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은 왜 목이 길까?

기린은 왜 목이 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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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디트 샬란스키의 『기린은 왜 목이 길까?』는 교양소설 또는 성장소설 장르의 새 장을 여는 작품이다. 샬란스키는 사회적 다윈주의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완고한 성격의 독불장군 이미지가 강한 잉에 로마르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 인물은 기존의 교양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상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뒤집어 버린다. 고전적인 교양소설에서는 세상 밖으로 나와 갖은 경험을 하는 젊은 남자 주인공이 항상 등장한다.

반면에 이 소설의 주인공인 로마르크라는 여성은 학교에서든 사생활에서든 고집스럽게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목표만을 좇으며, 변화하는 자연·상황·주변 사람들에 대해 극도의 예민 반응을 보인다. 학생을 천적으로 여기는 주인공 잉에 로마르크는, 학생들에게 생존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늘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삶에서는 낙오자로 전락해 버린다. 그녀의 삶이 처한 역설은 무한경쟁 이데올로기에 둘러싸인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변화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극도의 냉소주의적 태도가 그녀의 삶을 얼마나 황폐하고 서글프게 만드는지 바라보면서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독일 통일 후 구동독 지역은 인구가 감소하고 학생 수가 줄어들어 결국 학생이 없는 학교가 하나둘 문을 닫는 일이 벌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점차 이슈화되고 있는 사회 문제이다. 점점 상황이 악화하여 최악에 이르면, 미래 어느 시점엔가 세상은 학생이 없는 학교로 가득할 것이고, 마지막 인간종이 사라지는 날이 도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학생이 없는 학교라니! 마지막 인간종이 사라지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럼, 그런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가능성 있는 대답이 이 소설에 담겨 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대답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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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디트샬란스키

저자유디트샬란스키JudithSchalansky,1980~는1980년독일북동부의도시그라이프스발트에서태어난유디트샬란스키는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예술사를공부했고포츠담전문대학교에서커뮤니케이션디자인을전공했다.2007년에학위를마친후2009년까지포츠담전문대학교에서타이포그라피를강의하였다.현재베를린에거주하며프리랜서작가로활동하고있다.2008년에소설『너에게파란제복은어울리지않는다』로문단에데뷔한이후,2009년에『외딴섬들의아틀라스』,2011년에『기린은왜목이길까?』를연이어발표했다.소설『외딴섬들의아틀라스』는부흐쿤스트재단에서선정한‘2009년의가장아름다운독일책’에선정되었고『기린은왜목이길까?』로2012년에또한번‘가장아름다운독일책’에선정이되는영광을안았다.2011년독일문학상후보에올랐다.그외2013년에레싱상,2014년에문학관상,마인츠시작가상,2015년에드로스테상등다수의상을받았다.

