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커뮤니케이터의시대를열다
1905년에발표된아인슈타인의상대성이론과1920년대에등장한양자역학은공간과시간그리고물질에대한기존의개념을완전히바꾸어놓았다.뉴턴의역학을바탕으로200년넘게이어져온근대과학은막이내리고전혀새로운현대과학의시대가열리게되었다.
동시에과학은법학이나의학과같은전문직업화과정을거치면서일반적인교양수준에서는이해하기어려운학문이되었다.그래서대중들이과학을쉽게이해할수있도록강연과책을통한과학대중화의흐름이나타나게되었다.특히영국에서는1920년대와1930년대에새로운물리학을일반인들에게설명하는과학대중서들이속속등장하게되었으며엄청난인기를얻었다.그런책들중에서1930년에출판된제임스진스의〈과학이우주를만났을때(TheMysteriousUniverse)〉만큼성공적인책은없었다.
제임스진스는1904~1912년까지케임브리지와프린스턴대학교에서응용수학을가르쳤다.1914년부터원자와분자에서별과우주에이르기까지아주작은것에서아주큰것으로연구의초점을옮겼으며,1919년에출간한논문〈우주론과별의역학문제〉로케임브리지대학교의아담스상을수상했다.1913년부터1928년까지35편이상의천문학논문을발표했으며,1929년이후로과학연구를떠나과학대중화에전념하기시작했다.
제임스진스가처음으로쓴대중과학서는케임브리지대학출판부의권유로1929년에출간한〈우리주변의우주〉였다.이책은출간즉시베스트셀러가되어처음몇달동안에만11,000부이상판매되었다.1930년케임브리지대학은권위있는연례대중연설인리드강연에진스를초청했다.〈우리주변의우주〉의성공에고무된진스는이강연의내용을확장한〈과학이우주를만났을때〉를출간했다.
이책의출간직후BBC는제임스진스가진행하는6개의주간강연을방송했으며,첫번째강의는BBC의주간지표지에홍보되었다.이러한언론의관심은판매를촉진했고,1930년말까지영국에서만7만부가판매되었다.판매량은1931년에도계속늘어나그해말까지두번째개정판과함께8번이나증쇄되었다.
과학은우주와우리자신을
이해할열쇠를쥐고있다
책의구성은일목요연하고서술방식은꼼꼼하고친절하다.태양계의기원과생명체의구성요소들을설명하는첫번째장에서부터물질과정신의본질을다루는마지막장까지우주와인간에대한이해라는일관된주제가촘촘하게전개된다.저자는일반대중의눈높이에서천문학,생물학,물리학,수학이논의해온다양한가설과실험결과그리고확립되었거나논쟁중인이론들을한눈에파악할수있도록정리하고있다.그중심에는공간과시간을결합하는상대성이론과인과의법칙을명확하게부정하는양자역학이있다.까다롭고난해해서당혹스럽게만드는새로운이론들을시종일관적절한비유와예시를통해간명하게소개하는저자의글솜씨가돋보인다.
저자는비록인류가멸망할수밖에없는우주에서죽어가는태양옆에있는‘모래알갱이의극히작은파편’위에살고있지만,물리학은우주와우리자신을이해하는열쇠를쥐고있다고강조한다.우리는‘플라톤의동굴우화’에나오는동굴거주자들과비슷해서,현실자체가아니라현실의그림자를보고연구하고있지만,물리학및수학을통해우주와인간의실재적진실을엿볼수있다고말한다.하지만과학이가야할길은여전히멀고불명확하다.
“우리는기껏해야아주희미한빛이상을식별했다고주장할수는없다.아마그것은전적으로환상이었을것이다.따라서우리의주된주장은오늘날의과학이어떤선언을해야한다는것이아니라,오히려과학이선언을하지말아야한다는것이어야할것이다.지식의강은너무자주스스로를되돌려놓았다.”(2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