 상징화하고 자신들은 문명화의 구세주로 대비시키며 비참한 식민지 현실의 책임을 침략자인 일본 제국이 아니라 무능한 왕정 탓으로 돌리게 했다. 이 같은 제국주의시대의 잔영은 현재까지도 조선시대 역사관 구축에 많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본의 수정주의 역사관을 모방한 뉴라이트 진영이 대안 교과서 등을 통해 부정적인 역사관을 전파하고 있으며, 20세기까지만 해도 개인의 취미 정도에 머물렀던 ‘재야사학’은 21세기에 접어들어 거대한 사업으로 변모하여 ‘유사역사학’으로 전환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제국주의시대의 왜곡된 관점을 털어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우리나라의 역사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각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조선시대 역사를 설명하는 제대로 된 틀을 모색하기 위해 제1부에서는 조선 왕정을 추동해나간 이념 체계를 알아보고, 제2부에서는 국가의 실제 운영 방식에 주목하며, 제3부에서는 세계사 속에서 한국사의 위상을 비정해본다. 엄중한 사료 검토를 통해 조선 왕정의 조건을 총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살피는 이 책은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이미 잘 가공된 내용을 수동적으로 향유하기만 하는 소비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역사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저자

김백철

김백철은부산대학교사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대학원국사학과에서문학석사와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전공분야는조선시대정치사상및법사학이다.전북대학교HK교수,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책임연구원등을거쳐현재계명대학교사학과교수로있다.대표저서로『조선후기영조의탕평정치:『속대전』의편찬과백성의재인식』,『두얼굴의영조:18세기탕평군주상의재검토』,『법치국가조선의탄생:조선전기국법체계형성사』,『탕평시대법치주의유산:조선후기국법체계재구축사』등이있다.저서를비롯한그간의연구성과는한국연구재단우수논문(2008·2009),문화체육관광부우수학술도서·세종도서(2010·2017),역사학회논문상(201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우수출판콘텐츠(2016),대한민국학술원우수학술도서(2015·2018)등에선정되었다.

목차

머리말

서론
1.역사의관점
2.역사전쟁은존재하는가?
3.개념어의정립
4.주관성과객관성
5.시간과공간

제1부조선왕조탄생의성격

1장왕조의이미지
1.국호:왜‘조선’인가?
2.식민지적사고‘반도사관’
3.고려-조선천년왕조:지속인가?단절인가?
4.공민왕대유산

2장사고의출발점
1.내재적발전론의과제
2.‘근세’사회인가?
3.조선은과연하나의왕조였을까?
4.시대사구분론의한계

3장이념적지향:르네상스기조선왕조
1.동서의이상국가모색
2.고조선의화려한부활
3.신성한군주상의계승
4.주나라를꿈꾼조선

4장영토론
1.국경선과‘근대’의환상:만주와대마도
2.고토의식:해동과압록강
3.잊힌북진의기억:공험진과두만강
4.14세기통일국가고려의위상
5.위화도회군:4불가론대공민왕의유지

제2부국가체제

5장중앙관제
1.2차홍건적의난과도평의사사의확대
2.관찰사의설치와전제개혁
3.도평의사사는의회인가?
4.2품이다스리는나라
5.관료제운영양상
6.청요직의등장과하관의견제장치

6장지방통치
1.고려의실험
2.조선의지방제도골격
3.유수부의등장
4.외관의전면파견
5.조선과명의비교

7장군사제도
1.양계와군익도
2.수군의창설
3.방어체계의정비
4.진관체제
5.진영의복구

8장법치국가의구현
1.동북아시아당제와세계체제
2.조선의법제서편찬
3.법치국가탄생
4.포도청과토포영
5.노비소송을지원하는왕조
6.사원개혁의나비효과
7.신문고와사법체계

