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 모노노아와레 (한일 미의식 산책)

한과 모노노아와레 (한일 미의식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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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은 어떻게 한국의 미의식으로 자리매김되었는가?
일본인은 왜 작위의 미를 자연보다 더 자연스럽다고 여기는가?
이제 한일 미의식의 산책로 안으로 걸어 들어가보자
아름다움에는 양면성이 있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작위적인 아름다움도 있다. 한국인에게 자연은 오래전부터 일상 속에 들어와 일상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가령 전통적인 한옥은 안과 밖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마루는 그대로 마당과 연결되어 있고, 방 안에서도 문짝만 열면 낮은 울타리 너머 바깥의 산야가 그대로 내다보인다. 자유분방하고 단순한 분청사기의 문양, 혹은 비대칭의 일그러지고 무덤덤한 백자달항아리의 형태는 처음부터 인공적인 완성의 미학과는 무관해 보인다. 반면 일본인들은 늘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돌과 모래로 물을 표현하는 돌정원에서 대자연을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일본 다인(茶人)들은 다기의 손잡이 하나를 일부러 떼어내고 거기서 와비(侘び: 불완전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미의식)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일본 도공들은 일본적 도자기를 창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릇을 왜곡된 형태로 빚어낸다. 이런 인공적인 노력은 강박적으로 매우 섬세하게 이루어진다. 손을 대서 꾸미고 다듬고 조작한 것을 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물음 중 하나이다. 무엇을 자연이라고 여기는가의 차이가 곧 한일 미의식의 가장 큰 차이를 구성하는 것이다.
저자

박규태

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종교학과에서문학석사학위를,일본도쿄대학대학원종교학과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한양대학교일본학과명예교수이다.주요저서로『일본재발견:일본인의성지(聖地)를걷다』(2020),『현대일본의순례문화』(2020),『일본정신분석』(2018),『신도와일본인』(2017),『일본신사(神社)의역사와신앙』(2017),『포스트-옴시대일본사회의향방과'스피리추얼리티'』(2015),『라프카디오헌의일본론』(2015),『일본정신의풍경』(2009),『상대와절대로서의일본』(2005),『아마테라스에서모노노케히메까지』(2001)외다수가있으며,주요역서로『일본문화사』(폴발리,2011),『신도,일본태생의종교시스템』(이노우에노부타카,2010),『국화와칼』(루스베네딕트,2008),『신도』(스콧리틀턴,2007),『황금가지1·2』(제임스프레이저,2005),『세계종교사상사3』(미르치아엘리아데,2005),『일본신도사』(무라오카쓰네쓰구,1998),『현대일본종교문화의이해』(시마조노스스무,1997)외다수가있다.

목차

서언:아름다움의양면성

1부한일미의식과‘반대의일치’
제1장한국인의미의식과‘반대의일치’
1.한국인의미의식:한의변주곡
2.천연주의와곡선미
3.한국적미의식의지향점:불연기연과‘모순의승화’

제2장일본인의미의식과‘반대의일치’
1.일본인의미의식:모노노아와레의변주곡
2.일본인의미의식과이념화된자연
3.일본인의자연관:텐넨과시젠,오노즈카라와미즈카라
4.일본적미의식의지향점:‘절대모순적자기동일’과‘모순의무화’

2부한과모노노아와레
제3장한과모노노아와레:‘모순의승화’와‘모순의무화’
1.한담론과‘모순의승화’
2.모노노아와레담론과‘모순의무화’
3.한과모노노아와레의비교

제4장두개의‘한’과양면성:박경리『토지』와‘균형의미학’
1.『토지』의일본론
2.『토지』속의한(1):‘모순에대한슬픔’으로서의한
3.『토지』속의한(2):‘생명의본질에대한물음’으로서의한
4.‘균형의미학’

제5장야나기무네요시의비애미와모노
1.천의얼굴의모노
2.모노의민예미:야나기무네요시의모노이해
3.조선미의탄생:비애미와모노

제6장모노노아와레와감성적인식론
1.‘모노노아와레를아는것’이란무엇인가:주체와대상의쌍곡선
2.감성적인식론으로서의모노노아와레론
3.모노노아와레공동성:감정의제국