목차

한국어판지은이서문5

자연세계11
유전과정129
진화론274

옮긴이의말352

출판사 서평

학생을천적으로여기는교사로마르크
2011년주어캄프출판사에서출간한이소설은주인공잉에로마르크의심리흐름을일터인학교와가정,이웃그리고그곳에서만나는여러인물들과관련지어3인칭관찰자시점에서묘사하고있다.로마르크는자기신념대로우직하게독불장군같이사는인물로,새로운변화와주변사람들을냉정한시선으로바라보며시니컬하게평가하곤한다.
로마르크는우글거리는생명체들에둘러싸여있다.“자신들을덮치는호르몬으로인해나타나는일시적흥분상태에”(22쪽)쉽게빠지는사춘기학생들,무너진건물터를꽉채운,“담높이까지자란잡초”(93쪽)들,어느날새벽4시가채안된시각,침실안에서“숫자8을그리듯크게공중회전을하며이리저리휙휙날아다니”(84쪽)던박쥐,남편볼프강이돌보는“알록달록한양말대님을신고”“목장을뛰어다니는”(48쪽)타조아홉마리등.재미있게도,소설내내리듬감있게그려지는로마르크주변세계의생명력과역동성에도불구하고,로마르크는세계는법칙에따라움직일뿐이라는소신을지키기위해안간힘을쓴다.이엇박자의감각이이소설의커다란매력이다.로마르크의혼신의노력에도불구하고사춘기학생들이,잡초가,박쥐가,뛰어다니는타조들이계속로마르크라는닫힌문을두드리는것이다.
다윈주의신봉자잉에로마르크는생존경쟁과자연도태원리로학생을우등생,열등생으로선별한다.생존경쟁에서살아남는아이들은똑똑하거나재능을가진아이들이다.우둔한아이는당연히도태된다.도태되는우둔한아이는“다른아이들이앞으로나아가는것을방해하는낙오자이자건강한학급의몸통에붙어사는기생충”(18~19쪽)이다.어차피낙오할아이들은격려할것이아니라낙오자라는것을하루라도빨리깨닫게하는게낫다는입장이다.우둔한아이들은머지않아,낙오자라거나기생충이라는낙인에서벗어나려는노력을더이상하지않을게불을보듯뻔하기때문이다.다윈주의자연법칙에서볼때,이런현상은자연스럽다.(이세계의많은이가그러하듯이)다윈주의법칙을신봉하는로마르크는학교와지역사회의쇠퇴와변화,그리고학생들의낙오를그저냉정하게관망할뿐이다.
로마르크는자기딸클라우디아에게도엄격하고냉정하게대한다.언젠가어린클라우디아의담임을맡았던때,교실에서클라우디아가반아이들에게괴롭힘과왕따당하는모습을목격하고도외면하는그녀다.자연계에서처럼인간들사이에서도강자-약자관계가필연적이고,괴롭힘과왕따도자연스럽다.쓸쓸한어린시절을보낸클라우디아는성인이되자타국에서독립적인삶을살게된다.로마르크는딸과관계가소원해진것에아쉬움을느끼지만이내어쩔수없는일로치부해버린다.
세상이자연의법칙대로한치의어긋남없이돌아간다면얼마나좋을까.그럴수없다는것을알지만,다른한편사람은변화보다는법칙,새로운것보다는익숙한것,움직이는것보다는고정된것을반복해서찾게된다.누구든지변화하지않으려기를써본경험이있을것이다.또변화를두려워하며자기고집을지키려안타까워보일만큼노력하는사람을누구나한명쯤은알고있다.그래서좁디좁은자기세계에갇혀세계의흐름에유연하게대처하지못하는주인공잉에로마르크는첫만남에는거부감을주면서도이내연민과공감을불러일으키고,마음어느한구석이찔리는불편함을느끼게한다.

독일통일후,학교와지역사회에서일어나는생존경쟁과자연도태
기린은왜목이길까?잉에로마르크에의하면기린의목에대해서는여러학설이있다.생존을위해높은나뭇가지에달린잎을뜯어먹으려다른기린들보다목을더높이뻗는기린들이생겼고,기린들의‘목뻗기운동’이반복되어목이길어지게되었다는것이일반적인설명이다.그리하여긴목을가진기린의DNA가그들의후손에전해진것이다.생존경쟁과자연도태는생물학에서뿐만아니라사회변화를설명할때에도흔히사용된다.잉에로마르크의30년직장인구동독지역찰스-다윈김나지움에서도생존경쟁과자연도태가일어난다.적어도로마르크의시선에서이점은분명하다.
로마르크는구동독지역인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위치한찰스-다윈김나지움에서30년넘게일해온생물선생님이다.이학교는통일이후이농,실업,쇠퇴등에의한인구감소로학생수가급격하게줄어들어4년후면문을닫게될운명이다.지역사회도건물과시설의붕괴와철거로쇠퇴하여점점황폐해져가고있다.로마르크의시선에서통일후학교와지역사회의변화는생존경쟁과자연도태로설명된다.생존경쟁에서패한것들은사라지고그자리를새로운것들이채운다.황폐해진마을구석구석에는어마어마한생명력을자랑하는잡초,들꽃같은식물들이싹을틔워세력을확장해나간다.
저자에따르면기린의목은이소설에서또다른의미가있다.기린의목에대한진화론의가르침을배우는“수업시간이이소설에서는중요한순간이다.”(7쪽)그순간에잉에로마르크또한“목까지물이차올라”있기때문이다.“목까지물이차오른다”는말은독일어에서‘(어떤사람이)곤궁에처해있다’는의미의관용구이다.“곤궁에처해있는사람,그사람에게는자신의목길이가존재의본질적인질문이되어버린다.”(7쪽)
정작로마르크본인은지역사회와학교의변화에도,또서독에서밀려드는자본주의적방식에도잘적응하지못한다.로마르크는통일후동독에밀어닥친급격한변화가달갑지않다.사실괴롭기까지하다.구동독의이웃들이하나둘고향을떠나고,학생수가줄어학교는폐교를앞두고있으며,새로운자본주의적사상과유행이들어와기존의삶의방식을흔들어댄다.
이런변화의소용돌이속에서도로마르크는흔들림없이자신의신념과가치관,생활방식을고수하며살아간다.교사는교사로서의위엄과권위를지녀야하고,학생들과는늘일정한거리를둬야한다는평소생각을버리지않고우직하게이러한태도를고수해나간다.하지만30년넘게몸담고있는학교가4년후에문을닫게된상황에서로마르크도교사직을유지할방법이없다.굳은신념도주변의변화를막지못한다.그녀는속수무책으로변화의소용돌이에휩쓸려자기자신이자연도태될운명에처하고만다.

