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누이 (홍정욱 소설)

우리들의 누이 (홍정욱 소설)

$13.60
Description
|모두가 잊었지만, 누구나 기억해야 하는 이야기|

1970년대를 이야기할 때 노동자 전태일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전태일이 차비를 털어 붕어빵을 나눠 주었던 어린 여공들의 삶은 흔히 묻힌다.
오빠의 진학을 위해, 남동생의 공부를 위해 당연히 희생했던 딸들, 그녀들의 마음속에 솟아나고 사그라들던 아픔과 슬픔은 대상화되고 객체화될지언정, 주인공이거나 중심인 적은 없었다.
이 책은 겨우겨우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결국 졸업을 못 하고 집과 학교를 떠나 공장에서 일하게 된 이구남의 일생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핸드볼이 뭔지도 몰랐던 소녀가 골키퍼로 성공하는 꿈을 꾸고, 당연한 것처럼 그 꿈을 잃어 간다.
운동화를 사려고 모은 돈은 육성회비 값으로 들어가 버리고, 날마다 생의 무게로 짓눌리는 부모님을 그냥 지켜보기엔 구남이의 마음이 너무 착하다. 언니가 먼저 자리 잡고 있던 부산의 공장에 취직하고, 직장을 옮기고,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기까지의 삶은 그 시절 누이들이 겪은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 또한 그런 누이 덕에 대학에 가고, 교사가 되었다. 한평생 고생만 하다 비명에 가신 누이의 삶을 재구성하기 위해 당시 공장을 다시 둘러보기도 했고, 누이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기도 했다. 작가는 누이의 삶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 세상에 이런 삶도 있었노라고. 그들에게 빚을 졌음을 우리 모두 잊지 말자고.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주인공 구남의 언니 희남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장에 취직했다. 동생 구남이가 중학교라도 졸업할 수 있도록 힘껏 도우려 하지만, 연달아 찾아온 불행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장손 복이와 국이, 덕이까지 줄줄이 딸린 동생들 공부도 시켜야 한다.
몸져누운 할아버지 생각도 해야 하고, 수레에 깔려 운신을 못하는 아버지 생각도 해야 한다. 결국 구남이는 학교를 포기했고, 개고개를 넘어 고향을 떠났다. 너무 어린 나이라 나이를 속였고, 이름도 바꿨다. 공장에서의 삶은 고되고 힘들었다.
엄마가 보고 싶어 울고, 집에 가고 싶어 울었다. 그렇게 몇 년을 일한 뒤 갈빗집으로 옮겨 조리사 자격증을 땄고, 일식집에서 자리도 잡았다. 결혼으로 고단한 삶이 따뜻해지나 싶더니, 남편은 중병으로 곧 죽고 만다. 홀로 남은 구남 씨는 일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불어난 계곡 물에 차가 휩쓸려 생을 마감하게 된다.
누이의 삶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은, 애잔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나마 누이의 아픈 삶을 많은 이들이 알아주었으면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이렇게 살다 간 이들의 삶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다.
저자

홍정욱

지금은공장이되어버린경남함안의유전늪가마을에서나고자랐습니다.부모형제와논밭농사를지으며늪과산에서뛰놀았습니다.대학교에입학하면서도시로나왔지만마음의뿌리까지다빠져나오지못한모양입니다.
교사로살면서틈만나면아이들과산과내와들로나다닙니다.생각이비슷한선생님들과전국의강을따라걸은지도십년이넘었습니다.그러는동안《꼭꼭씹으면뭐든지달다》,《물길과하늘길에는주인이없다》를펴냈습니다.

목차

추천하는글
그들의삶을증명할것은당신뿐이다­김민섭

1장두고개
2장도시에서사는법
3장말로만들어지지않는말
4장내가만든나
5장햇살이드는방
6장흔들리는배
7장열리지않는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

작품의감동은디테일한묘사들에서온다.겪지않으면알수없었을세세한묘사는그런시대,그런장소에서살아보지않은이들에게도공감을불러일으킨다.
작가가마음으로어루만진문장들에선상처를보듬는따뜻한위로가묻어난다.어린이도자연스럽게농사일을거들던시대,일하는어린이가흔했던시대의삶을애정어린시선으로그려낸다.
이제는누구도가족을위해내생을뒤로물리는것을당연하다하지않는다.그러나그때우리언니들은,누나들은왜그렇게한사코착하기만했던걸까.공장에일하러와서도“이제소죽은누가끓이는고?”걱정하는것이누이의마음이었다.
누이들을일찌감치어른으로만들어버렸던시대의이야기.화가나면서눈물겹고,마음이아파서책장을휙휙넘기기힘든그런이야기다.
끝없이이어지는우환.집에불이나고,한겨울에식중독에걸릴만큼면역력이약해진할아버지때문에치료비를뭉텅이로쓰고,몰래담근술때문에경을치르는동안주인공의식구들이겪어야하는고통은이루말할수없다.
“할수없는것은할수없는것이다”이런체념은쉽게이해가된다.가난한아이들은중학교에가는것조차사치였고,잘살아보려는노력은아무것도하지않은것만못한결과로돌아와쓰라린배신을안긴다.
끝내고향을떠나는둘째딸을배웅하며꺽꺽소리내우는아버지의마음이손에잡힌다.“누구도원망안합니더.”열다섯살누이는그렇게말하고고개를넘었다.슬프고아린이런순간들의기록이모여,소설전체가묵직한감동을남긴다.
꿈이무엇인지,하고싶은것이무엇인지,무엇이되고싶은지한번도물어봐주는사람이없어스스로에게질문조차던지지못했던시간을보내고씩씩하게앞으로나아가는주인공.스스로성장해가는모습을보는것은가슴뻐근하다.
가짜이름과나이를버리고진짜이름과나이를찾은뒤에도평생다른이를거두고,키우고,먹이고,보살피는삶을살다가갔다.그런누이의삶을한사람이라도더기억해준다면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