제7장타자론의관점에서본모노노아와레
1.노리나가이전의아와레와모노노아와레
2.아와레에서모노노아와레로:일본미의탄생
3.모노노아와레의타자론

3부한국과일본의예술
제8장한국과일본의불상및건축
1.석굴암불상과광륭사반가사유상
2.종묘와이세신궁

제9장한국과일본의정원
1.부석사무량수전과용안사돌정원
2.창덕궁후원과소쇄원
3.가쓰라리큐와슈가쿠인리큐

제10장한국과일본의문예와예능
1.시조와와카·하이쿠
2.『춘향전』과『주신구라』
3.탈춤과노

제11장한국과일본의미술
1.이중섭과무나카타시코
2.민화와우키요에

4부한일도자기의만남
제12장한국도자기의미학과일본
1.고려청자:‘화이불치’의푸른꽃
2.분청사기:‘화이부동’의민중미
3.조선백자:‘검이불루’의선비향

제13장한일도자기의중계자:규슈의조선도공들
1.규슈의조선도공개관
2.규슈북부의조선도공과도자기마을
3.규슈남부의조선도공과도자기마을

제14장일본도자기의미학과한국
1.가키에몬야키·육고요·구타니야키
2.미노야키와오리베야키,교야키와라쿠야키
3.이도다완:일본속의조선도자기를대표하는명품브랜드

5부한일미의식의사상적밑그림
제15장한국과일본의조화사상
1.비교의정신:한일문화의유사성과차이
2.일본형조화모델:「17조헌법」의화
3.한국형조화모델:원효의화쟁
4.일본형화와한국형화의접점:화이부동의‘화’를찾아서

나오는말:정신적균형잡기

후기:소원빌기의아름다움을위하여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가깝고도먼나라’한국과일본,
역설의관계에서조화하는한일미의식의집대성

이책은『일본정신분석』,『신도와일본인』,『국화와칼』(역서)등을펴내며일본문화와사상을연구하고그중국내에서는드물게도신사와신도라는주제에천착해온지은이(박규태한양대학교일본학과명예교수)가한국과일본의미의식을비교해보겠다는일념하에한일전통미의현장을구석구석찾아다니며양국의미학적개념들을총망라한역작이다.지은이는한국인의정서를대표하는미의식으로우리민족고유의보편감정인‘한(恨)’을,일본인의미의식으로는‘모노노아와레(物哀れ)’를대별한다.모노노아와레란존재하는모든것을가리키는‘모노(物)’와주로감동을뜻하는‘아와레(哀れ)’의합성어로,우아한정취와무상감을수반한비애미가중심을이루는미의식이다.아주단순하게한은한국적슬픔의감정이고모노노아와레는일본적슬픔의감정이라고말할수있다.한과모노노아와레는모두슬픔이나체념의감정을내포하고서로반대되는것들의조화,모순의차원을공유한다는점에서공통분모를갖지만한이‘모순의승화’를지향하는반면모노노아와레는‘모순의무화’를추구한다는점부터근본적인차이를수반한다.
한과모노노아와레,예스럽고소박한고졸미와쓸쓸한비애미등한일양국을대표하는미학적개념들과그사상적밑그림을자세히살피고불상과건축,문예와예능,정원,미술,도자기의다양한사례를들어이론적서술을뒷받침하는이책은가히한일미의식비교의집대성이라고할만하다.이책이한국과일본의문화및의식구조전반에서확인되는유사성속차이를들여다보기위해제시하는키워드는‘반대의일치’이다.이때‘반대의일치’란아름다움의세계가지니는양면성의표층적인식에서한발더나아간개념으로,그심층에숨겨져있는조화의원리를가리킨다.즉양면성의어느한쪽도실상이아니며,대립되는것들의모순적인동거또는양가적공존이있다는것이다.

