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의의미
무심코지나쳤던영화속‘공간’에주목하다
오늘날현대영화에서공간은인물과사건의배경이라기보다는인물과사건을모두응축하고있는존재이다.저자이승민에따르면그간한국다큐멘터리영화연구에서공간에대한연구는거의전무하였다.그이유에대해서저자는“영화가시간을…조각하는예술로주목받았고,그중에서도다큐멘터리영화는현실사건을기록하고알려내는특성에초점이맞추어졌다”(7쪽)고진단한다.
저자가참조하는‘공간의철학자’앙리르페브르에따르면공간은“현상이아니라사회적생산물”이고“자연적인동시에사회적이며,실천적인동시에상징적인것”(르페브르,『공간의생산』,23~38쪽)이다.이책은르페브르의공간사회학의연장선에서유기적으로변화하는사회적생산물로서의공간개념을한국다큐멘터리영화분석에활용한다.
‘공간’을키워드로살펴보는한국다큐멘터리영화의변천사
이책은동시대한국다큐멘터리영화에서공간이새롭게의미를획득하는미학적프레임에주목한다.책에서공간은현실의공간이기도하고,영화스크린내부의공간이기도하고,영화장치로서스크린자체이기도하고,영화를상영하는공간이기도하다.저자는한국다큐멘터리영화에서‘공간성’이계몽적/설명적시기,성찰적시기를거쳐이제미학적시기에다다랐다고본다.책의1부「동시대한국다큐멘터리영화의흐름」에서이세시기를시간순으로살펴보는데,“1980년대를계몽적시기,1990년대중후반을성찰적시기,2000년대후반에들어선지금의시기를미학적시기”로분류한다.
저자의설명에따르면,1980년대한국다큐멘터리영화는사회운동의일환으로출발했고,현장기록과교육선전의역할을하였으며,계몽적성격이강했다.1990년대에세계정세가변화하고시민사회영역이확장되면서다큐멘터리영화가계몽적성격을탈피하고‘자기성찰적인태도’를취하게되고,1990년대중반에이르면감독‘개인’의시각과개성이중요해진다.마지막으로2000년대후반부터는다큐멘터리영화가미술등다양한분야와‘경계를넘나드는횡단성’을보인다.예컨대영상이미술관에서상영및전시되고,영화와미디어아트를넘나들며작업하는작가들이등장한다.책은각시기에해당하는구체적인사례를통해이시기구분과전환의의미를설명하고있다.
2000년대후반한국다큐멘터리영화의새로운지점들
2부「새로운공간의등장」은한국다큐멘터리영화속에등장하는공간들을‘근대적잔여’로서의공간과‘미학적질료와매개’로서의공간등유형에따라분류한다.저자에따르면최근10년간한국사회는후기자본주의와신자유주의의극점에이르렀고공간에대한사람들의감각을강제로변화시켰다.저자는자고일어나면건물이허물어지고철거민이되는일이다반사인현실을“‘비장소화’‘탈역사화’되는공간”,“사람들의‘뿌리뽑힌감각’”등의표현으로설명한다.공간의사회적성격과그안에살고있는사람들의감각이변화함에따라,한국다큐멘터리영화속에서공간도변화를겪게된다.다큐멘터리영화에서공간은이제“인물과사건에종속된배경혹은사건이발생하는현장을넘어서,단독적이고즉자적인이미지혹은스크린안과밖을감각적으로매개하는장치로서존재”(14쪽)한다.
3부「‘공간이미지’의출현」은2000년대후반이후발표된작품들에서등장한공간을‘공간이미지’로명명하고,‘공간이미지’를담은작품들을분석한다.5장에서는강원도춘천시약사동재개발지역한복판에있는망대와주변의아리랑골목길을담은영화〈망대〉(문승욱,2014)를중심으로공간이미지가작품안에서어떻게미학적자리를찾아가는지를추적한다.7장은경기북부지역의기지촌을다룬〈거미의땅〉(김동령,박경태,2012)과,제주4·3사건을주제로제주의공간을탐색하는〈비념〉(임흥순,2013)을중심으로‘기억과공간의직조’가어떻게이루어지는지를비평했다.