9장정치구조의변화
1.강력한국가통제의등장
2.자유주의시대로의전환
3.붕당정치의공인
4.환국의대두
5.탕평시대의화려한개막

10장사회신분의재구조화
1.사족의모집단확대
2.신양인의탄생
3.서얼의허통과정
4.공노비의지위향상

11장경제구조의변환
1.실버로드의도래
2.전세의표준화
3.신역의금납화
4.공물의방납

12장부국출현의배경
1.조선과중국의사회변동
2.부세기준의변화
3.총액제도입
4.세제개편의방향

13장국가재정의재편:대동법
1.토지기준
2.중앙재정
3.환곡재원
4.화폐유통

14장왕정의위기대응:균역법
1.양역변통논의
2.진휼재원의발굴
3.국가총예산
4.균역순문
5.개혁의여파

제3부타자의시선

15장동북아시아역사상의변화
1.계몽주의시대‘동양’인식
2.낭만주의시대오리엔탈리즘
3.식민사학의그림자
4.당쟁사관의극복
5.탕평을보는시각의변화

16장근대개념어의혼란
1.민족이란무엇인가?
2.재야사학인가?사이비역사인가?
3.제국과제국주의
4.선진국진입과정체성혼돈

17장제국주의시대의잔영
1.식민지근대화론의다양한기제
2.사대주의담론의실체
3.무본억말의역설대고립된농업경제
4.양인확대책대노예제사회설
5.고종-명성황후비판과세종-정조폄하
6.공화주의의환상과가산국가의상상
7.누가신왕조를개창했는가?:문벌주의시각의문제점

결론
1.조선시대역사상의접근법
2.역사교육의미래
3.천년왕정의조건

미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일본제국주의의잔재,‘화려한고대사’와‘조선망국론’

이책은제국주의시대의왜곡된관점으로두가지쌍생아가나란히존재한다고규정한다.하나는‘화려한고대사’이고,다른하나는‘조선망국론(식민지근대화론/조선봉건사회론)’이다.재야사학에서제창하는화려한고대사는조선이일본제국에패했지만고대에는일본제국보다더강력한국가상을가지고있었다고위로하면서19-20세기제국주의시대관념을무리하게고대에투영하여대제국을설정하는역사해석방식이다.그러나오늘날두각을나타내는재야사학사업가는대부분친일관료출신인‘단군교檀君敎’의후예이거나광복이후『환단고기桓檀古記』를내세워일본극우와제휴했던계열이고,그들의허황된주장은사료를오독한데서비롯된경우가많다고이책은지적한다.나아가이것은일본제국주의가만들어놓은‘조선망국론’이라는전제를그대로두고서‘화려한고대사’로대응하려고했기에벌어진현상이라고분석하며식민사학극복을위해서는일본제국주의가설정한전제자체의모순부터검토를시작해야한다고역설한다.
조선망국론은현실을직시한다는명목하에시종일관‘비판을위한비판’을가하는시각이다.국망직후우리지식인사이에서피어난왕정에대한비판의식은‘구체제론’혹은‘봉건체제론’으로귀결되었고,침략책임을조선내부로돌리고자한일본제국주의는이러한곱지않은시선을악용하여‘조선망국론’을조장하였다.일본제국은조선이과도한사대주의사상에물들어개화모델을받아들이지않았기때문에근대화에실패했다는논리로조선의피동성을강조하여식민지상태를인정하게만들려고했고,식민지근대화론을위한전제로서조선의경제가‘일본의고대’와같은수준으로낙후되었다고폄하하였다.고종암군설高宗暗君說(및명성황후사치설)이나당쟁사관역시일본제국이퍼뜨린역사공작이며,제국주의국가의입장을철저히계승한뉴라이트계열은검증되지않은사료와엉터리분석으로이러한주장을전파하는데가담해왔다.이책은이같은왜곡된시각이우리사회에만남아있는게아니라미국을비롯한서구사회에도만연하다고밝히면서해외학자들의식민사관맹종을막으려면우리역사를자국에서먼저바로잡아야한다고강조한다.