한국과일본의불상,건축,정원,도자기,시조,가면극등
다양한사례를통해총망라하는한일미의식

이책의1부에서는한일양국의다양한미의식개념을개관하면서거기서엿볼수있는‘반대의일치’양상과그사상적배경을살핀다.한국인의다양한미감을크게‘멋’계열과‘한’계열로구분하고양자모두자연미계열의미의식이그토대를이루고있다고본다.이러한한국인의미의식을‘승한(昇恨)의변주곡’으로이해하고,한국형‘반대의일치’사상의궁극적지향점을‘모순의승화’에서찾는다.한편일본의미감은무상감과결부된일본적슬픔의미학인모노노아와레의미의식으로수렴된다.모노노아와레미의식도자연미에입각해있지만,모노노아와레에서의자연은많은경우‘이념화된자연’으로나타난다.그배경을알아보기위해텐넨(天然:자연그자체),시젠(自然:이념화된자연),오노즈카라(自然:저절로)등의일본적자연개념을살피고,절대모순적자기동일로나타나는일본형‘반대의일치’사상은궁극적으로‘모순의무화’를지향한다고정의내린다.
이책의2부에서는한과모노노아와레에대한본격적인비교작업을개진한다.먼저구조적·내용적측면에서한과모노노아와레의공통점및차이를규명하고,한의대표적사례로박경리의『토지』에서나타난한의양상을살핀다.『토지』는동학농민운동과일제강점기를전후한시대를살았던한국인의한은물론모순에가득찬삶과세계가빚어내는한의보편적의미를묻고자할때간과할수없는중요한텍스트이다.이에더해한의일본적표상을야나기무네요시의‘비애미’및‘모노(物)’개념에서찾아볼수있다고보고,비애미및모노와밀접하게연동하는모노노아와레미의식을‘감성적인식론’과‘타자론’의관점에서분석한다.
3부에서는이상의이론적서술을뒷받침해주는다양한사례를제시한다.한일불상및건축비교에서는석굴암불상과교토광륭사반가사유상및종묘와이세신궁을살피고,이중국립중앙박물관소장의금동반가사유상과닮은꼴인광륭사목조반가사유상과관련하여하타씨에주목한다.한일정원은부석사무량수전과교토용안사돌정원,궁궐정원을대표하는창덕궁후원과민간정원을대표하는담양소쇄원및교토의황실정원인가쓰라리큐와슈가쿠인리큐등을다룬다.한일문예와예능은양국의정형시인시조,와카,하이쿠및양국의국민문학으로사랑받는『춘향전』과『주신구라』,그리고양국의대표적가면극인탈춤과노(能)를다룬다.한일미술은양국을대표하는화가(판화가)인이중섭과무나카타시코및조선민화와에도시대의다색목판화우키요에(浮世絵)에초점을맞춘다.
이책의4부에서주목하는한국과일본의도자기는양국의떼려야뗄수없는인연으로얽혀있는미의세계이자한일미의식의차이를가장극명하게보여주는사례이다.고려청자는화려하지만사치스럽지않은‘화이불치(華而不侈)의푸른꽃’으로,조선백자는검소하지만누추하지않은‘검이불루(儉而不陋)의선비향’으로,분청사기는조화로우면서도개성적차이를지니는‘화이부동(和而不同)의민중미’로표상하고이와같은한국도자기의아름다움을‘한의산물’로간주한다.그리고임진정유양난때피랍된조선도공들이규슈곳곳에정착하여가마를열고도자기를만들어낸이래이들이시조가되어일본도자산업의토대를구축한대표적인사례들을살핀다.이가운데특히최초로일본백자를만들어낸이삼평및일본도자기의어머니로불리는백파선을비롯하여,피랍조선도공의후예인박무덕과14대심수관을둘러싼현대한일의신화만들기현상에대해서도주목한다.
이책의5부에서는한일미의식의사상적배경으로서한국과일본의조화사상을고찰한다.이때일본과한국의대표적인조화모델로「17조헌법(十七条憲法)」의화(和)개념과원효의화쟁(和諍)개념에초점을맞춘다.자기와타자사이의차이에민감하면서도보편성의관점에서그런차이를인식하고수용하는태도로서‘비교의정신’을제시하고일본형화와한국형화의소통가능성을시사한다.

유사성속차이의조명으로이루어지는정신적균형잡기

한국인과일본인은세계에서가장가까운민족임에틀림없다.양국은인종적·언어적유사성뿐만아니라,동일한한자·대승불교·유교문화권에속한다는점에서문화적유사성을많이공유하고있는것이사실이다.그런데한일양국에공통된미의식인조화미에자리한근본적인차이에서도알아볼수있듯이한일미의식에는분명‘유사성속의차이’가존재한다.한국의조화미가있는그대로의자연에순응하는미라면일본의조화미는작위의미가큰부분을차지한다.이러한‘유사성속의차이’는한일양국의문화와의식구조전반에서도확인된다.
이책은이와같은한일문화사이의공통분모와유사성속의차이를비롯한수많은차이를올바르게이해하고받아들이는자세가우리에게필요함을역설한다.그것이양국간의참된유대와대화의계기를만들어내기위해불가결한작업이라는것이다.물론한일간의어두운역사를일방적인회피나일시적봉합으로적당히덮는것은바닷가모래성을쌓는일과다름없다.아픈과거일수록역사를제대로알고기억하는작업을통해생산적미래를위한반면교사로삼아야할것이다.이점에서꾸준한정신적균형잡기를지향하는이책은가장전위적인투쟁의장인미의식이야말로모순을품어안으며승화시키는조화의궁극적인지향점이될수있음을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