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 너무나 즐거운 까닭 (김금자 시집)

생이 너무나 즐거운 까닭 (김금자 시집)

$7.00
Description
마흔두 번째 《마이노리티 시선》으로 김금자 시집 『생이 너무나 즐거운 까닭』. 《목화꽃은 세 번 핀다》(2009)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는 첫 번째 시집에서 관심을 두었던 주제인 삶의 지혜를 아이의 생명적 본능에서 찾는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손자”는 “짤뚝막한 다리로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어떤 세계를 만들”고 “어떤 나라를 건설”한다(「끝없는 도전」). 걷고, 빨고, 만져 보고, 냄새 맡으며 자기 세계를 막 빚기 시작한 어린 아이의 모습은 ‘자기 생명적 힘으로 자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생의 명령이라고 일깨워 준다.
저자

김금자

저자김금자는
경북안동출생
첫시집『목화꽃은세번핀다』

목차

1부


묵나물을삶으며
생생함에눈뜨다
문을위한예절
나중에
서리
혼자
말을듣다가
영화같은
생이너무나즐거운까닭
아버지가지으시던밥
고구마를생각했다
잘늙고싶다
청색(靑色)의깊이

2부

나룻배있는겨울강둑
봄냄새
깻잎에대한노래
황금마을을보았다
무서리내린아침
트로트가있는풍경
소나기
고요한소나기
가래골
페튜니아
원본은없어지고
국수나무
아름다움의비밀
암물우물을기억하다
노을

3부

겨울플라타너스
아들과손자
오뉴월햇살
점점굵어지는말뚝
눈온다
왜무섭지않았을까
맛이다르다
아이는자기왕국을돌본다
힘을빼라!
손녀가배운말
물심이터질때는
동백(冬柏)
돌넝쿨나무라부른다
낙숫물생각
꽃이꽃본다

발문:아이에게배우는생의명령(오철수,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출간의의미
마흔두번째《마이노리티시선》으로김금자시집『생이너무나즐거운까닭』이출간되었다.
『목화꽃은세번핀다』(2009)이후6년만에선보이는이번시집에서는첫번째시집에서관심을두었던주제인삶의지혜를아이의생명적본능에서찾는다.“이제막걷기시작한손자”는“짤뚝막한다리로집안을헤집고”다니며“어떤세계를만들”고“어떤나라를건설”한다(「끝없는도전」).걷고,빨고,만져보고,냄새맡으며자기세계를막빚기시작한어린아이의모습은‘자기생명적힘으로자기를만들어가는것’이야말로생의명령이라고일깨워준다.
예순중반에접어든시인이삶을새롭게가꾼다는것은어떤의미일까?그것은거풍(擧風)하는기술이다.거풍이란쌓아두었거나바람이안통하는곳에두었던물건에바람을쐬어주는것을말한다.「나룻배있는겨울강둑」이라는시에서는겨울강둑에나룻배하나가“일할나이에는/쉬는일도쉽지않아/봄여름지나가을이다가도록/햇볕한번못보던/허연엉덩이뒤집어놓고/겨울바람에/겨울볕에/거무스름한물이끼/말리고있다.”배도강둑도시인의눈에는거풍중이시다.시간이흐르면어쩔수없이삶은낡아간다.그러나새로움은낡아가는것을거부하는데있지않다.뒤집어엉덩이를말리는나룻배처럼낡은것이썩지않게‘거풍’하는것,살림을새롭게조정하는데서새로움은생겨난다.
『생이너무나즐거운까닭』은행복론이아니다.이번시집은생명보다이윤이,삶보다는생존이지배적인사회에서,수십가지그네타기방법을발명하고,놀이를만들고,재미를만드는아이처럼우리생명적힘으로돌아가거기에서시작하자고하는유쾌한제안이다.

自序
느지막이좋은친구를만났다
그친구는소리없이내게다가와서
말을걸기도하고어디론가데리고
다니기도한다한밤중에올때도있고
종종걸음으로바쁘게일을하거나
손녀들과한가로이놀때도찾아온다
어떤때에는내유년시절로데려다주기도하여
고향산천돌아보고천진난만하게휘젓고
다니기도하였다내곁을지켜주는
이친구가있어서참좋다
이제내가그친구를지켜줘야겠다

오철수시인의발문중에서
낙숫물과놀기종목들을보십시오.아마다른아이들의경험까지들어가면종목이더많을것입니다.이많은놀이방식이바로아이의자기생명의표현방식이었습니다.이렇게자기의생명을즐긴것입니다.그것이즐김이었기에이시를읽게되면오십년이넘었는데도거기로부터생명의힘이전해져옵니다.‘그게나였구나!’하는생각이들며웃게됩니다.그때한번낙숫물떨어지는추녀밑에아주어린자신을앉혀보십시오.낙숫물에서만들어진물방울터뜨리기가그리쉽지않습니다.고랑으로떠내려가는물방울은기포여서작대기를대면요리조리빠져흘러갑니다.그런데그움직임을잘보는아이들이꼭있어서백발백중터뜨리고저같은아이는허탕치기일쑵니다.그런데도서로깔깔거리며웃습니다.낙숫물손등으로받기도만만찮습니다.요리대면저리떨어지고저리대면요리떨어지고,한데도그걸참잘맞추는아이가있습니다.못맞추는나는성질이나기도하지만지지않으려고기를씁니다.못맞췄는데도맞춘것처럼맞춘숫자를속이기도합니다.그러다가싸우기도하고커다랗게웃기도합니다.떨어지는낙숫물을작대기로후려치기는참고난이도의놀이지요.목이아프게추녀를올려보다가후려칩니다.맞췄을때는‘와-와-’소리치고그때영혼은맑아집니다.지나서생각해보니“거기다어떤재미들이가득가득살아있어/쉴새없이떠들고/무지무지하게신중하고/까르르르웃었으니”입니다.
그때우리,놀이를만드는자였습니다.
그때우리,재미가없으면재미를만들었습니다.
그때우리,재미가없으면재미있는종목을창안했습니다.
그때우리,‘재미있느냐없느냐’를기준으로우리의생을끌고나아갔습니다.
그렇게우리생명을,우리의능력을,우리의삶으로즐겼습니다.
그렇게우리주변을우리놀이친구로꾸미며세계를자기화시켰습니다.
그에비하면어른이된지금은어떻습니까?
그래서묻게됩니다.나는나를열띠게하는삶을살고있는가?“무지무지하게신중하고/까르르르”웃는삶,나의생명을넘치게즐기는삶을살고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