고려-조선의연속성을살피고천년왕정의조건을탐구하다

조선왕정의성격을제대로논하기위해이책은고려의계승과조선의특징을아울러탐구한다.고려와조선은연속된왕조로서북방계승인식체계를마련하고국가제도를만들어나갔다.그동안양자를대립적기준으로만설명하는폐해가오랫동안지속되어왔으나마치전혀다른별천지에서성립한왕조처럼고려와조선을대비시키는것은상당히문제라고이책은역설한다.물론시기별변화는있으며,왕조의성격이변한점도사실이다.그러나고려의경험은조선의발전에직접적인영향을미쳤고,고려가꿈꾼이상은조선에서비로소실현되었다.두왕조는왕정의조건에대한질문을끊임없이던지면서시대의물음에답하기위해새로운정책을제시하고자노력했다.
이러한논의를바탕으로이책은왕정의조건을다음과같이정리한다.첫째,사회집단을이끌수있는새로운이념의추구와지지기반의확보이다.고려말신진사류가신왕조의지지세력으로탈바꿈한것은단군-기자로대변되는우리역사의공간인고조선의부활이개혁의실현가능성에대한확신을높여주고요순-서주이상사회라는신유학의구호가공감대를넓혀나간덕분이었다.조선후기에는탕평정책과서얼허통을통해서양반과서얼이지지세력이되었으며,대동-균역을통해서세제경감이이루어지자양민에서공노비까지포섭되었다.둘째,사회변동기능동적대처와경제적토대확보이다.조선왕정은과전법을통해백성을안정시켜신왕조의지지기반을확보하였고,이후에도부세의금납화,대동-균역법등의개혁을단행하여민의안정에최선을다하였다.셋째,안정적국방력건설과절대평화의확립이다.조선은초기부터왜구를해안지대에서몰아내고삼면에모두수군진을설치하는등막대한국방예산을집행했다.수백년간무수한침공을받은고려와마찬가지로조선시대에도무수한침탈이있었으나근대국민국가의방어개념에근접한전국토방어를통해대체로방어에성공하였다.넷째,법치주의확립을통한정교한통치체제의마련이다.중국의정치체제는이미고려시대에적극적으로도입되었는데,조선은이러한고려의경험을타산지석으로활용하여모든국가운영에서법치주의를실현시켰고,법제도뿐아니라법운영에서도공론정치의기치하에상관·하관의견제구도를만들어고려말만연했던부정부패를일소하였다.다섯째,의사소통을통한왕정의신뢰확보이다.태종이개설한신문고(격고)를통해수많은노비가양인신분을회복하였고,영조가시행한순문으로많은백성이각종폐단을알렸다.상언이나격쟁은정조뿐아니라대다수의국왕이특별법정으로서장기간시행하였고,이러한조치들이왕정의소통능력을배가시켜백성의신뢰를얻는기반이되었다.이책은이중한가지만없었어도왕정은존속되기어려웠을것이라고덧붙이며이러한다섯가지조건을고려-조선천년왕조가유지된비결로제시한다.

세계사속에서한국사의위상을살피다

이책은지금까지우리학계가제국주의열강의식민통치를반박하기위한연구에매진해왔으나역설적으로그방법은서구에서만든기준에근거하고있었다고지적한다.그동안일본을통해서‘유럽’을인식해온우리는서양을전형적인제국주의국가로미화하고동양은오리엔탈리즘이라는색안경을끼고평가절하해왔다.그러나불과19세기초반까지서구사회는동양의정치·문화를문명사회로여기며동경해마지않았다.명예혁명에가담하였던존로크는중국을사대부의공론정치를실현하는이상적인나라로소개하였고,프랑수아케네는『중국의전제정치LeDespotismedelachine』에서유교정치제도를모범적인국가통치이념으로서술하면서동경을드러냈다.제국주의열강의아시아식민지화가본격화된19세기후반에야비로소유럽내에서중국(아시아)의이미지가하락했는데,17-18세기유럽의‘중국’인식보다후대에해당하는19세기후반에자국사의관점을바탕으로동양의역사관이재구축되었다.또한일본공사관은조선왕정에맞서기위해공화주의에대한환상을조선지식인에게끊임없이불어넣었으나정작일본제국은공화정을시행한적이없으며,19세기말기준공화정이었던나라는세계적으로몇개국이되지않았다.법치주의전통이일천하였던서양의기준을수천년의법치전통을지닌동양사회에들이대는것자체가부당한일이라고주장하는이책은이제고립된일국사적관점의조선시대연구에서벗어나야한다고말한다.한국사와세계사를그동시성을고려하여재검토하고동서양의사상사와사회경제적변화과정을재조합해보는과정을통해우리는조선시대에대한새로운역사적인식에도달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