냉소적인시선으로주변인을평가하는로마르크
로마르크는새로운환경과변화에잘적응하는인물과그렇지못한인물로주변인을분류하며평가한다.
동료교사카트너와슈바네케는새로운환경에가장잘적응하는인물들이다.서독출신으로,동독사람들에게민주주의를가르치는사명을안고찰스-다윈김나지움으로전근온카트너는처음의순수한의도와달리,학교장이된후에는학교와동료교사들의미래를손아귀에쥐고좌지우지하며권력을휘두른다.슈바네케는사교적이고에너지넘치며시대의유행에민감하고,때로는자신의아픈사생활까지숨김없이드러내며상대방에게연민과격려를구걸하기도한다.또전직소사육기술자였던로마르크의남편볼프강은동물생산업의쇠퇴와함께한때백수로전락하기도했으나,시대변화의흐름을타고타조사육사로제2의전성기를맞이하며유명인사가된다.
반면,동료교사틸레는새로운변화에적응하지못하고과거로돌아가고싶어하는공산주의자이다.로마르크는그를늘불평만해대는,정작아무것도행동으로는옮기지못하는‘사회적낙오자’로평가한다.로마르크의이웃,한스또한마찬가지이다.한스는로마르크이외에는대화상대도변변히없는,사회와사람들에게소외되어외롭게사는인간이다.
이처럼로마르크주변,즉학교,가정,이웃에는통일후구동독지역에나타나는사회적·환경적변화에,더나아가서구의자본주의에적응하거나혹은적응하지못해도태되는인간군상의여러모습이존재한다.

로마르크라는인물이그리는현대자본주의의내면
잉에로마르크의대인관계방식,그녀가고집스럽게원칙을지키려노력함에도어쩔수없이겪게되는심적·물리적변화,그과정에서독자가훔쳐보게되는그녀의속마음은우습다는느낌을준다.어떤장면들은폭소를자아낸다.로마르크의냉소주의는지구상의어느젊은이못지않다.
하지만마냥웃을수만은없는것은현대인은모두잉에로마르크처럼생각하는데익숙하고,잉에로마르크처럼행동하고있으며,무엇보다잉에로마르크처럼생각하기를강요받는시대에살고있기때문이다.새로태어나는생명들에게,경쟁과도태가사회를설명하는지배적인법칙이며,개개인은그안에서살아남기위해각자도생으로발버둥쳐야할숙명을짊어진것이라는말을할수밖에없는시대,이책은삶에대해또인간에대해근본에서질문하게만든다.우리인간은인간종에대한로마르크의실패한규정에머무를것인가?“인간은그저인과의사슬에강제로묶인채,정신적환상을자아로여기며멀티미디어쇼에엄청난돈을쏟아붓고만있었다.그러고보면인간이란욕구를누를수있는능력이부재한,진정한동물임이틀림없었다.”(272쪽)

[추천사]
유디트샬란스키,독창적이고개념있는독특한작품으로문학혁명의최고봉에서다.…이소설은편협하게해석한반다윈주의적선언을담고있다.또기후변화,이농,학문사회시스템의실패같은핫이슈도품격있고경쾌하게다루고있다.
펠리시타스폰로벤베르크,『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신문』

통일이라는변화에도흔들림없는감정선(感情線)을유지하며인간과아이들보다동물에더마음을쏟는어느생물선생님의생활을그린이야기.강렬히묘사된비호감적이고시대착오적인이영웅에독자는진한연민의정을느낀다.
마누엘라라이하르트,〈독일라디오문화〉

유디트샬란스키의예술작품,통일이후최고의독창적작품중하나.
세바스티안함멜엘레,『슈피겔』온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