4부「확장된개념의공간」이주목한작품에서공간은“스스로수행적행위자가된다.”9장은〈저수지의개들〉(최진성,2010,2011),〈막〉(이원우,2014),〈손의무게〉(임민욱,2010),〈안개와연기〉(차재민,2013)등의작품분석을통해‘장소특정적수행’의구체적인지점들을포착한다.장소특정적수행다큐멘터리영화는“특정공간을기반으로퍼포먼스를행하고기록한작품”을말한다.예를들어서〈막〉은수년째해군기지건설반대운동이벌어지고있는제주도강정마을바닷가에서임산부인감독이바닷속을걷는모습을촬영하였다.10장은〈논픽션다이어리〉(정윤석,2013)를분석하는데,이영화는지존파사건을기점으로성수대교붕괴,삼풍백화점붕괴,전두환과노태우사면등1990년대의시대풍경을엮었다.영화중간중간지존파의본거지인전라남도영광을찍은장면들이틈입하는데,책은영화의맥락과언뜻무관해보이는이러한공간이미지의활용이갖는독특한효과에주목한다.11장과12장에서는다큐멘터리영화와타예술분야의혼융사례들을다룬다.저자의분석에따르면최근한국다큐멘터리영화는상영장소가다변화되었을뿐아니라,동영상만이아니라사진,그림,문자등다양한질료를창조적으로활용하고있다.
대기업멀티플렉스관에서상영되는상업영화가대중의시선을독차지하고있는오늘날이승민의『영화와공간』은흥미롭고새로운분석을통해독자들을한국다큐멘터리영화의세계로안내한다.오랜기간한국다큐멘터리영화의관객이자비평가로활동해온저자의애정어린문장은각작품의사회적맥락과매력을독자에게생생하게전달하고있다.
[저자인터뷰]
1)한국다큐멘터리영화연구를하게된이유나계기는무엇인가?
한국사회의역동성을가장잘반영하고있는예술이자영화장르가한국다큐멘터리영화이다.1980년대부터본격적으로시작된한국독립다큐멘터리영화는특유의“독립성”을영화안과밖에서실천하고실험해왔다.한국다큐멘터리영화를보는것은나에게연구이기이전에삶에대한많은배움을얻는곳이고그답을찾아가는과정이다.
2)다큐멘터리영화장르만의장점이무엇이라고생각하는가?
현실을질료로하는다큐멘터리영화는무심하기쉬운우리주변의작고소소한부분을열린촉수를가지고읽어내면서여전히세상의변화를시도하고꿈꾼다.현실에일어나는크고작은사건들을관습적으로주어진의미와해석에갇히지않고,그자체의의미를포착하고사고하게하는것또한다큐멘터리영화장르의장점이다.한편의다큐멘터리영화는나와내주변에일어나는일들,그사건에,그공간에,그인물에대해오랫동안고민한사람들과깊게대화를나누며나의자리를돌아보게한다.
3)‘공간’이라는키워드를연구방법으로선택한특별한이유는?
영화는시간과공간을다루는예술이다.한국다큐멘터리영화장르는태생부터공간투쟁을주요축으로하고등장했다.그럼에도공간은배경이나혹은사건을대변하는매개정도의제목으로만존재해왔다.마침2010년대들어서면서한국다큐멘터리영화화면속에서의미화되지않는이미지들이출현하기시작했고,한국다큐멘터리영화에서공간의의미,영화에서공간의의미,현대예술에서공간의의미로,다층적으로짚어보고싶었다.
4)이책의내용에나오는다큐멘터리들과다양한프로그램들을직접감상할수있는경로와방법은무엇인가?
이책에서나오는다양한다큐멘터리영화는대기업멀티플렉스관중심의상업배급망에서는찾기힘들다.그럼에도시네마달,인디스토리배급사가있고,극장으로는독립영화전용관인디스페이스가다큐멘터리영화뿐아니라독립영화를지속적으로배급개봉하고있으며,활발히개최되는영화제를통해다큐멘터리영화들이소개되고회자된다.한국다큐멘터리영화를가장많이소개하는곳은인디다큐페스티발(3월)이다.또DMZ국제다큐영화제(9월),EBS국제다큐영화제(8월),전주국제영화제(5월),부산국제영화제(10월),서울여성영화제(6월),서울독립영화제(12월)등이있다.온라인에서는독립영화전문다운로드사이트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많은작품들이올라있으며책에서다룬작품들의일부도인디플러그에서구해서볼수있다.